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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중심에 자리잡은 감정

기자명 효림 스님

마음 다루는 일, 결코 쉽지 않아
감정 경험 시 세 가지 정서 작동
균형 적절히 이루도록 알아차려
친절·사랑으로 삶 재정비 필요

“우울감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잘 안돼요.” “쉽게 짜증을 내는 편인데 그러고 나면 내 자신이 너무 싫어져요.” “스스로를 채찍질하는데 지쳤어요. 그렇다고 멈추기는 두려워요.”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 때문에 사소한 일들도 계속 곱씹게 돼요. 그래서 너무 힘든데 다른 방법을 모르겠어요.” 

사실 마음을 다루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애쓰고 자책하고 불안하고 우울한 나에서 다른 내가 되길 원하지만 잘되지 않습니다. 변화하고 싶은 마음과 건강하지 않은 삶의 방식과 태도가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면서 나를 괴롭히고 이것은 자기 비난으로 이어집니다. 그 중심에 “감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살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은 삶을 생동감 있는 것으로 만들어 주고 원동력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때론 원치 않는 감정들로 삶의 에너지를 상실하기도 합니다. 감정이란 어떻게 만들어졌고 우리 안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되는 걸까요? 연구에 따르면 감정을 경험할 때 뇌 안에서 최소 세 가지 정서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합니다. 임상심리학자 폴 길버트는 이것을 위협과 자기보호, 추동과 자원추구, 진정과 친화 시스템으로 정리했습니다.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위협과 자기보호는 위협상황을 감지하고 반응하도록 돕는 시스템입니다. 손상과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우리에게 위협을 경고하고, 적절한 방어 행동을 취하게끔 신체를 대비시킵니다. 불안을 통해 내적 경고를 일으켜 피해나 고통을 줄 수 있는 상대나 상황으로부터 도망치고 멀어지도록 만들고, 분노의 감정을 일으켜 대상에게 다가가게 만들면서 제압하거나 해를 가해 위협상황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자 합니다. 또 대상을 몰살시키거나 파괴하고자 혐오감 등의 감정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두 번째 추동과 자원추구 시스템은 생존과 성취, 성공 등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뇌에서 도파민은 분비하고,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우리로 하여금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쫒으면서 흥분감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성공이라는 환상을 살면서 분투와 성취 등 추동 기반 감정들에 과도하게 몰두하게 되면 엄청난 압박과 공포에 시달리며 원하는 것을 얻으면 기쁨에 들뜨고, 그것이 성취되지 못했을 때 좌절과 우울감을 느끼게 됩니다. 통제를 벗어난 흥분과 추동 시스템은 대량 자원을 획득할 기회가 왔을 때 심각하게 비윤리적이고, 저급한 부패와 부도덕을 낳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진정과 친화 시스템은 안정감, 평화로움, 만족감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돌봄체계라고도 불리는 이 시스템은 포유류의 진화에 따라 뒤늦게 발생한 변화로 양육자가 새끼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시간을 투자해 돌보고, 먹이와 온기 등 필요한 것을 제공하게 합니다. 유아기 생명체의 뇌와 신경계 또한 변화가 일어났는데 부모와 가까이 있으려 하며 그 안에서 친밀감과 안전감을 느끼고, 부모와 떨어지게 되면 불안을 느끼는 기제로 작용하게 되었습니다. 부모와 아이 간에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면 실천하기 겁나는 일들을 해내는 용기와 자신을 위협하는 일들을 대면하는 힘이 길러집니다. 이것은 우리 자신과 타인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안정감을 제공하며 자비수행의 맥락에 대한 이해 토대가 되기도 합니다.

잠시 내 마음을 살펴볼까요? 지금 어떤 감정이 자리하고 있나요? 그 감정은 어떤 정서 시스템에서 온 것인가요? 이유를 헤아려 볼 수 있을까요? 세 가지 정서 시스템이 균형을 이루고 있나요?

 

감정을 다루는데 중요한 통찰은 매 순간 올라오는 다양한 감정이 필요에 따른 뇌의 진화적 결과일 뿐, 그 감정이 내 전부를 말하는 것도 아니며 내 잘못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것에 대한 마음챙김으로 감정과 나를 동일시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야 감정을 다룰 수 있게 됩니다. 감정은 쉼 없이 오고 가며 주의, 생각, 행동을 특정 방향으로 가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세 가지 시스템이 적절히 작동하며 균형을 이루도록 매 순간 알아차리고 친절과 사랑으로 삶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효림 스님 자비수행지도법사
metta4rest@naver.com

[1639호 / 2022년 7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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