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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원각사 주지 안도 스님

“연인들 서로 손 잡고 자연스레 들어서는 ‘편안한 절’ 가꿔갈 터!”

중·고교 때 ‘불교무예’ 관심
양익 스님 ‘금강영관’ 사사

초라한 암자 1000일 기도
10년만에 1만평 부지 확보

푸른 바다 품은 천혜절경
차·무예·명상 ‘큰 인기’

낡고 작은 건물 손보며
다실·북카페 오픈 준비

차밭 확대·‘차문화원’ 건립
‘불무도 성지화’에도 역점

산사 직행 도로 10월 완공
인파 급증…새 도약 발판

“욕망 덜고 불편 감수해야
기후위기 시대 극복 가능”

대원각사 주지 안도 스님은 “절 주변에 꽃나무도 더 심고 가꿔 산사의 정취를 더할 것”이라며 “차밭을 더 확보한 후에 차 강의와 명상을 할 수 있는 ‘차 문화원’도 세울 예정”이라고 전했다.사진=주영미 기자 

‘…숲은,/ 밤에 찬란히 이는 머리 위 하늘의/ 별들이 내려주는 촉촉한 이슬에/ 지혜가 늘고// 갑자기 때로 불어치는/ 바람과 비바람과 폭풍과 번갯불의 시련에/ 의지가 굳는다// 숲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쓰다듬어 애무하며/ 숲은 늘 위로 들어 소망하고/ 고개 숙여 명상한다. 무릎 꿇어 기도한다// 언제나 먼/ 푸른 바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총총하고 장엄한/ 별이 박힌 하늘에로 푸른 꿈을 꾼다…’(박두진 시, ‘숲’에서)

장산(萇山·634m) 7부 능선에 자리한 절이 내어 준 작은 쉼터에 앉아 눈을 감는다. 숲을 채우고도 넘쳐난 솔향을 들이마시고, 뇌 속에 낀 찌꺼기가 모두 씻겨진 듯 머리가 맑아질 즈음, 가만 눈을 뜨면 녹색 넘실거리는 차밭이 진한 녹차 한 잔을 우려낸다. 고개를 조금만 더 들어 시야를 넓혀가면 부산 해운대 앞의 푸른 바다와 광안대교, 마린시티의 초고층 아파트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맑은 날이면 거제도와 대마도도 품을 수 있다. 천혜의 절경이다. 

서산에서 넘어오는 노을빛에 너무 취할 거 없다. 밤 깊을수록 더 많이 돋아나는 별과 맑아지는 달이 내리는 빛에 마지막 남은 시름 한 조각마저 산산이 부서질 터이다. 박두진 시인의 ‘숲’을 꼭 빼닮은, ‘푸른 바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도 별이 박힌 하늘’을 바라보며 푸른 꿈을 꾸게 하는 ‘특별한 숲’을 조성한 장본인은 대원각사 주지 안도(岸度) 스님이다.

진주 남중학교 인근에 금선암이 있다. 그 암자에 당시 ‘불교계 3대 무술 고수 스님(양익·종인·허주)’의 한 명인 종인 스님이 주석하고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금선암으로 올라가서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살다시피 하며 종인 스님이 전하는 무예를 익혔다.

누나가 자주 올라오곤 했는데 그건 “이제 집으로 돌아오라”는 부모의 뜻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내려가지 않았다. 운동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집보다 절이 그냥 좋았더랬다.

혼자 수행하겠다고 해인사 말사인 은적사로 향한 적도 있다. 절 살림 뒤져보니 약간의 묵은쌀이 전부였다. 솥뚜껑 위에서 볶아 묵은내 날린 쌀로 허기를 채워가며 며칠을 견뎠지만 더는 무리였다. 주머니에 넣은 한 줌의 쌀을 먹어가며 한밤중에 6시간을 걷고 뛰어 금선암에 닿았다. 부모님은 그즈음 아들이 불연과 맺어질 것임을 직감했다. 

종인 스님은 “대가가 되려면 큰 스승 세 분의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며 청년을 범어사 청련암의 양익 스님에게 보냈다.(1984) 당시 양익 스님은 정적인 명상호흡과 동적인 무술을 접목한 ‘불교 금강영관(金剛靈觀)’을 체계화하고 있었다. 거사 신분으로 금강영관 수련에 전념하고 있는데 지금의 사형인 무구 스님이 일렀다. 

