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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심충만

기자명 황산 스님

신심 원천은 발보리심이지만
올바른 견해와 사유가 핵심
미신으로 치부는 무지의 소치
믿음 가져야 깨달음에 나아가

신도님들의 신심이 더 좋을까요? 스님들의 신심이 더 좋을까요?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전국 신도 상위 10%와 스님 전체의 신심을 비교한다면 해볼 만할까요? 스님들의 신심은 어떤 불자보다 더 좋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신심의 원천은 무엇일까요? 발보리심이 근본이지만 올바른 견해와 사유를 비롯한 팔정도가 잘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바른 견해를 가지려면 사성제·삼법인·12연기·사무량심·37조도품·18불공법 등 가르침을 늘 사유하여야 합니다. 더불어 부처님의 세상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믿음도 중요합니다. 극락세계 등 정토가 존재해서 관음·문수·지장보살이 실제 계시고 불보살님으로부터 가호가피를 받아 최상의 깨달음으로 가려는 바람이 신심의 원천이 됩니다. 

그리하여 ‘법화경’ ‘금강경’ ‘지장경’ 같은 경전을 사경·독송하며, 부처님 명호를 외우고 108배·1000배·삼천배를 올리기도 합니다. 전국 사찰의 불사에 동참하기도 합니다. 교리공부도 하고 참선, 명상에 전념하기도 합니다. 법당청소·공양간 봉사·도량 관리·재무행정관리 등 사찰에 관계된 봉사도 하고, 도반들을 부처님 곁으로 인도하려고도 노력합니다. 

신심 깊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 대개 이러한데 오히려 출가한 스님들이 신심이 없어서 신도들이 절을 떠나거나 방황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합니다. 윤회를 믿지 않거나, 극락세계 같은 정토를 믿지 않거나, 약사여래불·관음보살·지장보살 등 불보살도 믿지 않고, 지옥·아수라·천상 등 육도에 대해서도 부정하며, 심지어 안과응보에 대해서도 의심하는 출가자가 적지 않습니다. 

직지인심 견성성불 불립문자 교외별전, 지옥이고 천상이고 다 마음속에 있다는 가르침은 한국불교에서 가장 주된 가르침입니다. 중요한 가르침인 것은 맞지만 그것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신심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있습니다. 불보살님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염불과 참회, 보시 등을 행하도록 유도하지는 못할망정 그런 자질을 가진 이의 싹을 잘라버리고, 불연을 끊어 버리며, 방황하게 하는 사례를 본 적도 있습니다. 

불보살 세계나 육도윤회를 비과학, 미신으로 치부하기도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무지의 소치입니다. 인간의 눈과 귀 등 감각기관은 제한적이어서 우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세계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요즘은 양자역학의 시대입니다. 평행우주론·다중우주론을 물리학에서 주장합니다. 멀티버스의 세계도 이야기합니다. 과학자들도 다중우주를 주장하는 시대입니다. 뉴턴 때의 과학적 지식으로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 하다니 혼자 헛똑똑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교의 육도와 정토의 세계는 근거 없다며 매도해 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육도윤회와 정토가 방편으로 설했든 진짜 있든 우리를 깨달음으로 인도하는데 중요한 가르침이라고 확신합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행복해지는데 매우 유용합니다. 그런 가르침을 잘못 믿어서 엉뚱한 수행을 하거나 죄를 짓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맹목적인 신앙을 갖거나 미신을 믿는 사람처럼 어리석은 이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과학적 주장을 따르는 이에게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가르침의 문제보다는 따르는 자의 무지로 생기는 일입니다. 3000년간 이어온 불교에 군더더기도 있을 것입니다. 팔만대장경에서 진짜 부처님의 근본 말씀을 찾으려는 이는 근본 말씀 외에는 모두 가짜라고 주장합니다. 대승불교 경전이나 불보살 세계도 무시합니다. 하지만 그분이 믿는 근본 가르침은 확실한가요? 

따지고 들어가면 그 어떤 경전도 부처님 말씀이 아닐 수 있습니다. 반면에 부처님의 굉장한 힘을 믿는다면 대승 경전도 분명 부처님께서 은밀히 전해 주셨다는 것을 확신하게 됩니다. 

부처님의 힘은 광대무변하여 시공을 초월합니다. 그리하여 팔만대장경의 가르침을 믿고 절에 모셔진 불상과 탑도 믿습니다. 저의 믿음이 더 없는 자비심과 지혜를 위해 위업이 고르고 바른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황산 스님 울산 황룡사 주지
hwangsanjigong@daum.net

[1644호 / 2022년 8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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