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5. 송광사 경내 도로포장에 대한 단상

기자명 김태형

사찰은 최첨단 건축 기술 모인 곳

송광사 경내 도로 포장 진행
절집 입장서 필요 했던 불사
1936년 조성한 보물 진열관
유리창, 철장으로 성보 보호

오랜 가뭄 끝에 찾아온 태풍이 메마른 계곡을 청소하고 시원한 물줄기로 경내에 청량감을 더해주고 있다.
오랜 가뭄 끝에 찾아온 태풍이 메마른 계곡을 청소하고 시원한 물줄기로 경내에 청량감을 더해주고 있다.

태풍이 왔지만 태풍이라기보다는 오랜 가뭄을 한번에 날려준 은인같다. 송광사에 온 이래 이렇게 긴 가뭄은 처음이었다. 올해는 이렇게 넘어간다지만 내년은 어떨지 걱정이 앞선다.

송광사는 최근 오랜 숙원이었던 경내 도로에 대한 포장이 이루어졌다. 비만 오면 진탕길, 메마른 날에는 흙먼지 날리는 길이 깔끔하게 아스팔트 포장이 되었다. 이번 도로포장과 관련해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올 것 같다.

절집에 사는 입장에서 경내 도로의 포장은 반드시 했어야 할 불사였다. 절 문앞까지 포장을 해놓고 절안에는 흙먼지가 날리고 진흙탕이 되도록 둔 것이 더 이상한 일이 아닐지.

종종 그런 말을 한다. “19세기 이 땅에 철근콘크리트를 이용한 건축이 도입되거나 개발됐으면 가장 먼저 사용한 곳이 절집이었을 것이다”라고.

20세기 들어 본격적인 서구 문물이 들어와 퍼지기 시작할 때 새로 짓거나 보수한 절집 건물들에는 유리창을 시공했다. 송광사의 경우 대표적인 곳이 종무소로 썼던 용화당과 박물관이었던 진열소, 연구실 등이다. 심지어 사찰에 시멘트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에는 철근과 석회를 이용한 건물이 들어 섰다. ‘송광사사료집성’에는 이와 관련된 기록이 있다.

‘1921년 대웅전 남쪽 벽 아래에 작은 진열장을 두고 절의 보물 몇 가지를 전시했다. 몇 해 전 도난사건이 있었지만 다행히 보물들을 모두 회수해 이 보물들을 주지실에 옮겨 보관했다. 1936년 6월 주지 기산 스님과 대중들이 힘을 모아 보물진열관을 짓기로 하고 법왕문 앞 종고각 남쪽 2칸을 수리하여 4방 벽은 석회와 철사로 20㎝가량 두껍게 만드니 파괴하려 해도 불가하도록 견고하기가 비할 바 없다.’

사찰박물관의 첫 시작을 알리는 기사다. 당시로서는 최첨단의 철근콘크리트 건물이 탄생한 것이다. 외형은 비록 한옥이었지만 벽체는 그 누구도 뚫을 수 없는 튼튼한 재료를 사용했다. 뿐만 아니었다. 창문과 정문에는 유리창과 함께 철창을 둘러 도둑에 대비했다. 또한 유물 보호를 위해 광주의 유능한 기술자에게 의뢰, 유리 진열장을 만들었다. 불행하게도 1951년 전쟁으로 박물관이 불에 타 많은 성보들이 사라졌지만 당시 스님들의 박물관에 대한 인식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전후 복구과정에서 대웅전보다 먼저 재건한 것이 바로 박물관이었다. 앞으로 14년 뒤면 송광사박물관 개관 100주년이 된다. 물론 대웅전 진열장 설치 때부터 따진다면 지난해가 100주년이 되겠지만 완전히 독립된 건물에서 본격적인 박물관 역할을 한 때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한다.

이렇듯 사찰은 고대로부터 최첨단의 건축기술과 사상이 모인 곳이다. 세계 최초의 목판이 그러했고, 금속활자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신라의 황룡사 9층 목탑이나 백제의 미륵사지 석탑과 같은 건축물은 물론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수많은 성보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과거에 사로잡혀 오늘을, 내일을 멈출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절집에 살면서 답답할 때가 있다. 어느 스님의 책 제목처럼. ‘저거는 맨날 고기 묵고’.

김태형 송광사성보박물관 학예실장 jprj44@hanmail.net

[1644호 / 2022년 8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