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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은 중도 방법으로 중도 깨치는 수행”

  • 수행
  • 입력 2022.07.29 20:09
  • 수정 2022.08.02 13:16
  • 호수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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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석 원광대 교수, ‘간화선 중도에 대한 고찰’ 논문서 주장
“현대인들 의심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화두 창안·제시” 강조

오 교수는 ‘간화선의 중도에 관한 고찰’ 논문에서 현대인이 의심을 낼 수 있는 활구 제시가 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법보신문DB]
오 교수는 ‘간화선의 중도에 관한 고찰’ 논문에서 현대인이 의심을 낼 수 있는 활구 제시가 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법보신문DB]

“간화선은 중도에 대한 깨달음을 목표로 한다. 중도를 깨우치기 위한 방법은 중도에 기반하므로 간화선은 ‘중도의 방법으로 중도를 깨치는 수행’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간화선 연구는 간화선의 중도를 방법이 아닌 목적으로 이해해 왔다.”

오용석 원광대 연구교수가 ‘불교학밀교학연구’ 제1호(한국밀교학회 간)에 게재한 ‘간화선의 중도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오교수는  “간화선은 중도실상을 깨우치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그것을 증득하는 방식 역시 중도에 기반하고 있다”며 “간화선의 중도는 방법론·목적론적 2가지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교수는 ‘선종의 중도’에 대한 탐구를 위해 선종과 반야중관학 간의 관계를 구명했다. 반야중관학은 지혜의 완성, 즉 중도를 통한 공사상 체득과 실천을 목표로 하는데, 선종의 선문답이 반야중관학의 방식을 계승하고 있음을 밝혔다. 논문에 의하면 반야중관학의 형식적 특징인 변증법적 부정과 내용적 특징인 이내이제(理內二諦, 진리는 모두 공성에 있음)의 통찰이 선종의 선문답에서 폭넓게 나타난다. 특히 변증법적 부정은 중도실상을 깨우치는 방식이기에 선종에서의 중도 역시 깨달음을 위한 방법으로 수행했음을 알 수 있다.

이어 간화선에 나타나는 중도의 복합적 의미에 대해 살폈다. 간화선은 조사선의 선문답과 공안 등에 기원하는데, 선문답과 공안은 중도의 원리로 중도실상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간화선 역시 중도실상을 드러내기 위해 중도의 원리를 기반으로 함을 밝혔다. 특히 오교수는 “간화선 주창자 대혜종고는 ‘일체의 법이 있다거나 없다는 말을 들어도 그것에 부림 당하지 않는 것이 중도’라고 했다”며 “육조혜능 역시 ‘집착에서 떠나지만 집착에서 떠났다는 상에도 사로잡히지 않아야 한다’는 무념법을 지도했는데, 이러한 무념행과 간화선에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내용은 다르지 않다. 즉 간화선은 중도실상을 깨치는 수행”이라고 강조했다.

오교수는 간화선 수행방식인 화두참구에 나타난 중도의 의미와 적용되는 방식도 고찰했다. 그는 “화두참구는 2가지의 방법론적 중도로 정리할 수 있다”며 “첫째는 화두참구 할 때 필요한 수행적 특징이고, 둘째는 화두참구 할 때 나타나는 심리적 상태, 즉 의심”이라고 했다. 화두참구의 핵심은 실존적 자기문제에 대한 의심이다. 의심을 하는 이유는 수행할 때 성급하거나 느슨한 마음으로 산란함·게으름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중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또 ‘알 수 없는 것’을 화두로 삼아 ‘알고자 한다’면 끊임없이 화두만을 참구하며 마음의 긴장감을 유지하면, 심리적 공백 상태가 되는데 이를 의정이라 한다. 이러한 의정 은 단순하게 마음이 멈췄거나 생각이 사라진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는 참구로 여전히 긴장감은 있는, 깨어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간화선의 화두참구는 심리적 중도의 상태로, 중도를 이루기 위해 중도의 방법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오 교수는 “21세기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적합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화두가 창안·제시되야 한다”며 “간화선 수행이 어려운 것은 의심을 낼 수 있는 활구가 제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화두는 대체로 요즘 현실과 먼 고칙공안(古則公案)이나 공안집을 통해 제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도의 원리에 기반하면서 중도를 깨칠 수 있는 새로운 화두가 제시된다면 간화선을 통해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조명하고 중도의 원리·방법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데 도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43호 / 2022년 8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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