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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돌리는 노래 ‘회심곡’

기자명 성진 스님

전국 대부분 사찰에서는 음력 칠월 보름 백중(百中)에 맞추어 우란분절(盂蘭盆節) 기도를 올리고 있을 것이다. 우란분절 기도의 핵심은 먼저 떠나가신 부모님과 조상님들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며 부처님과 스님들 그리고 먼저 가신 조상님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것이다. 이 기간에 가장 많이 독송 되는 경전은 ‘불설대부모은중경(佛說大父母恩重經)’이고 부처님 말씀은 아니지만, 불자들의 눈물을 연신 훔치게 하는 것은 바로 ‘회심곡(回心曲)’이다. 

회심곡은 16세기 말경에 지어진 것으로 민요선율에 순수한글의 가사를 넣어 불린 백성들의 노래이다. 통상 민요 대부분은 작사가가 미상인 경우가 많은데 회심곡의 작사가는 전해져 온다. 바로 청허휴정(淸虛休靜,1520~1604)으로,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이끈 서산대사(西山大師)이다. 일반 민가(民家)에 살지도 않는 출가자인 스님이 저잣거리에나 어울리는 선율에 한글로 가사를 지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16세기 말, 7년 동안이나 이어진 임진왜란(1592~1599)으로 전 국토는 황폐해졌다. 전란으로 인한 죽음과 기근은 부모 자식의 천륜마저 무너져 내리게 했을 것이다. 이런 처참한 현실을 승병장으로 또렷이 목격한 서산대사는 사람의 도리를 지켜내고 천륜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이 노래를 지었다고 한다. 가사의 많은 부분이 자식에게 부모의 공덕과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일깨워 주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제목이 회심(回心)인 마음을 돌리는 것이다. 

효(孝)의 근본 또한 자식이 부모의 사랑을 가슴 깊이 느끼고 감사한 마음을 항상 잃지 않는 것이다. 부처님 초기 경전 중에 ‘육방예경(六方禮經)’에서도 부모로서 지켜야 할 의무 중에 하나로 ‘부모의 자애로움이 자식의 골수에 새겨지게 하라’는 것이 있다. 그만큼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사랑을 기억하게 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렇다면 전후 세대인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는 회심곡이 필요 없는 것일까? 2021년 어느 여론분석 기관에서 가족관계 만족도를 조사한 것이 있다. 전반적으로 현재의 가족관계에 만족하느냐의 질문에 참여자의 50%(매우 만족한다. 17%, 약간 만족한다. 33%)가 ‘만족한다’라고 답했으며, ‘보통이다’라는 41%, ‘불만족한다’는 9%만이 답했다.

그런데 여기서 만족도가 전체 평균보다도 낮은 연령세대가 있다. 30대에서는 45%만이 ‘만족한다’에 답해 가장 낮고, ‘불만족한다’에는 16%가 답을 하면서 전 연령세대 중 가장 높게 나왔다. 불만족의 비율이 두 자리인 세대는 20대(11%)와 30대뿐이었다. 

이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독립하지 못한 채 캥거루족으로 불리면서도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아닐까 한다. 우리 사회에서 부모 도움 없이 30대에 결혼해서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언젠가 30대 청년이 부모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도 친구 중에 부모님 도움으로 전셋집이나 주택을 마련해 결혼하는 경우를 보면 부모님에게 점점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자신을 보게 된다고 한다.

실제로 30대의 통상적 독립은 결혼인데 혼인 건수가 줄어드는 이유로 55%가 내 집 마련과 결혼비용 증가라고 답했다.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독립할 수 있는 청년주거 정책 하나 제대로 마련해주지 못한 책임에 부모세대는 자유로울 수 없다. 적어도 청년이 희망을 품고 가늠할 수 있는 정도로는 마련했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부모세대들이 빨리 우리의 30대 아들딸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새로운 회심곡을 지어야 한다. 가사에 가상화폐나, 주식 대박, 영끌을 넣어 지을 수는 없다. 부모에게 사랑과 관심은 어느 세대보다 많이 받았지만, 자신들이 혼자 넘지 못할 담에 벽돌을 올린 것도 바로 부모세대이기 때문이다.

성진 스님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미래세대위원
sjkr07@gmail.com

[1641호 / 2022년 7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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