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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복지와의 행복한 동행

기자명 최종환

3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대학 졸업 뒤 1990년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당시 열정과 패기가 넘쳤고 못 할 게 없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때였다. 그 시절 종단은 직원의 수도 적었고, 사업 종류와 규모도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특히 사회복지와 관련해서는 종법과 제도가 미비했다. 그렇다 보니 이웃 종교들이 복지 시설 운영과 여러 복지사업으로 지역 단위의 종교 활동을 펼칠 때, 불교가 내세울 만한 것은 많지 않았다. 사찰의 담벼락은 그야말로 높아 보였다. ‘종단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한 역할은 무엇일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고민한 화두는 바로 이 질문이었다.

전통적인 수행 중심의 불교를 뛰어넘어 부처님의 자비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원봉사와 복지를 통한 신행 혁신 운동이 필요했다. 산속에 고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불교가 아닌 대중들의 삶 속에서 생동하는 불교여야 했다. 때마침 정부는 80년대 중반부터 사회복지관을 증설하는 추세였고, 90년대 보육시설 확충 계획과 맞물려 복지관과 보육시설의 민간 위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위탁은 대부분 민간 사회복지법인을 통해서 진행되었다. 사회부 신입 직원은 생각했다. ‘종단의 사회복지 관련 업무를 총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회복지재단을 만들자!’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린다고 했다. 종단 개혁 당시 초보 직원의 기획안을 보시고 총무원장 스님께서 부르시곤 “사회부가 중심이 돼 복지재단을 한번 만들어 보라”고 하셨다. 2년 넘는 고민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곧바로 사회복지재단 설립 준비에 들어갔다. 종단 내 이견이 있는 분들과 논의·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고 정부 부처와 협의하면서 법인 설립 신청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마침내 1995년 2월25일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설립됐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조계종단의 대사회적 활동을 이행했다. 여건 파악을 위해 불교 사회복지 실태조사를 추진했고 8월에는 불교계 곳곳에서 이타행을 펼치던 보살님들과 ‘자원봉사단’을 발족했다. 종단 집행부는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을 종단의 최우선 기조로 내세우면서 불교 사회복지는 크게 탄력을 받았다. 물론 쉬운 일은 없었다. 당시 외부에서 바라보는 불교는 여전히 수행 종교였고, 사회복지 참여나 실천은 낯설게 받아들였다. 그로 인해 때론 타 종교에서 선점한 사회복지 영역에 발을 들이는 것이 힘겹게 느껴졌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법인 운영 복지시설이 1200여 곳에 이르며, 재단 산하 시설만 해도 전국적으로 180여개에 달한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교계 복지법인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며, 운영하는 복지시설들은 전국 사회복지기관 평가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5년엔 대통령 표창까지 받으며 불교가 사회적 회향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인정받았다. 새 복지정책이 입안되거나 제도가 만들어지면 불교에서도 동참하지 않겠느냐며 적극 제안을 해온다. 이는 불교가 자비를 행해온 역사는 부처님 가르침을 시대에 맞게 해석하고 실천해 온 노력의 역사적 총체라고 생각한다.

고도화된 시장경제와 지나친 경쟁으로 인간성의 근간이 되는 관계는 상실되고 있다. 사회가 발달한 만큼 편해졌다곤 하지만 양극화와 가치관의 혼란 그리고 갈등으로 우리들의 삶은 힘들어지고 있다.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이 더욱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나 자신과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 그리고 모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삶이 곧 부처님이 만들고자 했던 세상일 것이며, 불교가 사회복지를 통해 추구하는 지향점일 것이다. 지금의 사회에서 복지를 행하는 것은 자비가 가득한 사회, 곧 정토로 가는 지름길이자 부처님이 지향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중생무변서원도(衆生無邊誓願度). 세상의 모든 중생을 건질 그날까지, 그리하여 불국정토를 이루는 그날까지 불교 사회복지의 길은 계속될 것이다.

최종환 서울시립영등포 장애인복지관 관장
chungpajjang@hanmail.net

[1637호 / 2022년 6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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