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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암사 동암 수좌 연관 스님, 산하대지 품으로 돌아가다

  • 교계
  • 입력 2022.06.20 00:33
  • 수정 2022.06.20 13:11
  • 호수 1638
  • 댓글 2

6월17일, 조계총림 송광사 부산분원서 영결식
수경·도법 스님 등 제방 스님 100여 명 동참
말기암 투병에도 약물 거부…번역·정진으로 회향 
사부대중 300명 마지막 길 배웅…통도사서 다비

“낙동강을, 한강을, 금강을, 영산강을, 섬진강을/ 성큼성큼 백두대간을 이 나라 산경도의/ 쭉 뻗은, 구불거리는 정맥들의 산길을/ 저 먼 히말라야를, 위아래 없는/ 불법 세상의 수미산을 펼치며 걸어가시던/ 맑고 밝은 순례자/ 스님의 발자국을 기억합니다/ 텁수룩한 수염을 기억합니다/ 벌써 보고 싶습니다 연관 스님” - 박남준 시인 조시 ‘날개를 띄운 큰 별 하나’ 中

청초한 녹음이 드리운 승학산 자락의 조계총림 송광사 부산분원 관음사 수광보전에 영결식장을 알리는 담백한 글씨체의 한글 현수막이 나부꼈다. 고요한 도량에서 누군가는 ‘죽창수필’을 다시 펼쳤고, 또 누군가는 ‘왕생집’을 읊조렸다. 수좌의 깨어있음을 고하는 죽비 소리만 쟁쟁하게 허공을 퍼져나갔다. 

전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으로 후학 양성에 진력하는 한편 운서주굉 대사의 저서 번역과 불교의 생명 평화 운동에도 앞장서 온 봉암사 동암 수좌 연관 스님의 영결식과 다비식이 엄수됐다.

연관 스님 장의위원회는 6월17일 조계총림 송광사 부산분원 관음사에서 ‘연관 스님 영결식’을 봉행했다. 이날 법회에는 평생 스님과 함께 정진해 온 수경, 도법 스님을 비롯해 충주 석종사 조실 혜국, 조계종 고시위원장 수진, 전 직지사 주지 법등, 직지사 중암 회주 도진, 봉암사 주지 진범 스님과 실상사 화엄학림 출신의 스님들을 비롯해 제방 각지의 스님 100여 명, 생명 평화 운동에 함께해 온 종교인, 시인, 관음사 신도 등 사부대중 300여 명이 동참했다. 실상사 작은학교 이사장 법인 스님의 사회, 한국전통의례전승원 학장 정오 스님의 집전으로 진행된 법회는 명종, 개식, 삼귀의례, 영결법요, 행장 소개, 추도입정, 영결사, 영결법어, 추도사, 조사, 헌화, 인사 말씀 등으로 진행됐다.

이날 장의위원장을 맡은 관음사 회주 지현 스님은 영결사에서 “스님께서는 코로나바이러스로 격리 중 말기암이라는 진단을 받고는 죽음이 벼락처럼 확연하게 마음에 와닿는 깨달음으로 임종의 때가 온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셨다”며 “관음사에 오셔서 고요히 원적을 보이심은 저희들의 복운”이라고 추모했다.

석종사 조실 혜국 스님은 영결 법어에서 “수경 스님, 도법 스님 그리고 스님이 다 함께 원력을 세워 걸었던 이 산하에 남기신 발자취는 참으로 귀한 걸음으로 남아 있으며 죽음을 받아 들이는 스님의 그 모습은 우리 도반들 가슴에 많은 울림을 주고 있다”며 “원력을 세우고 발심, 발심, 재발심하는 길이 사문의 길임을 새기며 부디 성성적적, 적적성성하시길 염원한다”고 전했다.

