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아들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신행수기를 썼어요. 내세울 것도 없는데 당선됐다니 부끄럽습니다.”
박현주(금강성·87) 불자의 원고는 특별하다. 그가 마음 속 얘기를 꺼내면 옆에 앉은 막내아들이 키보드로 한 글자씩 담아냈기 때문이다. 6개월 전 떠난 남편이 떠오르면 너나 할 것 없이 눈물 닦기 일쑤였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글을 써내려가는 모든 시간이 모자에겐 잊지 못할 순간이 됐다고 한다. 수기를 쓰겠다고 결심한 것은 코로나 시대로 사라져 가는 ‘온기’ 때문이었다. 그는 “마주하지 않아도 일상이 가능한 코로나시대가 되면서 아랫목에 밥 한 그릇 묻어두던 그 따뜻한 마음까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면서 “부족한 글이지만 누군가에게 작은 온기라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31호 / 2022년 5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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