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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관음사, 연관 스님 번역 ‘만선동귀집 강의’ 출판 봉정식 봉행

  • 교계
  • 입력 2023.09.20 17:13
  • 수정 2023.09.20 17:51
  • 호수 1698
  • 댓글 0

9월18일, 경내 원통보전
번역 마친 뒤 말기암 진단
원적 후 1년3개월 만에 결실
“선교 회통한 정토 수행의 지침서”

전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 연관 스님이 원적에 들기 전 혼신의 원력으로 번역을 마친 ‘만선동귀집(萬善同歸集) 강의’가 스님의 유지를 기리는 사부대중의 원력으로 출간됐다. 

조계총림 송광사 부산분원 관음사(회주 지현 스님)는 9월18일 경내 원통보전에서 ‘연관 스님 번역 ‘만선동귀집 강의’ 출판기념 봉정 법회’를 봉행했다. 이 자리에는 전 조계종 어산종장 동주원명 스님을 비롯해 관음사 회주 지현, 실상사 작은학교 이사장 법인, 관음사 선덕 도일 스님 등 제방 대덕 스님들이 참석해 스님의 법향을 기렸다.

또 이미현 사유수 출판사 대표, 연관 스님의 속가 가족, 무진선원 무진보리합창단, 관음사 신도 등이 참석해 출판 봉정의 뜻을 함께했다. 법회는 삼귀의례, 육법공양, 봉정, 헌화, 창혼, 추모 입정, 반야심경, 경과보고, 축사, 인사 말씀, 축가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만선동귀집’은 1500년 선종사에서 가장 해박한 선사로 꼽히는 중국 송나라 법안종의 영명연수(永明延壽, 904~975) 선사가 찬술한 내용으로 선교일치의 입장에서 쓴 불교개론서다. 특히 모든 선(善)은 궁극적인 진리로 돌아간다고 설하며 선(禪)과 염불을 함께 닦을 것을 권장, 염불선(念佛禪)의 터전을 확립한 책이기도 하다. ‘종경록’, ‘주심부’와 함께 영명연수 선사의 대표 저술로 손꼽힌다. 

연관 스님이 번역한 ‘만선동귀집 강의’는 영명연수 선사의 ‘만선동귀집’을 대만의 선지식 석성범(釋性梵, 1920~1997) 선사가 강의한 내용이다. 유고집으로 남은 번역서가 스님의 원적 후 1년3개월여 만에 총 3권의 책으로 출간된 것이다.

관음사 회주 지현 스님은 “15년 전 즈음 대만에서 성범 스님의 강의가 담긴 ‘만선동귀집’을 구했을 때 참 귀한 보석을 만난 심정이었다”며 “직접 번역하기에는 실력이 모자라 여러 스님께 권했지만 찾지 못하던 중 연관 스님께서 번역을 맡아주셨고 스님께서는 이 책으로 자신의 수행관이 새롭게 정립되었다고 말씀하실 만큼 몇 해에 걸쳐 번역에 매진해 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스님은 “번역이 끝날 무렵인 지난해 4월 말 암 진단을 받으신 스님은 모든 치료를 거부하신 채 관음사에서 원적에 드시기까지 모든 모습이 존경스러웠고 아름다우셨다”며 “오늘 스님의 생신을 맞아 좋은 인연으로 출판 봉정하게 된 만큼 이 책을 계기로 궁극에는 모두 정토왕생하길 염원한다”고 밝혔다.

