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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인사이더’ 사태가 남긴 교훈

기자명 이병두

JTBC가 지난 6월8일 새 드라마 ‘인사이더’를 선보이면서 사찰 법당에서 스님과 여러 도박꾼들이 거액 판돈을 걸고 도박하는 장면을 길게 방영하여 큰 파장을 일으켰다.

TV방송 드라마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십수 년 전부터는 ‘겨울연가’ ‘대장금’ 등의 드라마가 국내를 넘어 세계 곳곳에서 방영되면서 한류 열풍을 주도하기도 하였다. 겨울연가 촬영지에는 일본과 동남아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라오스·캄보디아 오지에서 TV로 이 드라마를 즐기는 이들을 만나는 일이 낯설지 않았다. 2017년 이란 여행 때 작은 기념품 가게에서 우리말을 유창하게 하는 아가씨를 만나게 되어 “한국어과 다녔느냐?”고 물었더니 “TV에서 대장금 보면서 한국말을 배웠다”고 대답하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적도 있다. 중국과 남아시아 화교 사회에서는 ‘대장금’에 나오는 음식과 약초 등을 소재로 한 책이 여러 권 출판되어 인기리에 팔리기도 하였다.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으니 인기 드라마 작가와 연출자는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고, 방송사 사주의 힘은 독재시절의 최고 권력자들에 비해서도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런데 뉴스 부문에서 나름 독자 영역을 구축해온 JTBC에서 불교를 폄훼하는 방송을 편성하여 내보낸 것은 그 배경이 의심스럽다. 불교인들을 모욕하고 큰 상처를 주었을 뿐 아니라, 한국불교의 역사와 전통에 매료되어 수행 활동에 참여하던 숱한 내외국인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이 드라마가 방송되고 곧바로 불교계 단체들이 대응에 나서자 파장 확대를 계산한 JTBC에서는 대표를 비롯한 간부진들이 총무원을 방문해 사과하고, ‘문제가 된 해당 영상 삭제’와 ‘재방송 송출 중단’ 등을 약속했다고 한다. ‘잘 마무리 되었다’며 안심하고 “이제 신경 쓸 것 없다”고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번 사건은 조계종을 비롯한 전체 불교계에 큰 숙제를 남겼다.

첫째, 이번 사태를 일으킨 JTBC는 중앙일보 계열사이다. 중앙일보는 17년 전인 2005년 여름 ‘월간중앙’에 ‘불교를 비하하는 글’을 게재하여 문제를 일으킨 전력이 있어서, 많은 이들이 “또 중앙일보야, 불교에 안 좋은 감정 있는 것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엔 사태 발생 뒤 대표 등이 총무원을 찾아와 직접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17년 전에 비하여 좀 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잊혀 질만하면 또 비슷한 일을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둘째,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드라마 촬영이 조계종 사찰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사찰 관계자는 “이런 일이 있을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JTBC의 행위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자세한 상황을 조사해 정확한 사정을 밝혀내야 하겠지만, 사태의 파장이 너무 커서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과거 영화나 드라마 등에 촬영 장소를 빌려주고 사례비를 받거나 그 드라마와 영화 덕분에 유명해져서 참배와 관람객이 늘어난 사찰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밝음과 어두움’이 함께 따르는 법이다. 이번에 장소 대여로 받은 금액의 수백~수천 배로도 이 사태 때문에 불교가 잃은 것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놓치면 안 된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 장소로 빌려주기 전에 내용을 잘 검토하여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 하고, 사찰 자체로 역량이 안 되면 총무원에 문의하여 점검하도록 해야 비슷한 사태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조계종 총무원도 소극적 홍보와 ‘사태 발생 뒤 수습’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오래 전부터 각 교구마다 문화홍보국을 따로 두고 그 국장에 중량감 있는 신부를 보임해오고 있을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는 천주교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638호 / 2022년 6월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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