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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열린 마음챙김

불교의 명상수행법을 현대적인 방법론과 접목한 많은 수행법, ‘현대적 마음챙김 수행’이라 부르는 수행법들이 알려지고 있다. 서구에도 큰 열풍이 불 정도로 그 수행법은 현대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치유하는 방법으로 각광을 받았으며, 불교를 널리 알리고 보급하는 데도 크게 이바지하였다. 그러한 수행법들이 지닐 수 있는 위험성과 한계에 대한 비판 또한 여러 각도에서 이루어졌다. 로널드 퍼서(Ronald Purser)가 현대적 마음챙김 명상이 ‘맥도날드식 마음챙김(McMindful-ness)’이며 신자본주의를 고착화하는 것이라 비판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우리 한국에도 한편으로는 서구의 열풍에 영향을 받고, 또 전통적인 간화선 수행이 봉착한 미로를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모색으로 위빠사나 수행이 보급되면서 불교의 새로운 수행법에 대한 연구와 보급이 활성화되었다. 현재에도 많은 수행 지도자들이 현대적인 방법론과 접목된 불교 명상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이미 비판적인 논란을 거쳤고, 그런 비판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보완작업을 거쳐 개발 보급하고 있기에 기대 또한 크다.

그렇지만 내면 수행에 치우쳐왔던 불교의 오랜 역사에서 오는 한계성을 완전히 벗지 못한 태생적 한계성 또한 지니고 있으며, 자칫 많은 문제와 폐단을 발생시킬 위험성 또한 지니고 있다. 브라이언 소머스 교수(동국대)가 “현대적 마음챙김 수행이 신자유주의 상품으로 전락했다”(법보신문 제1636호, 6월15일 참조)고 비판한 것 또한 이러한 점들에 대한 우려를 밝힌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불교 수행의 본면목을 잃고 특정 부분만 떼어내 특화한 현대적 마음챙김 수행이 자기라는 틀에 안주하여,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는 힘을 약화하고, 신자유주의에 충실한 자본영성 상품이 되어 버렸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비판은 앞에서 말한 로널드 퍼서의 주장과 같은 관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하기에 이런 비판은 두 측면을 지닌다. 한편에서 보면 이미 보완적 작업을 거쳐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오늘의 마음챙김 수행에 대한 치우친 비난일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는 아직도 태생적 한계를 벗지 못한 현대적 마음챙김 수행의 현실에 대해 충분히 의미 있는 경계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더한다”라는 말이 있다. 추상적인 설명보다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 두 번째 측면을 명확하게 드러내 보기로 하겠다. 한국인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도 자기와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에 대해 배타적으로 증오하는 감정구조를 가진다고 한다. 그리고 그 원인은 남북분단이라는 현실 속에서 북한이라는 존재를 절대적인 적으로 삼아왔던 역사에 있다고 한다. 마음챙김을 통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나와 다른 자에 대한 증오’의 마음을 살펴낼 수 있을까? 있을 것이다. 그러한 마음챙김을 통해 내적인 부조화와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머무르면 그것은 닫힌 마음챙김이라 할 수 있다. 마음과 세상은 본디 둘이 아니라는, 넓은 의미에서의 연기적인 관점에 서야 한다. 마음의 현상에서 다시 세상을 챙겨야 한다. 이 마음이 세상에서 온 것이고, 그 세상은 나 하나에게 그치지 않고 수많은 사람에게 그러한 마음 현상을 일으키고 있으며, 또 나에게도 지속적으로 그런 현상을 일으키고 있음을 알아채야 한다. 그것이 남아 있는 한 많은 사람의 괴로움도, 나의 괴로움도 완전히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을 바로 보아야 한다. 그래서 갈등이 해소된 마음을 바탕으로 그 근본적인 원인을 살피고 나아가 제거하는 흐름을 일으켜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 비로소 열린 마음챙김 수행으로 완성된다.

마음챙김이 세상챙김으로 열려야 한다. 세상을 마음으로 환원하고, 거기서 닫아버리려 해서는 안 된다. 세상을 향해 열리는 마음챙김, 그것이 바로 대승적인 마음챙김이요, 마음 수행에서 불국토건설로 이어지는 참다운 마음챙김 수행이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637호 / 2022년 6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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