법회에 참석한 스님들도 한 목소리로 연관 스님을 추모하여 출판 봉정의 뜻을 나눴다. 전 조계종 어산종장 동주원명 스님은 “생전 이 책이 나왔다면 더없이 기뻐했을 연관 스님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며 “선과 교를 두루 오랫동안 수행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 주신 스님의 마지막 번역서를 저 자신부터 읽으며 영명연수 선사의 가르침을 새기고 수행의 지침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관음사 선덕 도일 스님도 “만선, 즉 온갖 선행이라고 하면 모든 좋은 일을 뜻하고, 동귀는 모두 아미타불에 귀결된다는 뜻으로 정토 불교의 수행자들에게는 필독서와 같은 책”이라며 “연관 스님의 원력으로 우리나라에도 다시 알려지게 되어 무척 기쁘고 앞으로 한국불교가 더욱 발전하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실상사 작은학교 이사장 법인 스님 역시 “스님께 화엄경을 배우던 시절 해주신 법담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며 “평생 영명연수 선사의 삶을 따르고자 했던 스님의 삶은 그대로 선사와 한 모습이셨고 선과 교, 정토를 원융하시며 사유와 반야로 풀어내신 번역서는 우리 시대 중생의 가슴을 파고드는 문자 사리”라고 강조했다.

이미현 사유수 출판사 대표는 출판의 과정을 소개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 대표는 “이 책은 연관 스님께서 오랫동안 봉암사 선원에 머무시며 해제 때마다 바깥에 나오지도 않으시고 번역에 몰입해 마치신 소중한 결과물”이라며 “탈고 후 병을 알게 되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적에 드신 스님의 빈자리를 지현 스님께서 채워주시며 책의 출간을 위해 힘써주신 덕분에 오늘 이렇게 봉정식을 하게 되어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의미가 깊은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이 이 대표는 “연관 스님께서는 책 머리말에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는 황금인 줄 알고 번역을 시작했다. 번역이 마무리될 즈음 보니 이 책은 황금 이상의 금강석’이라고 쓰셨다”며 “그 귀한 말씀처럼 앞으로 누군가에게 이 책이 소중한 삶의 이정표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발원했다.

관음사에 따르면, 책의 출판에 따른 비용은 전액 한 신도의 보시로 마련됐다. 관음사 회주 지현 스님은 보시한 신도의 원력을 새겨 ‘만선동귀집’ 1000질을 법회 참석 대중과 제방 사찰 등에 법공양하며 그 뜻을 회향했다.

‘만선동귀집 강의’를 번역한 연관 스님은 1949년 8월4일 경남 하동군 진교면에서 태어났다. 1969년 1월15일 금강사에서 우봉 스님을 은사로, 병채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했으며 같은 해 통도사에서 월하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재적본사는 조계종 제8교구본사 직지사다.

1981년에서 1984년에 걸쳐 직지사 황악학림에서 관응 대강백을 강사로 경율론 삼장을 연찬한 후 경학에 매진하며 수행정진했다. 이후 1989년부터 1994년까지 직지사, 김용사 승가대학 강사를 역임했다.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조계종 최초 승가전문교육기관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을 역임하며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또 2002년 희양산 봉암사 선원을 시작으로 기기암, 칠불사, 벽송사, 백양사, 대흥사, 태안사 등 제방 선원에서 40안거를 성만했다. 2001년 2월, 생명평화를 위한 백두대간 1500리를 종주했으며 2008년 한반도 대운하 반대 순례단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에 참가했다.

특히 스님은 선교를 두루 회통하며 한문으로 된 불서의 우리말 번역에 매진해 왔다. 1991년 운서주굉 스님의 ‘죽창수필’을 시작으로 ‘금강경간정기’ ‘선관책진’ ‘선문단련설’ ‘왕생집’ ‘불설아미타경소초’ 등을 연이어 번역, 발간했다. 근현대 선지식 용악 스님, 학명 스님의 일대기와 글 등을 정리한 ‘용악집’과 ‘학명집’도 집필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조계종 표준 금강경’ 편찬에도 참여했다.

스님은 봉암사 동암에 주석하며 2년 6개월여 만에 ‘만선동귀집 강의’ 번역을 마친 뒤 말기 암 선고를 받았다. 진통제도 거부하며 극심한 통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스님은 지난 2022년 6월15일 조계총림 송광사 부산분원 관음사에서 세수 74세, 법랍 53세로 원적에 들었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698호 / 2023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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