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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배우는 육화법

기자명 성원 스님

지구촌의 엄청난 환경재앙을 목도하면서 진정한 화합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부처님 가르침에 육화경법(六和敬法)이 있다. 여섯 가지로 화합하며 살아가는 방법이다. 굳이 부처님 가르침을 말하지 않더라도 많은 성현은 가르침을 통해 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이해와 화합 속에서 살아가는 길을 가르치고 있다. 화합은 동일한 종류를 묶어 서로 비비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질적인 것이 함께 섞여 보다 나은 무언가를 이루어 내게 하는 힘이다.

부처님의 육화법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신구의(身口意) 세 가지 업과 계율, 견해, 이익 앞에서 서로 분열하기 쉬우니 이것으로 다투지 않도록 가르쳐 주신 것이다. 오늘의 한국 정치계는 보수와 진보로 갈라진 것뿐만 아니라 같은 당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극심한 내부 분열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착잡함을 넘어 깊은 실망감에 빠져들고 있다. 시선을 돌려 요즘 지구촌에서 야기되고 있는 기후 재앙을 접하다 보면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갈라서서 주변을 힘들게 하는 일이 인간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유럽은 천년에 한 번 있을 만한 고온과 가뭄에 힘들어 하고 있다. 세기말적 재앙이라는 말도 무색할 지경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고온으로 인한 사망자가 수백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처럼 가뭄과 고온으로 힘겨워 한다는 소식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미국에서는 일 년 내내 비를 구경하기 힘들어 이름마저 죽음의 계곡으로 불리는 데스밸리에 천년에 한 번 등장할 법한 폭우가 쏟아졌다. 또 파키스탄에서는 국토의 3분의 1이 잠기는 최악의 홍수로 수천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급작스러운 기후변화를 인간들이 야기시켰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미꾸라지를 두부에 넣어서 조리하는 요리가 있다. 두부에 미꾸라지 넣는 방법은 간단하다. 미꾸라지와 두부를 같은 솥에 넣고 미세하게 열을 가하면 미꾸라지들이 서서히 밀려오는 뜨거움을 피해 두부 속으로 파고들어 간다. 그렇게 들어가 결국 그대로 삶기고 만다. 환경과 기후변화를 접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마치 두부와 한솥에 들어가 있는 미꾸라지처럼 결국에는 멸종으로 치닫는 재앙의 변화를 감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도 슬기로운 호모사피엔스들이 자각하고 실천한다면 미꾸라지 같은 초라한 종말을 맞지는 않겠지만 서로 미룬다면 인류의 미래를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티슈가 휴지가 아니라 일종의 플라스틱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물티슈를 많이 사용하면 모슬포 앞바다 멋진 돌고래가 다 죽게 된다”라고 매번 말하니 주변 사람들이 최소한 ‘잔소리꾼’ 앞에서 만이라도 함부로 물티슈 뽑기를 망설이기는 한다. 이제 근대화로의 이해를 이끌어내고자 했던 계몽주의가 아니라 신인류의 미래를 위한 자연과 환경에 관해 계몽하는 신계몽주의운동을 펼쳐야 할 것 같다.

불교의 육화 가르침은 자신과 같지 않은 대상을 배격하고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동주(同住), 함께 머무는 길을 모색해 주고 있다. 극심한 가뭄과 홍수는 수증기가 함께 모여 조화롭게 살아가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인 것이고, 고온은 지구의 열기가 어느 한쪽으로 급격히 쏠려서 벌어지는 일이다. 서로 조금 불편하더라도 함께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자연과 인간사회 모두에 정답일 것이다.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위정자들은 자연의 가르침을 직시하며 육화의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자연은 사바세계 인간사도 훤히 꿰뚫고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자 스스로 몸부림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예로부터 자연의 지혜를 배우라고 성현들은 가르쳐 주셨나 보다. 

나와 동일하지 않는 이웃이 나를 온전히 다듬어 줄 가장 좋은 탁마석이 되어 줄 것이다. 함께 모여 더 조화롭고 아름답게 살아갈 사람을 빗줄기 사이에서 찬찬히 찾아보고 싶다. 

성원 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647호 / 2022년 9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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