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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고대불교-삼국통일과불교(36)  (7) 동아시아 불교역사상의 원효불교 (19)

원효는 교판으로 동아시아불교의 종합적인 불교사상체계 완성

원효 교판은 동아시아 불교계의 첨예한 과제에 대한 해결책
중국 스님들은 원효 삼승교 통해 중국 논사들의 교판설 검토
원효 교판은 지의 교판을 계승하면서 유식 편입시켜 독창적

원효 스님이 저술한 ‘법화종요’. [동국대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
원효 스님이 저술한 ‘법화종요’. [동국대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

원효 불교사상의 핵심 주제는 ‘일심’으로서 일찍이 40대의 저술인 ‘대승기신론별기’의 종체문에서 ‘대승기신론’의 일심사상으로 인도 대승불교의 양대 주류인 중관학파와 유식학파 사이의 공·유 대립을 해결할 수 있음을 선언한 바 있고, 말년인 60대의 저술인 ‘화엄경소’의 4교판설로써 종합적인 불교사상체계를 압축하여 제시하였다. 그런데 이 원효의 4교판설은 원효 개인의 불교사상체계를 수립하였다는 문제로 그치지 않고 동아시아 불교계의 과제를 해결하였다는 역사적 의의를 가진 것이었기 때문에 당의 불교계에서 중관학과 유식학의 대립을 극복하는 통합불교로 성립된 화엄종의 교판과 비교하면서 검토하여 볼 필요가 있다.

원효의 4교판설을 비교적 자세하게 전해주는 자료는 당 혜원(673~743)의 ‘속화엄약소간정기’와 신라 표원의 ‘화엄경문의요결문답’인데, 내용은 약간의 문자 차이뿐이다. 이 가운데 ‘요결문답’에서 인용한 4교판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섯째는 당대 신라의 원효법사가 또한 4교를 세웠다. 첫째 삼승별교(三乘別敎)이다(4제교·연기경 등과 같다). 둘째 삼승통교(三乘通敎)이다(‘반야경’ ‘심밀경’ 등과 같다). 셋째 일승분교(一乘分敎)이다(‘영락경’ ‘범망경’ 등과 같다). 넷째 일승만교(一乘滿敎)이다(‘화엄경’ 보현교를 이른다). 삼승이 학(學)을 함께 하는 것을 삼승교라 부르고, 그 삼승 가운데 법공(法空)을 밝히지 못한 것을 별상교(別相敎), 법공을 통설한 것을 통교(通敎)라고 한다. 이승(二乘)과 함께하지 않는 것을 일승교(一乘敎)라 부르고, 그 가운데 보법(普法)을 나타내지 못한 것을 수분교(隨分敎), 보법을 다 밝힌 것을 원만교(圓滿敎)라 이름한다.” 

이상의 인용한 자료에 의하여 원효는 모든 교설을 삼승교와 일승교로 크게 구분하고, 다시 삼승교는 별교와 통교로, 일승교는 분교와 만교로 각각 나누어 4교를 구성하였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삼승교와 일승교를 구분한 것은 원효 스스로 “승문(乘門)에 의해 대략 4종을 세웠다”고 말한 바와 같이 ‘법화경’의 “3승은 방편, 1승은 진실”이라는 교설에 의거한 것으로 이해된다. ‘법화경’의 회삼귀일설에 의하면 부처 일대의 교설은 3승방편교(인·천 포함)와 1승진실교로 구분된다. 그런데 같은 ‘법화경’에서는 3승이 모두 방편이라고 설하는 한편 1승은 진실이고 2승만이 방편이라고 설하는 경우도 있다. 

원효는 ‘법화경종요’에서 이 두 경우를 구분하여 3승이 모두 방편이라고 하는 경우를 ‘별교’, 2승만이 방편이라고 설하는 경우를 ‘통교’라고 부른 바 있었는데, 4교판에서 자신의 3승관에 따라 삼승교를 다시 별교와 통교로 나누었던 것 같다. 그런데 삼승교를 별교와 통교로 나눈 교판은 이미 강남 3가의 하나인 혜관(368~438?)에 의해서 제시된 바 있었다. 

혜관은 돈점5시의 교판설 가운데 제1시 삼승별교(소승)와 제2시 삼승통교(‘반야경’)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원효의 4교판설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임에 틀림없다. 원효는 삼승교를 별교와 통교로 구분한 기준을 ‘법공(法空)을 밝히지 못하면 소승인 별교, 법공을 통설하면 대승인 통교라고 판석하였다. 그런데 원효가 삼승교를 별교(소승)와 통교(대승)로 구분한 것에 대해서는 당의 불교계 일각에서 비판이 제기되어 한동안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화엄종을 대성한 법장의 제자이면서도 법장의 5교판과 다른 4교판을 주장함으로서 스승을 배반한 인물로 비판받았던 혜원은 ‘간정기’에서 법장의 ‘탐현기’에서 인용한 내용보다 원효의 4교판설 가운데 별교와 통교 구분의 기준이 된 ‘법공’에 대한 설명 부분을 더 첨가해서 소개하면서 원효의 교판설을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다.

