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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중증장애인과 부모도 편히 사는 세상 만들어야”

  • 사회
  • 입력 2022.06.14 19:26
  • 수정 2022.06.15 14:16
  • 호수 1637
  • 댓글 2

조계종 사노위, 6월14일 삼각지역 분향소서 추모기도회
“발달·중증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보장 정책 촉구”

어두운 개찰구 앞, 무겁게 울려 퍼진 목탁소리는 가족을 잃은 참담함을 감싸는 듯했다. 몸이 불편한 아들을 생각하며, 고통 속에 삶을 포기한 이들을 추모하며 간절히 나무아미타불 염불하는 이들의 모습에 지나가던 행인들도 자리에 멈춰 눈시울을 붉혔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스님, 이하 조계종 사노위)가 6월14일 삼각지역 1번 출구 계단 아래 설치된 분향소에서 삶에 지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장애인과 가족들을 추모하는 ‘발달·중증장애인과 함께 돌아가신 가족들을 위한 추모기도회’를 봉행했다. 이날 기도회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발달·중증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으로 봉행된 이날 기도회는 5월23일 서울 성동구에서 어머니가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진 사건에서 비롯됐다. 연대 관계자에 의하면 60대 부모가 중증장애를 앓던 30대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 등 최근 3년간 11건(2020년 3건, 2021년 4건, 2022년 4건)의 장애인가족이 비극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장애인가족에 대한 정부차원의 권리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에 5월26일부터 7월10일까지 서울 삼각지역 1번 출구, 수원역 수인분당선 환승센터, 세종시 장차연 사무실, 경상남도청 정문 등 전국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정부에 발달·중증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보장과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사노위원장 지몽 스님은 기도에 앞서 “5월23일 6살 발달장애인 아들을 품안에 안고 생을 마감한 모자와 최근 연이은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극단적 선택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위로·극락왕생을 기도하는 자리”라며 “추모를 넘어 발달장애인과 가족 분들의 고통이 사회공동체 문제임을 인식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 갈 수 있도록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추모기도를 진행한 조계종 사노위 스님들과 장애인 가족들은 혜문 스님이 대표로 봉독한 발원문을 통해 “발달, 중증장애인 가족들은 끝없는 돌봄에 몸과 마음이 지쳐 죽음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그동안 우리사회가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아픔을 헤아려주지 못한 어리석음을 참회한다”고 밝혔다. 이어 “25만명이 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더 이상 비극적 선택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들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장애인 권리보장과 24시간 지역 돌봄시스템이 구축되길 발원한다”고 밝혔다.

스님의 목탁소리에 맞춰 함께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며 고인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한 참석대중들은 더 이상 이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하지 않길 눈물로 기도했다. 참석자들은 추모 기도를 마친 뒤에도 사노위 스님들과 함께 지하철 출입구 주변을 돌며 정부차원의 법제정 및 적극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뇌병변장애를 겪고 있는 아들을 생각하며 기도했다는 최버들(51) 어머니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처음 분향소를 마련했을 때 3개였던 영정사진이 6개로 늘었다”며 “저 사진 중 하나가 우리가족이 됐을 수도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하루빨리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 우리 아들도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서울 강서갑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서울 강서갑 국회의원

이날 추모기도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서울 강서갑 국회의원은 “현 상황을 인식하고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24시간 돌봄시스템 구축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며 “여야 국회의원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발달장애 가족 참사 관련 결의문을 직접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 가족분들이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예측 가능한 내일이 오고, 행복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37호 / 2022년 6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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