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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초기 대승경전의 제작과 유통자

대승 기원은 불탑 신앙 아니라 불탑 속 경전 의례

‘약시경전소재지처 즉위유불’ 재해석…봉안된 대승경이 핵심
불교 전통서 우바이·우바새도 단지 불교 믿는 사회집단 아냐
비승비속 존재로 산 ‘고민’…재가 고행자나 법사 역할 담당해

1966년 석가탑 해체 조사 장면.
1966년 석가탑 해체 조사 장면.
1966년 석가탑 해체 조사 장면.
1966년 석가탑 해체 조사 장면.
석가탑 2층 탑신 내부에서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의 이름은 ‘법화경’의 ‘견보탑품’에 등장하는 석가모니와 다보불의 만남에서 연유한 것이다. 그러나 석가탑의 원래 명칭이 ‘무구정광탑’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들 두 탑의 의미가 재조명되고 있다. 
석가탑 2층 탑신 내부에서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의 이름은 ‘법화경’의 ‘견보탑품’에 등장하는 석가모니와 다보불의 만남에서 연유한 것이다. 그러나 석가탑의 원래 명칭이 ‘무구정광탑’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들 두 탑의 의미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는 초기불전에서부터 미륵보살이나 석가모니불의 전생을 보살이라는 용어로 부르고 있음을 보았지만, 이제 특정한 인물과 관련해서만 사용된 보살이란 용어를 보다 보편적 맥락에서 확장해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대승의 보살 관념의 주된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대승의 기원을 재가자와 출가자, 불탑신앙, 대승경전의 편찬과 관련해서 설명하려는 현대불교학자들의 관점을 간단히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서 여전히 학계에서 많은 흥미로운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는데, 이하에서는 천상적 보살의 문제와 재가-출가의 문제 그리고 불탑신앙과 경전의례라는 중요한 주제를 다시 요약해 보겠다. 이를 통해 히라카와(平川)설이 다시 새로운 각도에서 재조명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하면 좋을 것이다. 

대승경전이 초기불전이나 아비달마 불전과 구별되는 가장 커다란 점은 많은 천상적 보살(celestial bodhisattva)의 등장일 것이다. 그들이 오래된 대승경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CE.170년대 최초로 한역된 대승경전에서 수많은 보살의 명칭이 나온다는 사실에 의거해서, 우리는 대승경전의 성립 초기에 이미 천상적 보살의 이념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쇼펜(Schopen)은 고고학적 자료를 사용해서 대승이나 천상적 보살의 명칭이 CE.3세기 이전의 비문에서 거의 발견되고 있지 않으며, 단지 5세기 이후 굽타왕조 시기의 많은 명문(inscription)에서 ‘대승의 추종자’하는 표현이 나온다는 사실에 의거해서 대승의 존재는 CE.3세기 이전에는 제도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널리 인정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초기대승은 소수자에 한정된 비의적인 종교운동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하나의 예외는 CE.3세기 히따(Hidda) 지역에서 카로슈티 문자로 쓰인 명문에서 발견되는 아미타불의 명칭이다. 

그렇지만 사상적인 측면에서 볼 때 위의 아미타불이 명시된 명문에서 ‘모든 중생이 열반을 얻기 위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는 대승의 이념과 동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명문에서뿐 아니라 굽타왕조 초기로 비정되는 명문에서도 ‘일체 중생이 위없는 지혜를 얻기 위해’라는 표현이 나타나며, 나아가 이런 관념은 이미 CE.104년으로 비정된 쿠샨왕조 후베스카(Huveṣka) 왕의 재위시기에 마투라 지역의 브라미 문자로 쓰인 비문에서도 나타난다고 보고되고 있다. 내용적으로 대승의 아이디어와 유사한 표현이 발견된다면, 비록 비문자료에서 확인되는 직접적인 대승적 용어가 드물다고 하더라도 이미 대승적 성격을 반영하고 있다고 간주될 수 있다. 앞서 보았듯 바저르 사본에서 대승경전이 다른 비대승 문헌과 함께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불교승원에서 대승경전이 필사되고 수지되고 유통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일 것이다. 따라서 경전자료에 대한 일면적인 의존이 불교공동체 내에서 대승의 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저해하듯이 비문자료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음으로 대승의 기원 문제에서 재가-출가의 역할을 보자. 히라카와는 대승이 기본적으로 재가에 기원을 둔 종교운동이며, 그 운동은 불탑신앙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고 주장했고, 그의 주장은 방대한 자료에 근거한 그의 논증 때문에 이후 학계의 주류가 되었다. 그렇지만 그의 두 가지 전제는 특히 서구학자들에 의해 집중적으로 비판되었다. 
예를 들어 해리슨(Harrison)과 나티어(Nattier) 등은 ‘반주삼매경’이나 ‘욱아장자경’과 같은 초기대승경전에서 고행자의 이상이 강조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런 점에서 대승은 재가자들에 의해 주도된 종교운동이 아니라 오히려 초기불교의 고행전통으로의 복귀를 보여준다고 간주하고 있다. 