“오직 생공(生空)만을 밝힌 것을 삼승별교라고 이름한다면, 이것은 오직 소승교만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3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만약 이렇게 3승 가운데서 소승을 대승과 구별하기 위해 삼승별교라고 하는 명칭을 사용한 것이라면 어떤 대승경은 소승과 구별하기 위해 오직 법공(法空)만을 설한 것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대승경은 삼승별교라고는 이름하기가 어렵지 않겠는가? 또한 2공을 드러내기 때문에 삼승통교라고 이름한다면 1승에서도 2공을 밝히고 있으므로 1승도 또한 통교라고 이름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2승과 불공(不共)하므로 1승이라고 이름한다면 ‘법화경’ ‘유마경’ ‘열반경’ 등의 회좌(會坐)에도 성문이 있으므로 이들 경전은 1승이라고 이름할 수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혜원의 4교판설에 대해 스승을 배반한 주장이라고 비판한 징관(737~838)은 ‘화엄경소’에서 원효의 4교판설에 대해서 “이것은 천태지의의 화법4교(藏·通·別·圓)와 크게 같다. 다만 별교와 원교를 합치고, 일승분교를 보탠 것뿐이다”라고 평가하였다. 그리고 “원효 스스로 승문에 의해 대략 4종을 세웠다고 하고, 또한 이 4교가 널리 일체를 포섭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혜원의 ‘간정기’의 지적을 완곡하게 비판하였다. 이상의 혜원과 징관의 내용을 종합하면 원효의 삼승교에 대한 설명은 중국의 여러 논사들의 교판설을 검토하여 기준을 밝히려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원효의 4교판설을 비판한 혜원이 법장(643~712)의 5교판설은 천태의 교판설의 영향을 받아 화법의 4교에 돈교(頓敎)를 가하여 화엄의 5교로 성립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는데, 이러한 견해는 이래 화엄종에서 일반적으로 시인하는 통설이 되었다. 혜원의 교판을 비판한 징관도 화엄5교는 천태의 화법4교와 같다고 하여 원효의 4교판에 대한 평가와 일치된 견해를 보여 주었다.      

다음 원효의 4교판에서 일승교를 2분하여 분교(分敎)와 만교(滿敎)로 표현한 것은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원효가 “2승과 함께 하지 않는 것을 1승교라 부르고 그 가운데에 보법(普法)을 나타내지 못한 것을 수분교(隨分敎)라 하고, 보법을 모두 밝힌 것을 원만교(圓滿敎)라고 이름한다”고 서술한 내용은 앞에서 제시한 바 있다. 이로써 3승에서 별·통 2교를 구분한 기준이 법공이었던 데 비하여 1승에서 분·만 2교를 구별하는 기준은 보법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원효의 ‘화엄경소’의 대부분이 산일되어 보법이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원효의 4교판을 인용하고 있는 표원의 ‘화엄경문의요결문답’ 권2에 보법의(普法義)라는 제목의 장을 설치하여 원효의 보법의 의미를 소개하여 주었다. 표원은 보법에서의 “보는 박(博)이니 두루한다는 뜻이요, 법은 자체나 궤칙을 뜻하니, 보법은 일체 법의 상즉상입(相卽相入)하는 것을 이른다”하고 보법에 대한 원효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였다. 