“스님으로서의 품위를 갖추고 무예를 익혀야 하네. 해인사 강원에 들어가려 하던 참인데 가야산으로 함께 가지 않겠나?”

해인사 행자로 입방했다.(1985) 그런데 행자 생활을 다 마치기도 전에 군 영장이 날아들었다. 사병으로 입대해 중사로 제대하고는 다시 해인사 행자로 입방하여 그해 10월 조계종 행자교육 제1기로 사미계를 수지했다.(1991) 이후 은사인 양익 스님이 2006년 좌탈입망하기 전까지 금강영관을 사사했다. 

거사에서 승려로 거듭난 제자에게 양익 스님은 무엇을 당부했을까?

“스님으로서 너무 잘하지도, 못하지도 말라고 하셨습니다. 매사 극단에 치우치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돌이켜 보면 하심(下心)을 하는 것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배려심 깊은 자비로운 은사 스님이셨습니다. 제자를 찾을 때도 방 앞까지 안 오시고 담 밖에서 부르곤 하셨습니다. 그러나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금강영관을 뽐내면 호되게 야단치셨습니다. 혹여라도 수행이 아닌 무예로 빠질까 염려하셨던 겁니다.”

대원각사 내 금강영관 수련장에는 양익 스님이 안도 스님에게 써준 ‘심신일여(心身一如)’를 판각한 현판이 서 있다. 금강영관의 핵심일 것이다.
 

금강영관(불무도) 성지화로 거듭날 예정이다.
금강영관(불무도) 성지화로 거듭날 예정이다.

“금강영관을 대중화하려 불무도(佛武道)라 칭했지만 단순한 무예가 아닙니다. 몸과 마음을 둘이 아닌 하나로 인식합니다. 몸·마음·호흡의 조화를 통해 내면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봄으로써 궁극의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즉신성불(卽身成佛)을 지향한 관법수행(觀法修行)입니다.”

유연성과 호흡을 중요시하는 요가적 요소가 금강영관에도 있지만 둘은 확연하게 다르다. 금강영관은 근력을 중대시하기에 요가 보다는 더욱더 역동적이다. 호흡은 안정적인 들숨과 날숨의 수식법을 전하는 ‘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에 기초한다. 무예에 치중한 소림사 무술과도 다르다. 무예가 아닌 관법에 방점을 찍은 수행법이기 때문이다. 
“정진력의 한 축이 정신력이지만 원천은 몸에 축적된 에너지입니다. 금강영관은 그 에너지를 생성, 활성하는데 탁월합니다. 위파사나, 간화선 등에 매진하는 수행자가 금강영관을 겸하면 삼매에 이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대원각사의 ‘달빛 금차’
6600㎡(2천평)의 차밭이 조성돼 있다.
6600㎡(2천평)의 차밭이 조성돼 있다.

대원각사는 다도(茶道)를 체험하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6600㎡(2000평)의 녹차밭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 찻잎을 따서 덖고 우려내어 맛볼 수 있다.

“차는 머리를 맑게 하고, 졸음을 물리치며, 피로를 풀어주고 흐트러진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기에 심신을 다스리는데 뛰어납니다. 옛 선지식이 차를 가까이한 것도 수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물질적 음료’에서 ‘깨달음의 음료’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다선일여(茶禪一如)’ 정신이 창출되었는데 마조, 조주 스님이 선도했지요. 차향에 담긴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 정신을 절을 찾는 대중과 함께 이어가려 합니다.”

작고 낡은 집들을 조금씩 손보고 있다. 다실과 북카페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암자라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허름했던 대원각사와 인연이 닿은 건 2009년. 땅 한 조각이라도 매입해야 했는데 녹록지 않았다. 불사금도 여의치 않았지만 땅 주인이 기독교인이어서 더욱 난항을 겪었다. 천일기도에 들어갔다. 부처님 가피가 있었던 것일까? 토지 매입이 조금씩 이뤄지기 시작했다. 