초기대승경들이 고행의 이상을 찬양하고 있고 더욱 ‘욱아장자경’에서 욱아(Ugra)장자가 마지막에 출가자가 된다는 것은 분명 전통적인 승원의 이념을 따르는 것이지만, 그는 재가자로서 고행의 이념에 따라 수행했다고 한다면 고행전통의 찬양을 출가와 연결시키기보다는 차라리 ‘본생담’의 모델에 따른 보살의 정체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유마경’이나 ‘승만경’ 등의 유명한 대승경전에서는 재가자의 상황이 오히려 대승의 무집착의 실천에 적합한 것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그리고 ‘보적경’에 속한 49경의 주인공들에서 출가자와 재가자의 비율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도 초기 대승운동에서 적어도 재가가 출가에 못지않은 역할을 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여기서 고려할 점은 재가자의 범위이다. 불교전통에서 재가자는 우바이와 우바새로서 근주자(近住者)로 한역되며, 승가를 구성하는 4부대중에 포함된다. 그들은 삼보에 귀의하고, 또 추가적으로 5종의 학처를 준수한다고 정의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들은 인도사회에서 단지 불교를 믿는 사회집단이 아니라 승원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살아가는 그룹이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불교공동체에서 재가와 출가의 두 측면을 모두 갖고 있는 또 다른 ‘고민(gomin)’의 범주가 주목될 가치가 있을 것이다. 고민(gomin)은 4부와 8부 대중의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 불교가 인도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발전했던 이후에 출현했던 그룹일 것이다. 그들은 출가자는 아니지만 승복을 입고 범행(梵行)을 행했다고 서술되는데, 불교사에서 짠드라키르티(月稱·Candrakīrti, 약600~650)와 동시대의 짠드라고민(Candragomin, gomin은 소의 소유자로 재가자를 의미)이 이를 대표하는 인물일 것이다. 이런 비속비승의 인물들이 승원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활동했다면 그들이 욱아장자처럼 처음에는 재가자로서 고행하다가 후에 출가보살이 되고, 또는 ‘반야경’의 상제(常啼)보살과 같은 재가의 고행자나 담무갈(曇無竭)보살과 같은 법사 역할을 담당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대승의 기원은 불탑신앙 자체가 아니라 불탑 속에 보관된 경전의례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다. 이는 쇼펜에 의해 ‘금강경’ 등의 대승경전들에서 사용된 ‘저 대지의 장소가 진정한 불탑으로/불탑처럼 되었다’라는 정형구에 대한 검토에 의해 처음으로 제기되었다. 이 정형구는 구마라집의 ‘금강경’에서 약시경전소재지처(若是經典所在之處) 즉위유불(卽爲有佛)로 번역되어 금강경이 보관된 장소는 불탑이 붓다가 존재하는 장소라는 의미를 주고 있다. 여하튼 쇼펜은 그 장소가 ‘진정한 불탑’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불탑에 보존된 대승경이 문제되는 것이지 불탑 신앙 자체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후 대승의 발생을 경전제작 및 이와 관련된 필사와 문자의 사용에서 찾으려는 곰브리치 등의 주장이 나타났지만, 초기대승경전이 암송에 의해 전승되었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는 등 현금 불교학계에서 이 주제는 여전히 뜨거운 주제의 하나이다. 

안성두 서울대 철학과 교수 sdahn@snu.ac.kr

[1636호 / 2022년 6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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