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인일자리는 복지사업이다

기자명 안직수

봄철이면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 해방 전후까지 어렵던 시절에는 보릿고개를 넘기기 힘든 사람들이 봄나물을 얻기 위해 산불을 냈다고 한다. 지금은 산림이 우거지다 보니 겨우내 바짝 마른 낙엽에 작은 불씨만 날아들어도 큰 불이 난다.

필자가 사는 수원 광교산의 경우 100여명이 넘는 감시요원들이 주요 등산로 입구에 배치돼 있다. 하지만 연간 천만명이 넘게 찾는 산이다 보니 봄철마다 산불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수년 전 효율적인 산불감시 활동을 위해 드론 감시단 구성을 제안했다. 많은 사람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당시 수원시장의 생각은 달랐다. 수십명이 일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였다. 산불감시요원은 매년 저소득층, 60대 중반 이상의 노인층을 우선 선발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으며 산불 감시가 사회복지 측면도 갖고 있다는 점을 알았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경제 관련 정책 가운데 노인일자리와 관련해 “올해 84만 5000개로 확대된 노인일자리를 수익형 시장지향형으로 개편하고 직접 일자리는 축소한다”는 내용이 있다. 단순 일자리는 대폭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바꿔 말하면, 저소득 노인층이 참여할 수 있는 일은 대폭 줄어들고, 경제력이나 활동력이 있는 사람이 투자를 해 수익을 창출하는 일은 적극 지원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원도심에서 살면 매일 아침 3~4명의 어르신이 집게를 들고 쓰레기를 주우며 동네를 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노인일자리 사업 하나로 “덕분에 동네가 많이 깨끗해졌다”는 평을 듣는다. 아파트촌인 신도시에선 불필요한 일자리지만, 원도심에서는 꼭 필요한 ‘단순 일자리’다.

모든 차량 운행을 지하로 연결하고 지상은 차 없는 거리를 만든 아파트 단지와 달리 원도심에서 아동의 통학 지도도 노인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의 ‘깃발’이 어린이보호구역 속도제한 정책보다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다. 하지만 이렇게 수익이 나지 않는 단순 일자리를 대폭 없애겠다는 것이 정부의 정책방향이다.

노인이 되면서 활동력이 줄어드는 것은 어쩌면 세대를 이어가기 위해,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더 주기 위한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일자리도 그에 맞춰 기획되어야 한다. 과거에 활발하게 활동했다고 해서 70이 넘은 나이에도 같은 활동을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어르신 세대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일정 부분 단순 일자리도 유지해야 다양한 어르신들이 참여할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 등 혜택에서 제외된 세대의 어르신을 위한 일자리는 더욱 절실하다. 노인일자리는 경제논리가 아니라 사회복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옳다.

정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화합의 정신이다. 화합은 기본적으로 나와 다른 생각, 상황, 취향을 존중하는 데서 나온다. 부처님께서는 ‘6화합’의 가르침을 통해 진정한 화합의 길을 제시하셨다. 지금 대한민국은 과연 그 가운데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봤으면 한다. 6화합의 첫 번째는 같은 계율을 같이 지키라는 가르침이다. 지금 우리는 같은 법률 아래서 살고 있지만, 그 법의 적용이 공평하게 이뤄지고 있는가. 둘째 민주적으로 의견을 맞춰야 한다. 내 주변의 이야기만 듣고 이를 일반적이라고 인식하고 정책을 제시하면 혼란만 일어난다. 만 5세 입학 정책이 그랬다. 

셋째 보시받은 물건은 똑같이 나눠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적 불평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1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한 현재, 경제와 복지정책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넷째 같은 장소에 모여 살아라. 투명하게 정책을 만들고, 추진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다섯째 말이 사나우면 갈등이 생겨난다. 여섯째 나와 다른 생각과 상황, 취향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6화합의 핵심은 결국 다른 생각과 취향에 대한 존중이다.

안직수 복지법인 i길벗 상임이사 jsahn21@hanmail.net

[1644호 / 2022년 8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