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를 직장으로 다니면서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주변 지인들은 그 나이에 아주 좋은 곳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 줄 아느냐고 말한다. 물론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는 한다.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이 횡행하는 그런 곳은 아니지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는 사실이다. 속가에 사는 사람들과는 달리 사찰에서 예절을 지키며, 찾아오는 신도와 관광객들을 마주하다 보면 오히려 더 많은 인내와 하심(下心)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에서 어른들을 대하는 태도와 달리 스님들을 대할 때 가져야 하는 몸과 마음가짐은 분명 다르다.
그래도 산사에 산다는 것은 속가에서처럼 찌들어 살지는 않는다. 이건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다. 절집에서 일하는 다른 종무원들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고 그들이 처한 환경이 송광사와 똑같을 수는 없다.
속세에서는 절에서 산다는 것 자체를 무척이나 부러워하지만 실제 그 속에서 사는 속인들의 처지나 마음은 모두가 똑같이 보살과 신장의 마음만은 아니다. 아직 한참 덜 된 중생이기에 온갖 망상과 번뇌가 가득하다. 그래도 삼보를 공경하고 함께 모시고 산다는 것은 흔히 하는 말처럼 ‘복 짓는 일’이라 여기며 항상 하심 또 하심하며 살아가고 있다.
절집에 살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세상 참 좁다’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중국처럼 거대한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가 아니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절집의 세상은 더욱 그러하다. 몇 년전 이 절에서 보았던 종무원을 몇 년 후 다른 절에서 만나게 되는 일이 잦다.
절집에서 일하다 보니 속세의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도 있을 테고, 또 속세에서 돈 조금 더 받고 일하는 것보다 절집에서 일하는 게 마음이 편해서 그럴 수도 있다. 아무튼 절집에 살다보면 세상 참 좁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어느덧 절집에서 산 지 20년이 넘어간다. 과거 교계에서 일했던 시간까지 합치면 30년이 되어 간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인연들과 함께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며 그동안 잘살았는가 하는 중간 평가를 해 본다면 몇 점일까. 잘 살았다가 아니라 잘 살고 있다에 방점을 찍어야 될 일이 아닐까 한다.
절집이든 속가든 한 가지가 있다. 누군가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함께 하는 이상, 동사섭(同事攝)을 실천한다면 모두가 즐겁게 살 수 있다는 사실. 무슨 엄청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한발 먼저 움직여 주고, 사소한 것이지만 배려해주는 그런 마음과 실천이 있다면 그게 잘살아가는 일 아닌지 모르겠다.
참견보다는 지켜봐 주고 격려하는 것, 상대에게 양보하는 배려심, 비난과 질책보다는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는 게 절집에 사는 속인들이 가져야할 마음이 아닐까 싶다. 아니 내가 먼저 가져야 할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살지 못한 때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 마음들이 더 가슴에 사무친다.
김태형 송광사성보박물관 학예실장
jprj44@hanmail.net
[1638호 / 2022년 6월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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