봉암사 주지 진범 스님도 추도사에서 “오래전 백장암 시절부터 깊은 인연이 되어 후학인 제게 탁마의 길을 짚어주셨으며 수좌로서 삶을 묵묵히 익히게 해주신 어른”이라며 “지난 동안거를 지나 다시 맞은 이번 여름 안거에도 스님의 자리는 늘 당당했고 함께 하는 대중들에게는 특별한 힘을 주셨으며 존재감만으로도 충일한 모습이셨다”고 회고했다. 이어 스님은 “안거 기간 동안 정진하는 대중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스님의 간곡한 유지에 따라 이곳 관음사에서 정성껏 분향소를 마련해주시고 영결식을 봉행해 주셨다”며 “스님의 영결식을 봉암사에서 봉행하지 못한 것은 오직 소납의 허물”이라고 밝혔다.

스님을 기리는 재가불자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박남준 시인은 직접 쓴 조시를 읊으며 눈물로 스님을 기렸다. 이원규 시인도 조시를 써 스님을 떠나보내는 절절함을 담았다. 

임종 직전 스님의 주치의를 맡은 백승완 관음사 신도회장은 “극심한 통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스님의 뜻에 따라 마지막 가시는 길에도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위의를 갖추고 여법하게 임종을 맞이하는 스님을 보며 참 수행자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직지사 문도를 대표해 도진 스님은 인사말씀에서 “연관 스님의 병환을 지켜봐 주시고 살펴주신 관음사 대중과 지현 스님께 감사드린다”며 “저희들이 연관 스님을 잘 보살피지 못해 세연을 빨리 마치신 것이 아닌가 싶어 괴로운 마음으로 참회한다”고 밝혔다. 

영결식 후 스님의 법구는 영축총림 통도사 다비장으로 이운됐으며 사부대중의 “불 들어갑니다!”라는 외침 속에서 지수화풍으로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스님은 1949년 8월4일 경남 하동군 진교면에서 태어났다. 1969년 1월15일 금강사에서 우봉 스님을 은사로, 병채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했으며 같은 해 통도사에서 월하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재적본사는 조계종 제8교구본사 직지사다.

1981년에서 1984년에 걸쳐 직지사 황악학림에서 관응 대강백을 강사로 경율론 삼장을 연찬한 후 경학에 매진하며 수행정진했다. 이후 1989년부터 1994년까지 직지사, 김용사 승가대학 강사를 역임했다.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조계종 최초 승가전문교육기관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을 역임하며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또 2002년 희양산 봉암사 선원을 시작으로 기기암, 칠불사, 벽송사, 백양사, 대흥사, 태안사 등 제방 선원에서 40안거를 성만했다.

2000년에는 환경단체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에서 시상하는 제6회 풀꽃상을 수경, 도법 스님과 공동수상하기도 했다. 2001년 2월, 생명평화를 위한 백두대간 1500리를 종주했으며 2008년 한반도 대운하 반대 순례단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에 참가했다.

특히 스님은 명나라 4대 고승이며 중국 정토종 제8대 조사인 연지대사 운서주굉 스님의 저서 번역에 매진해 왔다. 1991년 운서주굉 스님의 ‘죽창수필’을 시작으로 ‘금강경간정기’ ‘선관책진’ ‘선문단련설’ ‘왕생집’ ‘불설아미타경소초’ 등을 연이어 번역, 발간했다. 그 외에도 근현대 선지식 용악 스님, 학명 스님의 일대기와 글 등을 정리한 ‘용악집’과 ‘학명집’을 집필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조계종 표준 금강경’ 편찬에도 참여했다.

말기 암 선고를 받고 투병 중에도 봉암사 동암에 주석하며 번역과 정진에 열정을 다한 스님은 6월15일 조계총림 송광사 부산분원 관음사에서 세수 74세, 법랍 53세로 원적에 들었다. 

한편 스님의 49재는 6월21일 조계총림 송광사 부산분원 관음사에서 봉행되는 초재를 시작으로 2재는 6월28일 부산 관음사, 3재는 7월5일 남원 실상사, 4재 7월12일 광주 무각사, 5재는 7월19일 충주 석종사, 6재는 7월26일 김천 직지사, 막재는 8월2일 봉암사에서 봉행된다.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638호 / 2022년 6월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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