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구 중심인가요?

기자명 최종환

매년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혹여 세계 장애인의 날이 12월3일인데 왜 우리나라는 4월인가 의아해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1981년 장애인복지 불모지였던 시기에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처음 공포된 날을 기념해 4월20일로 정해졌다고 한다.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날’이라는 1981년 당시 제정 취지 설명이 무척이나 케케묵은 관점이어서 이미 빛바래 보인다. 지난날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을 시혜와 온정의 대상으로 보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2022년 현실을 보자. 이미 오래전부터 장애인당사자단체와 각계는 4월20일,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 철폐의 날’로 의미부여 하고 국민으로서의 보통의 삶을 살기 위한 사회적 차별에 저항하며 세상을 변화하는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도 이동권, 주거권, 생존권, 교육권, 노동권 등 현실적 예산마련과 권리실현을 위해 투쟁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보이며 이슈가 되고 있다.

필자는 여기서 의사소통권리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감각적 기능에 어려움이 없는 사람에겐 의사소통은 그저 자연스러운 일상일 뿐이어서, 생각을 전달할수 없고 세상의 정보를 알 수 없는 불평등의 세상은 상상조차 안되는 일이다.

2018년 서울시 의사소통권리증진 조례가 제정되며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고, 2020년 수화로 불리던 언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수어로 법적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현실에서 느끼는 것은 여전한 침묵의 장벽이다. TV에서는 수어통역을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고, 그마저도 화면 한 구석. 아주 자그마한 크기로 보여지고 있을 뿐이다.

언어, 청각, 뇌병변, 발달장애인 및 소통의 어려움이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보완대체 의사소통(AAC)과 다양한 전문장비로 구성된 보조공학기기의 발전, 충분한 수어통역과 노동과 교육에서의 소통환경 구축이 절실하다. 2018년 작고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같은 분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소통권리 보장은 부족한 기능을 채워주는 것이 아닌 인간의 존재를 당당한 표현의 주체로 서게 하는 고무적인 일임을 강조하고 싶다.

4월28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영등포 모두의 의사소통권리 축제-휠더월드’가 열린다. ‘탁트인 의사소통, 침묵없는 세상으로’라는 슬로건으로 영등포에서는 자치구와 복지관, 장애인단체, 주민들 간의 연대를 통해 지역사회 소통의 장벽을 없애기 위한 온라인 박람회와 포럼 등을 기획하고 있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어린이, 노인, 이주민 등 모두에게 필요한 의사소통 환경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만들고 영등포구의 실질적인 변화, 의사소통권리증진을 위한 조례제정이나 유니버셜 환경 조성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여러 목소리를 듣고 담아야 비로소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당사자단체, 보조기기센터, 의사소통전문가단체, 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장애인가족지원센터 그리고 이주민, 노인복지기관, 주민들이 하고 싶은 수십 개의 영상과 전문적 정보, 소통채널들이 온라인 부스에 올려지기 위해 연대모임이 활발하다. 더불어 국내외 현황과 전망을 밝혀줄 전문가와 주민들의 포럼을 보태어 조금이나마 세상에 숨겨진 목소리들이, 의사소통의 제약 없이 외쳐지기를 바란다.

문득 연대회의에 참여한 한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말이 떠오른다.

“이걸 누구에게 알리나요? 누구 중심인가요? 이해할 수 있는 말들인가요? 좀더 쉽게 해야지요!” 현장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관점이라 늘 새기게 되는 목소리다.

최종환 서울시립영등포장애인복지관 관장
chungpajjang@hanmail.net

[1627호 / 2022년 4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