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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법회 12년…법당 나투신 관음보살과 함께 한 가피의 시간

기자명 법보

한국스카우트 불교연맹장상 - 이상용 

어린이법회 활성화 발원하며 기도 입재…회향 때는 법당 촘촘히 들어차
부처님오신날 어린이 공연 등 성과…어려움 마주칠 때마다 기도로 극복
코로나19로 휴식기 맞게됐지만 재개되는 날까지 ‘법화경’ 독송 이어갈 것

그림=정은주
그림=정은주

하얀 뭉게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높게 날아오르며, 희망과 기대를 보여주는 2010년 10월 중순의 청명한 하늘이 나의 가슴을 꽉 메우고 있었다. 2010년 포교사 시험에 합격하여 연수를 마치고 평소에 어린이포교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포교사단 부산지단은 중등부소속 어린이 포교팀에 자원했고 부산지단은 나를 어린이포교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연꽃팀에 배치했다. 연꽃팀은 사찰에 예속되지 않고 포교사들이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었으며, 발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팀이었다. 그렇게 어린이포교 실천을 위해, ‘길 없는 길’을 걸어온 지 12년이란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처음 연꽃팀 활동을 시작할 때 일요어린이불교학교 법회가 매주 일요일 부산 범어사 불교문화원 법당에서 팀원들이 조를 짜서 진행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법회에 가장 중요한 어린이가 채 5명이 되지 않을 때가 빈번했고, 심지어 2명까지 줄어드는 상황이 되다 보니 어린이보다 포교사 선생님이 더 많은 법회가 이어지기도 했다. 사실 일요어린이불교학교 법회의 활성화 방안으로 지역 초등학교 정문에서 전단을 나누어주기도 하고, 자모들을 만나 대책을 논의하며 노력했지만 법회는 활성화되지 않았다. 

그때 미래 불자의 인연 고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어린이법회가 참으로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왜 많은 사찰에서 어린이법회가 활성화되지 않는지,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어린이법회 참석 어린이가 늘어난다 해도, 어린이법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재정 지원이 충분해야 했다. 또 부모님들의 사전동의가 있어야 되고 소풍이나 야외법회, 가을운동회 등 행사를 할 때 아이들의 안전 등 여러 문제들을 신경써야했다. 그렇다고 어린이법회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팀원들의 간절한 어린이포교 원력은 어떠한 어려움에도 물러설 수 없는 것이었기에, 팀원 모두 한마음으로 결의했다. 먼저 부처님께 어린이법회 활성화 100일 기도를 팀 전원이 함께하자고 약속했다. 그렇게 입재기도를 시작으로 정성스럽게 기도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50일 즈음 되었을 때부터 어린이법회의 변화가 조금씩 느껴졌다. 어린이법회에 참석하는 인원이 적다보니 우선 법회에 참석하는 포교사 선생님 자녀와 조카들을 참가시켰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오기 시작했고, 또 주변 초등학교 학부모님들이 전단지와 현수막을 보고 어린이불교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교육하는지 문의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났다. 

그렇게 법회 참석 인원이 무려 20명이 넘어섰고, 또한 법회에 참석한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서 평소와 다르게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엄마의 주방 일을 도와주는 등 변화가 일자 부모님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법회에 아이와 함께 참석하는 부모님이 생겨났고, 법회에 필요한 물품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시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 어떤 부모님은 자신이 먼저 법회에 참석해 무엇을 배우는지 견학한 후 다음 법회에 아이와 함께 나오기도 했다.

팀원 모두가 간절한 마음으로 시작한 어린이법회 활성화 100일 기도를 회향할 때는 어린이와 자모님들이 법당에 촘촘하게 앉는 놀라운 상황이 펼쳐졌다. 그때 처음으로 ‘간절한 기도의 가피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체험했다. 팀원 모두 신심이 나서 더욱더 열심히 법회에 정성을 보였으며 모든 것이 신묘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법회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법회가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법회에 참석하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사실 포교사 선생님들이 어린이포교 원력을 갖고 노력한 결과 지금의 결실을 이룰 수 있었지만, 학년이 다른 모든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한 준비가 많이 부족했다. 인원이 적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법회 참석 인원이 많을 때는 30명 정도가 되었고, 연령 또한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다 보니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 교육체계에 대한 고민이 이어질 때 마침 ‘사단법인 동련’이 운영하는 대한불교 교사대학에서 학생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여섯 명의 포교사 선생님들이 입학했다. 

대부분 직장인들이라 일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면서 2년 동안 동화구연, 동극활동, 풍선아트, 클레이아트, 명상지도, 불교아동심리치료 등 어린이 불교교육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연수를 받고 모두 자격을 취득했다. 당시 포교원장상까지 받으면서 환희심 가득한 졸업을 할 수 있었다. 그러한 노력 덕분에 자연스럽게 어린이법회 내용과 수준도 높아지고 다양하게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하게 됐다.

