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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 ‘결함’에만 몰두하지 마세요

기자명 효림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22.08.01 15:13
  • 수정 2022.08.01 15:14
  • 호수 1643
  • 댓글 0

부정적 생각에서 생기는 수치심
아동기 부족했던 내적지지 원인
‘거짓 자기’로 정서적 자립 노력
‘자신에 대한 이해’ 높여야 극복

혹시 스스로가 사랑받기에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내가 속한 집단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닌가 겁이 나나요? 이제는 그만 내려놓고 싶지만 쉽게 내려놓아지지 않는 생각과 감정들로 괴로운가요? 

수치심은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 또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 때 밀려옵니다. 만일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하고 싶은 절박한 감정에 휩싸여 있다면 수치심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얼굴이 빨개지면서 머리를 숙이거나 억지웃음을 지을 수도, 과도하게 말을 많이 하거나 반대로 침묵할 수도 있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무력감, 열등감, 무가치함 등을 느낍니다. 물론 수치심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자칫 허용되지 않을 수 있는 행동들에 대해 적절한 경고 신호로 작동할 때 그것은 우리가 잘 소속될 수 있도록 해주는 건전한 반응이 됩니다. 

문제는 이 사회적 센서가 과도하게 예민한 경우 사소한 일에도 극심한 수치심을 느끼면서 사회에서 잘 기능하지 못하도록 우리를 방해하는데 있습니다. 적응적 수치심은 ‘스스로에 대해 나쁘게 느끼지만, 그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는 반면, 부적응적 수치심은 ‘나는 나쁘다’고 말합니다. 만일 항상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느낌에 빠져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경향이 있다면, 수치심을 이해하는 것이 자신의 다양한 문제들의 뿌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또 반응해 주는지를 통해 자기 자신을 인식합니다. 특히 아동기 때 양육자가 아이를 온전히 봐 주고 공감하며 필요한 것을 적절히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아이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단단한 내적지지 기반의 토대가 됩니다. 반면 양육자가 자신의 트라우마로 아이에게 충분히 애정 어린 태도로 반응해 주지 못할 경우 아이는 불안과 혼란을 경험합니다. 이때 아이는 양육자가 지금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을 차갑게 대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 ‘나에게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자기 확신이 들지 않을 때마다 ‘나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반응하게 합니다. 최악의 경우는 양육자와 아이의 역할이 뒤바뀌어 아이가 부모를 진정시키고 달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것입니다. 아이는 부모를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괜찮다는 표정으로 감정을 숨기려 애를 씁니다.

정신분석가인 도널드 위니콧은 ‘참 자기’와 ‘거짓 자기’로 구분해 설명합니다. 참 자기는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고 아이의 모든 감정과 표현을 미러링 할 때 생겨나는 것으로 이때 아이는 자기가 남들이 좋아할 만한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할 경우, 아이는 관심을 갈구하고 애정에 목마른 자신의 모습을 들키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며,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거짓 자기를 만들어내 정서적 자립을 위해 애쓰게 됩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상쇄하기 위해 건강이 위태로울 정도로 성공을 위해 부단히 애를 쓰는 등 거짓 자기를 키우는데 주력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큰 성취를 이룬다 해도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믿음을 갖기 어렵고,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성공의 압박과 공허함 사이를 오가게 될 뿐입니다. 

수치심은 삶을 망가뜨립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전전긍긍하느라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을 방해합니다. 사실 자신의 모든 부분에 대해 세심하고 진정성 있는 미러링을 받았다거나, 살면서 어떠한 상처도 받지 않은 사람이란 아무도 없습니다. 완벽한 인생도, 사람도 없습니다. 나의 어느 부분은 취약하고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지만 나머지 다른 부분들은 여전히 훌륭하고 사랑받기에 충분합니다. 그럼에도 나의 부족한 부분에만 너무 몰두한 나머지 나의 다른 부분들을 보지 못하고 수치심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내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서 어린 시절 부족했던 내적 지지기반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효림 스님 자비수행지도법사 metta4rest@naver.com

[1643호 / 2022년 8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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