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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정스님이 세상에 전한 메시지

기자명 이병두

부처님이 왕사성에 있는 기사굴산에 계실 때, 당시 강대국 중 하나였던 마가다국의 왕이 작은 나라 밧지국을 침공할 마음을 먹고, 최종 결심을 하기 전에 부처님의 의중(意中)을 알아보려고 고위 관료를 사신으로 부처님께 보냈다.

‘전쟁을 일으키면 승리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 ‘혹 부처님이 강하게 반대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대책을 세우려 했을 것이다. 높은 산 위까지 힘들게 찾아온 고위 관리를 맞은 부처님은 사신에게 “전쟁을 일으키지 말라”든가 “전쟁을 하면 승리할 것이다”라며 직설적으로 말씀하지 않고 대신 시자 아난다와 주고받는 대화를 옆에서 들은 그 사신이 부처님의 의중을 알아채게 해주었다.

“아난다여, 내가 예전에 밧지국에 머물며 ‘나라가 쇠퇴하지 않는 일곱 가지 법[七不衰退法]’을 가르쳐준 적이 있었소. 그대도 함께 들었을 터인데 요즘 그들은 그 가르침을 잘 실천하나요?”

“예, 세존이시여! 밧지국 사람들은 지금도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신 ‘칠불쇠퇴법’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첫째, 그들은 자주자주 모임을 갖고 서로 바른 일에 대해 의논합니다. 둘째, 임금과 신하가 공명정대하고 아랫사람들은 윗사람들을 존경하는 기풍이 있습니다. 셋째, 전해 오는 옛 풍습을 잘 지키고 보존하며 예의를 존중합니다. 넷째, 양친 부모를 효도로 섬기고 이웃 어른을 존경합니다. 다섯째, 돌아가신 조상을 받들고 그 유업(遺業)을 잇는 일에 애씁니다. 여섯째, 우바새와 우바이들이 모두 도덕적이며 음란하지 않습니다. 일곱째, 사문이나 수행자를 공경하고, 국법을 지키며 바르게 생활하는 데에 힘씁니다.”

“아난이여, 어떤 나라든 이 칠불쇠퇴법 가운데 한 가지만 지켜도 나라가 망하지 않을 것이오. 그런데 밧지국 왕과 국민들이 일곱 가지를 다 잘 지키고 있다면 그 나라는 더욱 안온(安穩)하고 강성하여 강대국의 침략을 받을지라도 자기 나라를 지켜내고 결코 망하지 않고 흥할 것이오.”

부처님이 아난다와 죽고 받는 대화를 옆에서 듣고 난 왕의 사신은 “마가다가 밧지국을 침공하면 안 된다”며 부처님이 왕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잘 알아듣고 왕궁으로 돌아가서 이 대화 내용을 왕에게 보고했다.(‘유행경(遊行經)’)

얼마 뒤면 새로운 정권이 국정을 책임지게 된다. 혹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아니면 누군가를 통해 스님들에게 “국정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자문을 구한다면 이 이야기를 해주는 것보다 더 적절한 것이 없을 것이다.

“분명히 봄이 오고 꽃이 피었지요? [그런데] 우리 인간들의 마음은 그렇게 차가운지, 왜 그리 안 풀리는지, 왜 꽃을 못 피우는지. 이 사회, 이 세계의 얼어붙은 마음들을 따스하게 화합하는 기분으로 굴려서 모든 사람 얼굴에 웃음꽃이 필 수 있도록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우리 불자의 임무와 책임입니다. … 초발심으로 돌아가서, 이때까지 있던 것들을 싹 지워버리고 새로 전부 출발하면 ‘우리 마음과 우리 가정과 우리 사회와 우리 국가가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을 합니다.”

지난 3월30일 추대법회에서 종정 중봉성파(中峰性坡) 스님께서 즉석 법문으로 대중들을 감동시킨 법문 마지막 대목이다. 불자 대중들에 당부한다고 하였지만, 실은 부처님께서 시자 아난다와 문답을 통해 왕에게 ‘전쟁을 일으키지 말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듯이, 종정스님도 짧은 법문 중에 정치권과 국민에 화합을 당부하는 확실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날의 법석에는 문재인 현 대통령 내외와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해 종정스님의 법어를 경청하였다. 법회에 동참하진 않았지만 다음 달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윤석열 당선인이 더 마음에 담아야 할 메시지였고, 문 대통령에게는 퇴임 후 ‘섭섭함‧증오’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갖지 말라고 간곡히 당부한 것임을 위정자들은 명심할 일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628호 / 2022년 4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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