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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원이 선양해야 할 대상은 수덕사 만공 스님”

  • 교학
  • 입력 2022.05.12 18:17
  • 수정 2022.05.16 10:42
  • 호수 1633
  • 댓글 1

김광식 교수, 5월12일 ‘선학원의 어제와 오늘’서
범어사-선학원 환수소송 3심 판결문 입수해 분석
“선학원 설립주체로 만해 내세우는 왜곡 멈춰야”

재단법인 선학원이 조계종과의 ‘법인법 갈등’ 이후 선학원 역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선학원 선양사업에 있어서도 수덕사와 범어사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제외한 채 만해 스님만 부각해 선학원 정체성까지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가 5월12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선학원의 어제와 오늘’ 주제 세미나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2018년 10월 개최된 선학원미래포럼에서부터 “선학원 설립 주체는 만해 스님이 아니라”고 지적해 온 김 교수가 이번세미나에선 후속 연구를 통해 확보한 근거들을 새롭게 제시해 기존 견해를 견고히 했다. 앞서 김 교수는 “만해 스님은 선학원 창건 당시 3·1운동으로 옥중에 수감돼 있었고 1921년 선학원 건립 당시 상량문에 적힌 11명 스님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며 만해 스님을 설립 주체로 하는 선학원 선양 사업을 강도 높게 지적한 바 있다.

김 교수는 만해 스님이 선학원의 설립 주체가 아니라는 논거로 먼저 1950년대 중반 일어난 ‘선학원과 범어사의 환수소송’의 관련 문건을 제시했다. 앞서 최종진(법진)은 2019년 ‘선문화연구’ 26집에서 “환수소송 2심 판결문을 통해 1921년 한용운이 출옥하자 이판계 승려들이 사판계에 대응해 수도원으로 설립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김 교수는 최종(3심) 판결문을 입수해 최종진의 주장을 다시 반박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최종 판결문에는 만해 스님의 행적이나 선학원 창건에 관련한 구체적 기술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종진(법진)은 자신의 논리에 맞춰 2심 판결문의 내용만 선택적으로 취해 서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심 판결문에는 비판적으로 수용해야할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판결문에는 ‘신도 최창운 외 다수인의 기부를 받아’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만해 스님의 불사를 도왔다는 ‘최창운’은 선학원 창건 후원 신도 명단에 없을 뿐아니라 선학원 관련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면서 “최창운은 용성 스님의 신도이고 용성 스님의 사료에도 다수 등장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1923년 당시 15세로 선학원에서 행자로 생활한 석주 스님(1909~2004)의 선학원 관련 구술에도, 선학원이 1948년과 1986년 펴낸 ‘선학원 창건 연기록’ ‘선학원약사’에도 만해 스님이 선학원을 설립한 주역이라는 기록이 없지만 선학원 집행부가 최근 발행한 100년사 ‘선학원 백년의 기억’에는 만해 스님이 선학원의 건립 및 운영 주체로 서술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선학원 100년사’에서 할애된 인물별 서술 분량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만해 스님은 ‘선학원 백년의 기록’에서 35면을, 최종진(법진)은 23면을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만공 스님에 대한 분량은 13면에 불과하다”면서 “업적에 대한 평가도 거치지 않은 현존 인물보다 선학원 창립의 1등 주역인 만공 스님의 서술 분량이 적은 게 상식적인 일인가”라며 일침을 가했다.

김 교수는 또 선학원이 설립조사에서 만공 스님을 후반부에 배치한 것은 의도적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교수는 “2016년 선학원 100주년 기념관의 상량문에도 선학원 설립의 1등 주역인 만공 스님을 7명 중 6번째로 배열하고 있다. 이런 배치는 2018년 선학원과 수덕사간의 간월암 및 정혜사에 대한 소유권을 놓고 재판을 진행하는 등 일련의 사실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아심이 든다”고 밝혔다.

선학원 역사에서 ‘수덕사 흔적 지우기’는 범어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1950년대 중반 선학원과 재산 매각을 두고 수년간 소송을 전개해온 범어사의 역사도 축소 배척하고 있으며, 이는 선학원 연구 개척자 정광호 교수가 1998년 선학원 창건 연구에서 창립 당시 범어사의 역할을 강조하자 발제 자료집에서 정 교수의 논문을 완전히 누락시킨 사실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선학원이 설립조사로 우선 선양해야 할 대상은 만공 스님임을 역설했다. 김 교수는 “‘선학원과 만공’ ‘선학원과 만해’의 구체적인 역사적 사료를 비교해 보면 만공 스님은 선학원 창건과 운영, 재건, 활동, 정체성 구현 등에 있어서 명실상부한 주역”이라며 “만공 스님과 선학원과의 연관성은 분명하고, 객관적인 사실이며 결코 부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 근대한국불교컨퍼런스 시리즈’의 일환으로 열렸다. 발표에 앞서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장 주경 스님은 기조발표를 통해 ‘선학원과 조계종’의 역사를 살폈다. 이성수 박사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불교정책에 맞서 활약한 선학원·선우공제회·유교법회의 스님들이 해방 이후 불교정화운동에 실마리를 제공하고 통합종단 대한불교조계종 출범의 기반이 됐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는 서재영 성균관대 교수, 조기룡 동국대 교수,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가 나섰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33호 / 2022년 5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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