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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의 빛과 그림자

기자명 진원 스님

여성장애인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권익 쪽과는 다르게 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주로 발달장애인과 자폐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지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여가와 재활, 심리치료와 행동치료 등 사회적응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지적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그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기도 하고, 상당 부분 배울점도 많다.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삶도 되돌아보게 된다. 비장애인의 경우 감정들을 주고받을 때 가끔 감정을 숨기기도 하고, 속이기기도 한다. 그러나 발달장애인들은 미세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좋고 싫은 감정들을 주로 크게 드러낸다. 

요즘 장안에 화제는 단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다. 이 드라마는 미국의 실존인물 헤일리 모스(Haley Moss)의 삶을 극화한 것이다. 이 드라마는 인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던지는 화두 같은 메시지, 갈등 이슈에 대해 직관의 눈으로 풀어낸다는 특징이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 역시 드라마틱한 천재성을 갖추고 있다. 주인공 우영우는 경계성 경증의 자폐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스펙트럼’이라는 용어가 말하듯이 자폐를 가지고 태어난 분들은 천재성, 엉뚱함, 정의감, 엄청난 기억력, 시각, 청각, 기능 등 다양한 사고 방식을 갖고 있다. 하나의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다 보면 여러개 빛의 스펙트럼이 생기듯 자폐의 증상이 너무나 다양해서 그룹화시키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하나의 통합된 돌봄이 힘들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때문에 중한 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나 가족의 고통은 사회 곳곳에서 취약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나는 지금도 그 아이의 부모님이 생각난다. 중한 자폐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 소리를 지르는 도전행동을 하는 아들을 허리에 묶고, 행여 다치면 안 되는 혈우병을 가지고 태어난 아들을 노심초사 케어 하느라 깡마른 엄마가 포교당 어린이법회에 나왔다. 

큰 아이는 요즘 말하는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있어서 법회도중에도 도전행동을 일삼아 법회진행이 되지 않았다. 이 아이가 집중하는 시간은 오로지 신문에 있는 한자를 찾고 읽고 기억하고 외우는 시간이었다. 특정한 분야의 해박한 지식과 엄청난 기억력은 혼자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너무나도 엉뚱해서 그 부모조차도 그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내 입장에서는 천재와 같았다.

그런가하면 코로나19 시기에 지원기관을 비롯해 사회의 모든 커뮤니티케어기관들이 코호트에 들어가면서 루틴처럼 돌던 서비스기관들을 이용하지 못하자 방바닥을 치고 소리를 지르는 등 도전행동을 하는 딸에게 “우리 같이 죽자”며 아파트 베란다로 끄는 손을 뿌리치고 “엄마 혼자 죽어”라며 엄마를 떠밀던 딸 이야기에 같이 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가벼운 경계성 장애인인 우영우는 변호사가 될 수 있었다. 게다가 우리 가까이에는 세계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와 천재적인 미술가도 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천재성을 나타낼 수 있도록 부모들은 수없는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다. 세상과 관계형성을 위해 심리치료와 행동분석에 초점을 둔 행동치료 등의 치료를 통한 좋은 예우들도 있다. 반면 장애가 중한 저기능 장애의 경우 눈맞춤이나 발아조차도 되지 않아서 중장기 치료 목표조차도 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신 시청자들이 주변에 자폐스펙트럼의 장애인에게 ‘우영우’를 강요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에게 희망이 되고 부모에게 희망을 준 전국의 ‘우영우’에게 응원을 보낸다.

부처님의 말씀처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모두가 부처님의 성스러운 영성이 함께 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편견이 사라지기를 기원한다.

진원 스님 계룡시종합사회복지관장
suok320@daum.net

[1645호 / 2022년 8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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