절 주변에는 식당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등산객을 상대로 개와 닭을 잡고 있었다. 그 특유의 ‘누린내와 비릿한 냄새’가 도량 안으로까지 풍기니 수행하겠다고 온 스님들조차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하산했다. 크고 작은 건물들을 형편 닿는 대로 매입하며 차밭을 넓히고, 공양간을 만들고, 금강영관 수련장을 조성했다. 그리고 이제 남아 있던 작은 건물을 손수 리모델링 하며 북카페 열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절 땅은 3만3000㎡(1만평) 정도 됩니다. 이 부지를 확보하는 데 10년 걸렸습니다. 제가 구상한 계획상으로는 30% 진행됐습니다. 절 주변에 꽃나무도 더 심고 가꿔 산사의 정취를 더하려 합니다. 차밭을 더 확보한 후에 차 강의와 명상을 할 수 있는 ‘차 문화원’도 세울 예정입니다. 그리되면 대원각사는 4개의 구획으로 나눠집니다. 맨 위쪽은 대웅전을 중심으로 한 신행공간, 중간은 차밭, 아래의 왼쪽은 금강영관 전문 수련공간, 오른쪽은 북카페를 중심으로 한 차 문화 공간이 자연스레 형성됩니다.”
 

천혜절경을 품은 산사다.

대원각사의 템플스테이는 이미 전국적으로도 정평 나 있다. 차·무예·명상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템플스테이와 별도로 차 체험과 금강영관 수련, 달빛 걷기 명상 등의 단독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대원각사의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앞으로 더 활기를 띨 전망이다. 숙원불사의 하나였던 ‘길’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다. 현재는 차량을 이용하여 절에 오르려면 부대를 거쳐 신분증까지 맡겨야만 했는데 곧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부대에서 절로 이어지는 단독 도로가 나기 때문이다. 예정대로 이 도로가 10월 완공되면 절승(絕勝)을 품은 산사를 찾는 인파는 급증할 게 분명하다. 
 

등산객에게 내어 준 쉼터.
등산객에게 내어 준 쉼터.

전망 좋은 쉼터에는 늘 커피와 따듯한 물이 있다. 산을 찾은 사람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며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져보라는, 절이 내어 준 작은 마음이다. 그런데 컵이 없다.

“처음엔 1회용 종이컵을 제공했습니다. 호응이 좋았는데 문제는 주말만 지나면 엄청난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대중과의 논의 끝에 ‘녹색 사찰’을 선언하고 과감하게 종이컵을 뺐습니다. 볼멘소리가 들려왔지만 두어 달 지나면서부터 등산객 스스로 컵을 준비해 옵니다. 이것만으로도 절 쓰레기가 10분의 1로 줄었습니다. 신도님들에게도 떡이나 과일 등을 담아 갈 수 있는 ‘바구니’를 갖고 오시라 당부드렸습니다.”

최근 부산불교환경연대가 창립됐다. 광주전남·울산지부에 이어 세 번째인데 안도 스님이 상임대표를 맡았다.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맑고 아름다운 부산을 만들어 가자”고 호소했다.

“현재 인류가 안고 있는 공동의 심각한 문제가 환경파괴라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인간의 극단적인 탐욕이 인류를 절박한 위기로 몰아세웠습니다. 인간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틀을 구축해야 합니다. 연기관점에서 보면 자연과 인간 사이의 생태 시스템을 어렵지 않게 통찰할 수 있습니다.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바위 하나가 지구를 구성하는 지중한 존재들입니다. 작금의 환경오염과 파괴를 간과하면 인류문명은 무너집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자연물이 각기 나름대로 고귀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가 욕망을 조금 더 덜고 불편함을 감수하면 자연은 그만큼의 생기를 되찾을 겁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기후위기 시대를 넘으려는 부산불교환경연대의 행보가 기대된다. 아울러 심신수련에 적합한 최상의 조건을 갖춰가고 있는 대원각사가 대중에게 어떤 산사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했다.

“다정한 연인이 서로 손잡고 자연스레 들어서는 ‘편안한 절’로 기억되기를 소망합니다.”

나병춘 시인의 ‘사월 숲에서’ 한 대목이 스쳤다.

‘들숨과 날숨의 교차로/ 숲은 숨이다/ 숲 그늘에 앉아/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조용히 눈감고 숨을 놓아 보아라// …// 그곳에 상큼한 향내가 풍기고/ 푸른 잎새 나비들이 춤춘다/ 내 앙가슴에서 아련히/ 노래가 솟는다.’

안도 스님의 푸른 꿈이 돋아나는 산사에서 조용히 눈 감아 보시라. ‘내 앙가슴’에서도 아련했던 노래가 솟을 것이다.

채문기 상임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안도 스님은
양익 스님을 은사로 출가득도했다. 동국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국대 선학과 외래교수, 동명대 외래교수, 경상대 경찰경호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세계금강승불무도협회 총재, 사단법인 금강영관 대금강승문 이사장, 부산 장산 대원각사 주지를 맡고 있다.

[1635호 / 2022년 6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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