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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으로 이어진 평화방생순례…“걸음걸음에 화두 담아”

  • 교계
  • 입력 2022.08.25 09:40
  • 수정 2022.08.26 00:09
  • 호수 1646
  • 댓글 3

8월24일, 영천 은해사서
5차 평화방생 순례 봉행
1000여명 6km 우중행선
10월2일 화엄사 6차순례

두륜산 대흥사, 오대산 월정사, 백암산 백양사, 속리산 법주사에서 면면히 이어온 발걸음이 팔공산 은해사에 도달했다. 8월24일 영천 은해사에서 상월선원 평화방생순례가 다시 시작됐다.

오전 10시, 총도감 호산 스님의 사회로 순례 시작을 알리는 삼귀의와 추도입정이 울려퍼졌다. 하지만 새벽부터 내리던 비는 그칠 줄 몰랐다. 조계사·봉은사·도선사·국제선센터· 대덕사·안국선원·전등사·백담사·보경사·관촉사 등 전국에서 은해사를 찾은 1000여명 불자들 얼굴엔 설렘과 우려가 교차했다.

은해사 조실 법타 스님은 입재식에서 “비가 내려서 여러분 자리가 불편하실 것 같다”고 위로하며 “서울에는 물이 넘쳐나 걱정이었지만 경상도엔 한동안 비가 오지 않았다. 바싹 타버린 땅에 오늘 단비가 내려 고맙다. 여러분 덕분이다. 오늘 하루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이 비를 감사하게 여겨달라”고 했다. 이어 “걸음걸음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로 자유자재한 마음 얻으라. 세계 평화 이루는 거룩한 발걸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월선원 회주 자승 스님은 동국대 건학위원장 돈관 스님이 대독한 인사말에서 “내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수행이 최상의 방생이며 세상의 평화로 나아가는 바탕이자 첫 걸음이다”며 “마음에 맺힌 응어리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어리석음이 될 수 있다. 걷기 수행으로 바른 마음을 회복하고, 옳고 그름의 경계에서 집착과 번뇌를 내려놓자”고 순례 대중을 격려했다.

오전 10시30분, 걷기 수행이 시작됐다. 비는 내렸지만 신록(新綠)의 향은 더 짙어졌다. 계곡 소리도 우렁찼다. 천혜의 숲을 걷는 대중들은 숨 소리와 물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처음 순례에 동참한 동국대 건학위원회 장학생 50여명도 호젓한 발걸음을 이어갔다.

2.5㎞ 쯤 걸었을 무렵 백흥암에 다다랐다. 암자 전각들은 단청이 없어 더 고색창연한 자태였다. 백흥암 주지 영운 스님은 맑은 미소로 순례 대중을 맞았다. 순례 대중들은 차례로 극락전에서 삼배를 올렸고, 백흥암 비구니스님들은 미리 준비한 차와 식혜, 과일을 내어줬다.

한숨 돌린 뒤 다시 걷기를 시작할 무렵 회주 자승 스님은 합장으로 순례 대중을 응원했다. 또 청년불자들 앞에선 “너희가 정의부대야”라며 환하게 웃었다. 청년들도 형형한 눈빛으로 화답했다. 백흥암을 반환점으로 은해사에 도착하자 6㎞의 평화방생순례가 마무리됐다. 하늘을 뒤덮은 비구름이 걷히자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이날 평화방생순례에는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을 비롯해 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당선인인 진우 스님, 동국대 이사장 성우 스님, 건학위원장 돈관 스님, 법주사 주지 정도 스님, 마곡사 주지 원경 스님, 동화사 주지 능종 스님,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이 함께했다. 중앙종회 의장 정문 스님 등 중앙종회의원 30여명과 불교중앙박물관장 탄탄 스님, 불교문화재연구소장 제정 스님, 포교부장 선업스님 등 종단 교역직스님 10여명도 동참했다.

주윤식 조계종 중앙신도회장과 윤성이 동국대 총장, 이영경 와이즈캠퍼스 총장, 채석래 동국대 의료원장, 석길암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와 이철우 경북도지사, 최기문 영천시장, 이만희 국회의원 등 지역 정관계 인사들도 참가했다.

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당선을 확정 지은 진우 스님은 입재식 축사를 통해 “한국불교의 엄중한 시기에 자승 스님께서 위기를 느끼고 포교라는 기치를 걸고 결사를 진행해오고 있다”며 “한국불교가 재도약하는 계기를 삼자”고 당부했다.

순례에 앞서 은해사 덕조 스님은 동국대 건학위원회에 장학금 2000만원, 상월결사에 인도순례 후원금을 전달했다.

6차 평화방생순례는 10월2일 지리산 화엄사로 이어진다.

아래는 평화 방생순례 발원문 전문. 

거룩한 삼보에 귀의하오며
내 마음의 평온으로 온 세상에 평화가 깃들기를 발원합니다.

맑고 밝은 빛의 부처님,
내가 나의 마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대자유고 방생이며
평화를 나누는 순례의 시작임을 알아가겠나이다.
생명을 공경하는 시대에 맞는 신심의 실천임을 알아가겠나이다.

우리 사는 세상이 차별 없는 자유와 평화의 정토이기에
슬픔과 비탄 속에서 사랑과 행복을 새로 보게 하시고
절망과 공포 속에서 희망과 용기를 다시 얻게 하시옵소서.

존귀하고 자비하신 부처님,
전쟁은 또 다른 전쟁의 씨앗이라는 부처님 말씀을 잊고
존업한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이 평화의 땅을 휩쓸고 있습니다.

한 걸음 닿는 곳마다 부처님의 도량이 아닌 곳이 없습니다.
우리는 함께하는 인류애로써 생명을 키워내는 자애로운 대지위에서 
그들의 고통 곁으로 묵묵히 걸어가고자 합니다.

강하고 약한 나라 모두가 분별과 차별이 없는 평화의 서원을 의지해 
향기로운 정토로 나아가는 마음의 평화방생을 원만성취해 주시옵고
모든 생명이 함께 걷는 마음의 길을 환하게 밝혀 주시어
평화의 꽃향기를 널리 나눌 수 있도록 생명의 문을 크게 열어주소서.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영천=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윤지홍 대구지사장 fung101@beopbo.com

[1646호 / 2022년 8월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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