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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가족 49재…“함께 사는 세상 만들어 달라”

  • 교계
  • 입력 2022.07.12 18:10
  • 호수 1641
  • 댓글 0

조계종 사노위, 7월12일 삼각지역 분향소서 봉행
극락왕생 발원·지원체계 마련 촉구…100여명 동참

“더 이상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몰아넣어선 안 됩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도 이 사회에서 평범하게 살게 해주세요.”

올 5월23일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던 40대 어머니가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세상을 등졌다. 같은 날 인천에서는 60대 어머니가 중복장애가 있는 30대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미수에 그쳤다. 5월17일엔 전남 여수시에서, 5월30일엔 경남 밀양시에서, 6월3일엔 경기 안산시에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사망했다.

7월12일 오전 11시,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분향소에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 스님) 주관으로 ‘발달·중증장애인과 함께 돌아가신 가족들을 위한 49재’가 엄수됐다. 49재는 고인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동시에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지원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법석이었다. 이 자리에는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과 위원 시경·혜도·법상·혜문·해륜·고금·동신·여등·대각·현성·인우 스님을 비롯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등 100여명이 함께했다.

사회노동위원 고금 스님의 법고.
사회노동위원 고금 스님의 법고.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

49재에 앞서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은 “오늘 이 자리는 비통한 죽음에 대한 애도와 더불어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통에 공감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7월6일 여야 170여명의 의원이 공동으로 발의한 ‘발달장애인 참사 대책 마련을 위한 촉구 결의안’과 ‘발달장애인 참사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언급하며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답을 하는 것 같아 희망적인 마음이 들지만 과거처럼 실효성 없는 정책일까 우려스럽다”며 “지금 시급한 것은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24시간 돌봄 지원과 나아가 인생전반에 대한 지원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노동위원 고금 스님의 법고로 시작된 49재는 염불과 천도의식으로 30분가량 이어졌다. 스님들의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참석자들은 영단에 헌향하며 고인들의 넋을 위로했다. 스님들의 염불소리가 역사를 가득 메우자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고, 지나가는 행인들도 발걸음을 멈췄다.

중증장애를 가진 27살 아들을 두었다는 유도화(54, 용산)씨는 천도의식 내내 손수건에 눈물을 훔쳤다. 유씨는 “다음이 내 차례인 것 같다”며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걱정해야 현실이 두렵다”고 했다. 또 “다행히 우리 아들은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회사로부터 ‘아들 때문에 회사 일이 안 된다’는 전화 받을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며 “내가 없이도 우리 아들이 이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증장애를 가진 27살 아들을 두었다는 유도화(54, 용산)씨.
중증장애를 가진 27살 아들을 두었다는 유도화(54, 용산)씨.

용산 대통령집무실 맞은편으로 행진해 위패를 사르는 것으로 49재를 마무리 한 후 사회노동위원회는 불교·원불교·천도교·개신교·가톨릭이 함께하는 ‘5대 종단 입장문 발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에 국가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 △정부는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24시간 지원체계’를 지금 당장 구축하라고 요구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41호 / 2022년 7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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