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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협 ‘근대 불교인물 홍보사업’ 두고 학자간 첨예 갈등

  • 교학
  • 입력 2022.05.03 15:12
  • 수정 2022.05.04 13:11
  • 호수 1632
  • 댓글 4

“불교계 대표 선지식 발굴” 위해 4월부터 본격 시작
봉려관연구원 “김상언, 법정사 항일운동 대표인물 아냐”
한금순 박사 “적합한 기준으로 선정…독단 결정 아냐”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무오법정사항일운동발상지 (戊午法井寺抗日運動發祥址). [문화재청]

(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종단협)의 ‘근대 불교인물 홍보 사업’을 둘러싸고 학자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사)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장 혜달 스님이 “근대 불교인물 홍보 대상으로 선정된 ‘김상언’은 제주 무오년 법정사 항일운동의 대표성을 띠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자, 종단협 연구위원 한금순 박사가 “김상언은 자문위원, 연구위원이 네 차례 회의 끝에 결정한 인물”이라고 맞섰다.

종단협이 4월5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근대 사회 발전에 기여한 불교 인물 홍보 사업’은 조선 말~일제강점기 대내외적 혼란 속에서 불교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해 항일 투쟁과 문화·교육·사회운동을 이끈 불교계 대표 선지식과 지성인을 발굴, 선양, 홍보하고자 기획됐다.

이를 위해 종단협은 지난해 ‘근대 불교인 선양 사업 추진 TF’를 구성해 자문위원단(6명)과 연구위원(7명)을 선정하고, 8~12월 4차례 회의를 통해 근대 불교인물 12명을 연구, 홍보하기로 했다.

종단협은 선정된 불교 근대인물 활동 내역을 4~12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배포하고, 외국인도 알 수 있도록 영문 소개 책자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11월 선정된 불교 근대인물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세미나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종단협은 “선정된 근대 불교인물은 △조선 공공도서관 도서 분류표를 만들고 도서관의 아버지라 불리며 불교 정립을 위해 청년 활동을 했던 ‘박봉석’ △불교 예술인 승무를 대중화한 ‘한성준’ △신여성으로 한국 최초 여성유화가이자 문학가·여성운동가인 ‘나혜석’ △통도사 신평 독립만세운동의 도화선 역할을 한 ‘신화수 스님’ △신화수 스님과 함께 독립 운동과 미국 유학 후 하버드 첫 한국인 박사학위를 받고 서방 국가에 식민지 한국의 현실을 알린 ‘박노영 스님’ △제주도 최대 무장 항일운동인 무오년 법정사 항일운동을 김연일 스님과 함께 전개한 ‘김상언’”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이 한금순 박사가 연구하기로 한 ‘김상언’이라는 인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홍보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은 4월25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 보낸 공문을 통해 “법정사 창건, 창건주에 대한 명확한 정리와 소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의성을 띤(억지스러운) 스토리식 역사가 나와선 안된다”고 항의했다.

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장 혜달 스님은 “김상언은 제주도 최대 무장 항일운동인 무오년 법정사 항일운동을 ‘전개’한 인물이 아니라 선봉대 일원으로 참여한 인물이다. 그가 어떻게 법정사 항일운동을 대표할 수 있느냐”며 비판했다.

이어 “총지휘자 김연일, 선봉대장 강창규와 좌대장 방동화 스님도 있는데 김상언이 법정사 항일운동을 전개한 인물로 소개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한금순 박사가 직접 제시한 조직도를 보아도 그가 항일운동의 대표자로서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그가 스님이나 불자였다는 근거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혜달 스님이 제공한 한금순 박사의 ‘한국 근대 제주불교사’. 빨간색 박스가 근대 불교인물로 선정된 김상언. 선봉대 일원으로 소개되고 있다. 
 혜달 스님이 제공한 한금순 박사의 ‘한국 근대 제주불교사’. 빨간색 박스가 근대 불교인물로 선정된 김상언. 선봉대 일원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금순 박사는 “김상언이라는 인물은 제가 선정한 것이 아니”라며 “자문위원·연구위원이 모인 회의에서 적합한 선정 기준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법정사 항일운동 대표 인물로 좌대장 방동화 스님을 선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이번 연도 사업에선 스님이 아닌 재가자를 선정하자는 기준이 있었다. 김상언에 대한 원고 의뢰가 와서 제가 쓰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 박사는 “김상언이라는 인물도 법정사 항일운동에 참여한 독립유공자”라고 덧붙였다.

양측 입장이 팽팽하게 지속되자 종단협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종단협 사무처장 진경 스님은 “5월11일 회의를 열어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해당 사안을 논의, 판단하기로 했다. 회의가 끝나야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32호 / 2022년 5월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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