일요어린이불교학교가 활성화 되고 시간이 지나 모든 어린이들이 ‘반야심경’을 스스로 외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목탁 습의를 가르치는 과정까지 이어졌다. 처음에는 산만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차분해졌고, 목탁소리에 맞추어서 ‘반야심경’을 독송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무렵, 부산 기장군 불교사암연합회 총무소임을 맡고 계신 해명 스님이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식전행사로 어린이 공연을 제안했다.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회의를 거쳐 공연을 하기로 결정하자, 모든 아이들이 선생님의 지도를 잘 따랐고 열심히 찬불가 ‘부처님을 사랑해’ 노래와 율동도 연습했다. 드디어 오색의 거리등이 도심곳곳에 펼쳐지고, 아카시아 꽃내음이 가득한 가운데 하얀 꽃비가 내리고, 벌과 나비가 날고, 새들이 지저귀며 부처님 오심을 찬탄하는 날 기장군에 위치한 기장중학교 체육관에 많은 불자들이 모였다. 

봉축 행사가 시작되기 전 어린이 공연팀이 잠깐의 점검을 마치고 행사장으로 이동할 때 아이들 표정은 싱글 벙글, 병아리색 단체복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며 예쁘다고 칭찬하자 아이들은 더욱더 신이 나 걸음걸이도 사뿐사뿐 구름 위를 걷는 듯 걸었다. 드디어 아이들은 단상에 올라 그동안 닦아온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찬불가를 부르며 율동을 함께하는 공연에 이어 목탁소리에 집중하며 ‘반야심경’ 독송도 무사히 마쳤다.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장에 오신 대중 앞에서 아이들이 성공적으로 공연을 한 것은 참으로 기쁘고 보람 있는 결실이었다. 공연을 마친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주변 사찰에서 오신 스님과 관계자 분들이 많은 관심과 함께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 중에는 공연 제안도 있었다. 그리고 총무스님께서 공연하느라 고생했으니 맛있는 것을 사주라며 금일봉을 주시기도 했다.

그렇게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총무스님이 주신 금일봉을 어떻게 사용할지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런데 한참 의견을 주고받은 후 전해진 아이들의 결론은 놀라움 자체였다. 맛있는 음식이나 학용품이 아니라 ‘아름다운동행’에 기부를 하자는 것이었다. 어려운 형편에 있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말에 선생님들은 잠시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관세음보살 100일 기도로 어린이법회가 활성화되더니, 오늘 이 아이들이 관음의 화신이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상상도 못한 아이들의 생각에 선생님들도 보시에 동참해 함께 기부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 놀라운 모든 일들은 어린이 포교의 ‘길 없는 길’을 선택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후 일요 어린이불교학교 법회는 또 한 차례 어려움을 맞았다. 범어사 불교문화원의 사정으로 법회장소를 옮겨야 했던 것이다. 팀원들과 논의했지만 당장 해결 방법이 없었고, 그렇다고 별도의 장소를 임대해서 운영하기에는 재정적으로 어려웠다.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간절하면 통한다는 마음으로 부처님께 기도드리는 방법뿐이었다. 그렇게 기도가 이어지던 어느 날, ‘사단법인 동련’의 어린이청소년협회를 실무적으로 이끌고 있는 최미선 선생님과 상의하게 됐다. 그리고 최 선생님은 며칠 후 범어사 말사 ‘법륜사’에서 운영하는 유치원 원장님을 소개해 주셨다. 원장님은 유치원 강당에서 법회를 진행하라고 흔쾌히 승낙하시고, 강당사용 시 주의사항을 설명해 주셨다.

법륜사는 다도를 통해서 부처님 법과 인성을 함께 가르치는 청소년 다도팀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어린이법회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하면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그렇게 일요 어린이불교학교는 매주 법륜사에서 안정적으로 진행 될 수 있었고, 어린이들과 자모님들이 많이 늘어나게 되면서 법회장소를 지장전 법당으로 옮겼다. 또 점심공양에 소요되는 경비를 법륜사 주지 각진 스님께서 지원해 주시면서 경제적 어려움도 해소할 수 있었다. 부처님오신날 법륜사 경내에서 어린이 장구 공연, 컵등 만드는 행사를 하기도 하고, ‘사단법인 동련’ 주관으로 부울경 어린이법회 단체가 모여서 부산광역시 두구동에 위치한 홍법사 경내에서 가을운동회를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어린이법회도 휴식기를 맞았다. 엄동설한 기나긴 겨울밤을 견디듯, 한동안 팀원들은 카톡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집에서 ‘법화경’ 독송 기도를 이어갔다. 그리고 2022년, 아직 아이들은 올 수 없는 상황이지만, 언젠가는 어린이법회가 예전처럼 활성화 될 것이라는 발원으로 팀원들이 법륜사에 모여 ‘법화경’ 기도를 하고 있다.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일상의 생활로 돌아가서 어린이법회가 다시 예전처럼 열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온 누리에 가득하길 부처님께 간절히 발원한다.

[1631호 / 2022년 5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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