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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밭을 가꾸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기자명 혜달 스님

작고 사소한 복에도 감사하고
경작지에 복 심고 가꾸면 행복
주변 인연들에 직·간접적으로
복전 가꾸는 삶 살게 함이 배려

우리는 보통 경제적으로 풍요롭거나 주변사람들로부터 보호를 받고 호의를 받는 사람을 두고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고 말한다.

살기가 빠듯하지만 곁을 돌아볼 줄 알고 버거워하는 이웃과 나누며 살아가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보면, 어떤 사람은 “배울 것이 많은 분이다”하고, 어떤 사람은 “아이고~, 본인처지나 살피지~”라며 염려 섞인 말을 한다. 이처럼 사람들의 가치관은 각양각색이고 살아가는 모습도 천차만별이다.

지인 병문안을 다녀온 후 나는 내가 여전히 걸어 다니는 것에 감사하고 내 삶의 질서를 여전히 유지할 수 있음에 다행이라는 마음이 든다. 

무릎이 아파 잘 걷지 못하거나 걸으면서 아프다는 소리를 연거푸 하는 어르신을 뵈면 성큼성큼 걷는 나의 모습이 얼마나 다행이고 복인지 내심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장례식장을 다녀온 후에는 평소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여전한 숨쉬기에 감사한다. 이제까지 나는 한 번의 호흡에 감사할 줄 몰랐고, 늘 쉬는 숨이어서 당연시 했다. 60줄에 들어서서야 문득 나에게 주어진 생명의 움직임에 관심을 둔다.

지금 누리는 복도 마찬가지다. 내가 누리는 복을 되돌아보고 작고 사소한 복에도 감사하며 살아가는지?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을 소유하고 있는지 아니면 따라 소유한 것인지? 일상에서 점검을 게을리 하면 불필요한 사물 돌보느라 조촐한 삶에서 오는 행복을 스스로 포기해 버리게 된다. 

원하는 것을 이루고 얻고자 아등바등 사는 삶은 진정한 행복이 아닐 것이다.

어른들은 “복이 있을 때 복도 지을 수 있지, 창고가 텅 비면 복을 짓고 싶어도 없어서 못 짓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간소한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하고, 비록 소유한 것들이 내보일만한 것 없고 적더라도 아껴가며 나의 경작지에 복을 심고 가꾸어가야 한다. 그래야 다음 생에 내가 사용할 복이 남아있어서다.

내가 누릴 복은 다 누려 마쳤고, 내 것 아닌 것까지 마구 가져다 써버린다면, 나의 창고 안에는 갚아야 할 빚 장부만 덜렁 놓여 있을 것이다. 공돈에 맛들이면 그 과보는 누구도 대신 져주지 못한다. 

나의 은사스님은 “내 것 아닌 것을 가지면 다음 생에 몇 만 배로 갚아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 공돈 3000만원을 받아썼다면, 다음 생에 최소 3000억을 갚아야 한다.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닌 3000만원이 만들어지기까지 보시에 동참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몇 만 배로 갚아야 하는 무시무시한 수고로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명심하자. 

내가 땀 흘리고 노력해서 받은 대가가 아니면 힘들더라도 무시하자. 세상에 눈 먼 돈이란 없다. 공돈에는 반드시 과보가 따른다.

어느 보살님의 친정아버지는 생전에 500만원을 딸에게 맡겨놓으신 채 돌아가셨다. 딸은 친정아버지가 별세하기까지 계셨던 요양병원을 오가며 노후를 거들었지만 맡기신 500만원을 자신이 사용해선 안 될 것 같다며, 어디에 사용하면 좋겠냐고 물어왔다. 아버지 천도재를 하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나는 500만원으로 천도재를 하는 것보다 5만원, 10만원씩 봉투에 담아두었다가, 길가다 폐지 줍는 어르신이 보이면 “약값에 보태 쓰세요”하며 주머니에 넣어드리고 바로 그 자리를 떠나라고 조언했다. 딸은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보시행을 하는 중이다. 딸의 가방에는 폐지 줍는 어르신께 드릴 5만원이 담긴 봉투가 늘 들어있다.

나와 함께하는 인연들에게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복전 가꾸는 삶을 살도록 유도하는 것이 그들을 배려하는 것이고, 감사하는 것이며, 인연을 소중히 하는 것이고, 인연을 돌보아가며 사는 현명한 삶이다. 이것이 우리 석가모니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참다운 인연작법이다.

삼보의 재물은 부처님 말씀대로 맞춤 사용해야 후환이 없고, 삶을 반추해 보면 과정에서 맞이한 흐뭇함이 참 행복이었다.

혜달 스님 (사)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장
hd1234369@gmail.com

[1637호 / 2022년 6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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