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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실종되지 않으려면

기자명 진원 스님

20년 전 나는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그렇다고 어떤 행동을 취하진 않았다. ‘지구환경’이라는 거대한 일은 당장 나의 일이라기보다 누군가가 대신하는 사회운동쯤으로 여겼다. 다급하지 않았고 취사선택을 해도 되는 일 중에 하나였다. 

지율 스님이 안동댐 지류인 내성천에서 환경운동을 할 때였다. 솔직히 나는 환경운동을 하는 스님이 궁금하기도 했고, 그냥 있기도 염치가 없어 방문한 적이 있다. 강가에서 사계절을 비닐 움막 하나로 추위와 더위, 해충, 그리고 반대하는 사람들의 협박 속에서도 굳건한 스님의 모습에 참 미안하기도 했고, 꼭 저런 고집스러운(강성) 모습으로 해야 하나 불편한 생각도 들었다. 그런가 하면 핵 폐기장 반대운동을 하던 수경 스님 등이 삼보일배로 절박함을 호소할 때는 이슈를 쫓는 정도의 인식만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 인류에서 비롯된 전 지구적 재앙은 자업자득의 결과물이다. 참을 수 없는 편리 추구에 무분별하게 사용한 일회용 용기들은 재활용도 되지 않는 쓰레기로  쏟아져 나왔다. 잠깐 동안 죄책감이 들지만, 이는 그냥 면피에 불과했다. 그런 면피는 결국 자승자박이 되었고, 이제 기후환경의 문제는 생태환경 즉 생명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불교는 자연친화적이고 모든 생명(중생)이 평등선상에 있는 종교이다. 불교의 수많은 경전 머리글에서 나오듯이 하늘과 땅 공중,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모든 중생들이 함께 모여 서로가 존중하고 공존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교단 내 공동의 선인 계율은 청규에 가깝고, 수행자체가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체계다. 그러나 교단에도 여지없이 재화가 넘치고 개개인의 소유물인 방석의 크기부터 식습관에 이르기까지 소비의 개념들이 진보와 보수성향으로 나뉘는 분열을 초래했다. 

인간욕심을 중심으로 자연환경을 정비하고, 무한대로 생산·소비하는 현대사회는 더 이상 중생들이 품고 가기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공포감마저 들게 한다. 아무리 우주가 중중무진으로 팽창하는 무한한 세계라고 할지라도 당장 우리가 깃들어 사는 기세간이 안전하지 못한다면 중중무진의 빅뱅의 우주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현재 우리 환경운동은 생태운동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기점에 있다. 종전에는 인간의 편의에 의해 주거환경 등을 청결하게 하거나 절약했다면, 이제는 모든 생명이 공존하는 세상을 어떻게 지켜낼지에 대한 담론과 대안이 중요하게 되었다.

이제부터 불교는 담론의 주제를 환경을 보호하는 운동에서 생태운동으로, 생태운동에서도 생명운동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대안이 나올 수 있다. 인간중심의 환경운동이 아닌, ‘생명이 있는, 생명이 없는[有情無情]’ 모든 것들이 있는 그대로 존재하고 존중받을[皆有佛性] 생명운동의 담론을 형성해야 한다. 

종단에서도 일찍부터 조계종 환경위원회 등이 국가주도의 개발현장에서 환경운동을 펼쳐왔다. 또 지구의날(4월22일)이 포함된 4월 한 달 간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법문과 캠페인을 한다고 한다. 최근 전국비구니회의 푸르니청정도량에서도 각자 단위 사찰에서 실천적 대안들을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앞장서기 위한 강의와 연대를 시작했다.

며칠 있으면 부처님오신날이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출현하신 선언의 핵심은 ‘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에 있다. 지금이 이 선언을 실천에 옮겨야 할 때이다. 삼계안에 모든 생명들이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 파괴로 두려움 속에 있다. 두려움과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부처님의 선언임에 분명하다. 

생태운동은 대단한 철학이 필요하지 않다. 오로지 부처님 정신과 선언에서 담론과 작은 실천이 있을 뿐이다. 강성이어도 좋고 고집스러워도 좋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지금 바로 시작이다.

이제 기후위기를 늦추는 행동은 시대정신이 되었다. 그래야만 기상이변으로 자취를 감춰버린 양봉농가의 꿀벌들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진원 스님 계룡시종합사회복지관장 suok320@daum.net

[1630호 / 2022년 4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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