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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훼불 회개 기도회’ 열어야 한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2.06.07 11:19
  • 호수 1635
  • 댓글 27

광신도 우발적 소행 치부 더는 안돼
지도자가 ‘불교 극혐’ 조장 훼불 선동
이웃종교 존중, 바울의 ‘사랑’서 싹터

‘청와대 불상 훼손’ 사건과 관련해 개신교 보수성향 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회의 류영모 대표회장이 불교계에 유감을 표명했다. 책임의 무게가 실린 ‘사과’와는 다소 결이 다른 ‘유감’이지만 개신교 단체의 대표가 불교계 대표에게 직접 표명한 것이기에 의미 있다. 더욱이 대통령과 함께 각 종교계의 대표가 모인 자리에서 언급한 만큼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다만 편협한 종교관을 가진 개신교인들의 ‘불상 훼손’ ‘사찰방화’ 등을 근절하기 위한 나름의 대책을 제시하거나 약속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불교계를 향한 개신교계의 혐오범죄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다. 

우리는 지금도 1998년 발생한 ‘제주 원명선원 훼불’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제주시 삼양의 모 교회 신도가 새벽에 원명선원 법당에 난입해 삼존불과 화강암으로 조성된 1천불을 쇠 파이프로 내려친 사건이다. 750여 불상들의 목이 잘려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다. 불교계는 기독교 측에 사과를 요구했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측의 총무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을 찾아와 사과하며 일단락됐다. 

그러나 당시 개신교의 한 주간 신문에 실린 사설은 충격이었다. ‘종교다원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기독교회는 우상 종교가 정당화되는 것을 막고 복음을 전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하며 ‘전 국토 우상 제거 앞당기자’라고 했다. 비상식의 망동을 ‘당장 멈추라’고 일침을 가해야 할 기독교 언론이 오히려 강도 높은 훼불을 촉구한 것이다. 앞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사과에 물음표를 찍을 수밖에 없었다. 

2006년 부산에서 ‘어게인 1907 인 부산’이 열렸다. 1907년 ‘평양 대부흥운동’의 정신을 되살려 침체한 한국교회에 새로운 부흥의 시대를 열자는 의지를 다지는 행사다. 서울시를 “하느님께 봉헌”하겠다던 당시 이명박 시장도 축전을 전한 대규모 행사였다. 그런데 자신들이 믿는 신에게 올린 그 ‘간절한 기도’는 광기와 교만 그 자체였다. “강서구에 있는 35개 사찰이 무너지고 40개의 교회가 부흥되게 하소서!” “금정구에 있는 사찰 94개가 무너지고 113개의 교회가 부흥되게 하소서!” 누가 기획한 것인가? 일반 신도는 아닐 것이다. 장로·목사 등의 지도자들 아닌가?

192명 사망, 148명 부상.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화재, 이른바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최대 규모의 사상자를 낸 2003년 사건이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10년 대구기독교총연합회가 제작한 동영상에서는 귀를 의심할 정도의 해괴한 망언이 쏟아져 나왔다. ‘동화사 통일대불 건립 후 대구 지하철 참사가 발생하는 등 숱한 재앙이 일어났다.’ 이뿐만 아니라 대구의 경제 쇠락과 강력범죄 증가도 통일대불 때문이라고 했다. 

훼불은 광신도의 우발적 행동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일부이긴 하지만 개신교 지도자들이 ‘불교 극혐’을 조장하며 훼불을 선동해 왔기에 발생한 것이라 본다. 2020년의 ‘수진사 방화사건’은 “신의 계시가 있었다”고 자백한 40대 여성이 저질렀다. 당시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가 낸 성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신교단의 지도자와 목회자들은 개신교 신자들의 이런 반사회적인 폭력 행위가 개신교 교리에 위배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공표해 신자들을 올바로 인도해야 할 책무가 있다.’ 

‘고린도전서’에 새겨진 바울의 사랑을 품어야 한다. ‘내가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전할 수 있어도, 산을 옮길 만한 완전한 믿음을 가졌다 해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어거스틴은 ‘천사를 악마로 바꾸는 것은 교만이고, 악마를 천사로 바꾸는 것은 겸손’이라고 했다. 천사도 사랑이 없으면 악마다. 

개신교는 지금이라도 ‘훼불 회개 기도회’를 열어야 한다. 적어도 향후 10년 동안 정기적으로 개최해야 한다. 그 자리서 바울의 사랑을 전하며 이웃 종교의 존중을 설파하라. 극단에 치우친 신도들의 의식도 달라질 것이다. 사과·유감의 뜻을 전하는 것만으로는 훼불은 근절되지 않는다.

[1635호 / 2022년 6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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