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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가르침이 잘 움직여야 평화로운 세상 된다

기자명 혜달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22.05.23 14:32
  • 수정 2022.05.28 16:13
  • 호수 1633
  • 댓글 0

부처님 전에 올리는 등 공양엔
순수하고 소박한 마음 담겨야
석가모니 부처님 참 제자라면
세상 향한 큰 서원도 발원해야

부처님오신날에는 부처님 가르침을 믿고 실행하던 분도, 평소 종교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던 분도 사찰을 찾아 희망 담은 연등을 켠다. 도량에 주렁주렁 달린 아롱다롱 울긋불긋 연등에는 어떤 고운 마음들이 담겨 있을까? 나는 지금도 몹시 궁금하다.

두껍게 늘어진 어둠이 빛을 받아들이듯, 등불은 어둑어둑한 세상을 밝힌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지혜를 등불에 비유한다. 완성품이 나오기 전에는, 솜씨 가진 분들이 대나무와 철사를 이리저리 구부려 탑, 종, 북, 팔각 모양 틀을 만들면, 우리는 등 틀에 한지나 노루지를 붙이고, 그 위에 오색 습자지로 꽃을 오려 붙이거나 연잎을 붙여 봉축 등을 완성시켰다. 개중에 전통한지를 두른 은은한 빛의 봉축 등은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부처님 전에 올리는 등 공양에는 순수하고 소박한 마음이 담겨야 한다. ‘가난한 여인의 등불’에는 연등공양의 참의미가 담겨 있다.

사위성에는 너무 가난해서 밥을 빌어 겨우 목숨을 이어가는 가난한 여인이 있었는데, 등불을 켜서 부처님께 공양하고 싶었지만 가진 게 없어 고심한 끝에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동전 두 닢을 동냥해서 기름을 사러 간다. 기름집 주인은 가난한 여인의 마음가짐에 감동해 기름을 더 주었고, 그녀는 이 기름으로 등불을 켜 부처님께서 다니시는 길목에 두고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발원한다.

“저는 가난한 처지여서 작은 등불로 부처님께 공양합니다. 보잘 것 없는 등불이지만 이 공덕으로 다음 생에는 지혜의 광명을 이루어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들의 어둠을 없애게 하여 주십시오”

밤이 깊어가자 다른 등불은 다 꺼졌지만, 가난한 여인의 등불은 꺼지지 않았고, 모든 등불이 소진돼야 부처님께서 쉬신다는 것을 안 아난이 등불을 끄려했지만 꺼지지 않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부질없이 애쓰지 말라 하시며, 가난하지만 마음 착한 여인이 넓고 큰 서원을 담아 정성으로 켠 등불이어서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고, 이 공덕으로 가난한 여인은 다음 생에 반드시 성불할 것이라 말씀하셨다.

‘가난한 여인의 등불’이 일러준 교훈은 보시와 공덕에는 질과 양보다 정성과 청정한 서원이 전제되어야 공덕이 된다는 것이다. 즉 생색내지 않고 하는 일이 참 공덕이 된다는 의미다.

요즈음도 부처님오신날이면 봉축 등에 초불을 켜고 등 앞을 지키며 합장한 채 무언가를 계속 되뇌며 정성을 다하는 노보살님의 모습은 여전하다. 대부분은 부처님께 내 자손의 이런저런 사정을 거듭 부탁하지만, 더러는 노보살님 자신의 건강을 마지막에 살짝 끼워 넣어 청원하기도 한다. 국회의원이 지역예산 살짝 끼워 넣듯. 늘 자손의 안위가 우선인 부모의 이런 고운 마음결을 누군들 탓할 수 있겠는가. 반면 생일을 맞은 우리 부처님께서는 대한민국 곳곳에서 기원하는 음성을 듣고 행정 처리하시려면 참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실 것이다.

다음 부처님오신날에는 ‘내 주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도움이 되어 그들이 어려움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합니다’라는 서원을 담아 등불을 켜보자. 더불어 관불의식에 참여해서는 내 마음을 정화하고 스스로의 앞날을 비질하는 마음으로 아기 부처님 정수리에 감로다를 조심스레 부어보자.

 

갠지스 강에서 목욕한다 해서 죄가 씻기는 것이 아닌 만큼, 비뚤어진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맑고 평온한 마음으로 현재의 삶을 잘 챙김으로써 미래에 내가 걸어갈 길을 말끔히 청소해야 한다. 이것이 관불의식의 참 의미이다. 그리고 나로 인해 주변이 평화로워지는 삶을 살겠다는 서원 담은 등공양이 참 연등공양이다.

연등공양에 세간 복 기원하는 마음 담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제자라면 나와 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훌쩍 넘어, 이제는 세상을 향한 큰 서원을 발원해 보자는 것이다.

세상이 평화로워야 나도 평화롭다.

혜달 스님 (사)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장
hd1234369@gmail.com

[1633호 / 2022년 5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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