“상입(相入)한다고 말하는 것은 일체 세계가 하나의 티끌에 들어가고 하나의 티끌이 일체 세계에 들어가며, 삼세의 여러 겁이 하나의 찰나에 들어가고 하나의 찰나가 삼세의 여러 겁에 들어감을 이르는 것이니, 모든 공간과 시간이 서로 들어가는 것 같이 일체 범주의 서로 들어감도 역시 그러하다. 상호 동일성도 이와 같아 일체의 존재와 일체의 범주의 경우에서 1이 곧 일체이고, 일체가 곧 1인 것을 이름이니, 이와 같이 광탕(曠蕩)한 세계를 보법이라고 이름한 것이다.” 그런데 일체법이 대소의 공간과 빠르고 느린 시간 등의 범주에서 아무런 걸림이 없이 상입상즉하는 광탕한 세계를 보법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원효의 ‘화엄경소’ 서문에서 말한 ‘화엄경’의 무장무애법계법문(無障無碍法界法門)과 다름이 없다. 표현은 약간 다르지만 원효가 말하는 보법은 곧 원돈무상돈교법륜(圓頓無上頓敎法輪)으로 ‘화엄경소’ 서문에서 서술한 ‘화엄경’의 종취(宗趣)를 의미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중국불교사에서 일체의 불설을 분·만 2교로 나눈 선례로서는 담무참(385~436)의 반교(半敎,聲聞藏)와 만교(滿敎,菩薩藏)의 구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담무참의 반·만 2교는 소승과 대승을 구분한 것으로 원효의 1승을 분·만 2교로 구분한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의 것이다. 다음에는 원효의 4교판에 대해서 징관이 천태지의(538~597)의 화법4교(藏·通·別·圓)와 대동하지만 별·원을 합치고 일승분교를 보탠 것뿐이라고 평가한 바와 같이 화법4교의 영향을 받은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원효가 일승분교에 배정한 ‘영락본업경’과 ‘범망경’이 1승에 속하느냐, 3승에 속하느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지 않았다. 천태종의 지의는 ‘범망경’을 3교 가운데서 돈교이며, 불종(佛種)이 상주하는 일승의 묘지(妙旨)를 밝힌 경전으로서 ‘화엄경’과는 근기에 따른 이설일 뿐이라고 하여 일승에 속하는 것으로 판석하였다. 그러나 화엄종의 지엄은 만년에 화엄종의 5교판설을 제시하였는데, ‘화엄경’만이 1승에 속하고, ‘영락본업경’과 ‘범망경’은 회수(會數)와 불신(佛身)의 2가지 관점에서 ‘화엄경’과 비슷한 점이 있지만, 수준이 다른 3승에 속한다고 판석하였다. 

‘영락본업경’과 ‘범망경’은 함께 ‘화엄경’이나 화엄경류의 구상에 크게 의존하는 형태로 5세기경 중국에서 작성된 경전인데, ‘영락보살경’은 ‘범망경’의 일부를 촬요한 것으로서 ‘범망경’보다 뒤에 성립된 것이다. 그리고 지엄의 설명에 의하면 ‘영락본업경’은 실천의 계위를 상세히 설하였지만 실천의 방법에 대해서는 간략히 설하였을 뿐인데 반하여 ‘범망경’은 그 역(逆)이라는 상위가 있다고 하였다. 물론 지의와 지엄, 그리고 원효 모두 이 두 경전을 진경(眞經)으로 본 점은 다름이 없었다. 지의와 지엄의 영향을 받은 원효는 ‘영락본업경’과 ‘범망경’ 2경에 대해 지의와 지엄의 견해 차이를 화회시켜서 일승이기는 하지만, ‘화엄경’과 같은 만교(滿敎)에는 미치지 못하는 분교(分敎)로 판석하였다.
 
이로써 원효의 4교판설은 남북조시대의 교판설을 폭넓게 검토하는 가운데 특히 남북조시대의 이른바 남3북7의 교판설을 종합한 것으로 평가되는 천태종 지의의 5시8교판(특히 화법4교)의 영향을 받은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원효의 교판설에는 지의의 교판설을 계승하면서도 지의에게 고려될 수 없었던 현장의 신역불교인 유식학 분야의 경전을 새로 교판상에 위치시켰다는 점에서 지의의 그것과는 구분되는 독창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원효는 670년 의상의 귀국을 계기로 지엄의 화엄교학을 접하고, 특히 지엄 만년(663년 이후)의 저술인 ‘공목장’에서 제시된 5교판(小·始·終·頓·圓)의 영향을 받아 4교판을 완성하였음을 알 수 있다. 지엄의 5교와 원효의 4교판은 기본적인 구조는 비슷하지만, 지엄의 5교 가운데는 ‘유마경’의 묵언법문으로 돈교를 설정한 것에 비하여 원효의 4교에서는 ‘화엄경’의 동류 경전이자 실천을 강조하는 ‘영락본업경’과 ‘범망경’으로 일승만교를 설정함으로서 차이점을 나타내었다. 

그러나 지엄의 5교판과 원효 4교판의 공통적인 내용이며, 가장 중요한 의의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는 것은 대승시교와 삼승통교에 각각 중관학의 ‘반야경’과 유식학의 ‘해심밀경’을 함께 묶고, 대승종교와 ‘대승기신론’에 의해 통합시킨 위에 다시 최상위의 ‘화엄경’을 위치시키는 교판을 완성함으로서 동아시아불교의 종합적인 불교사상체계를 성립시켰다는 점이었다.

최병헌 서울대 명예교수 shilrim9@snu.ac.kr

[1643호 / 2022년 8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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