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제자 참 모습 보여준 미얀마 스님들

기자명 이병두

2020년 수십 년 만에 민간정부가 들어섰던 미얀마에서 1년 만에 쿠데타로 군부가 다시 권력을 휘두르게 되면서 국민들이 다시 고통을 겪게 된지 1년 반이 넘었다. 그러나 미얀마 사람들은 젊은이와 노인, 남자와 여자를 가릴 것 없이 군부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고 있다. 쿠데타를 일으킨 세력이 권력을 장악한 뒤 이토록 오래도록 국민들이 저항을 계속하는 것은 세계 역사에서 드문 일일 것이다. 미얀마 국민들이 잘못된 권력의 횡포에 굴복하지 않고 저항을 이어가는 모습을 볼 적마다 놀랄 뿐 아니라, 그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나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쿠데타 이전 아웅산 수치가 이끌던 민간정부 시절이라고 해서 좋은 일만 이어지지는 않았다. 마치 유신정권 시절 대통령이 국회의원 3분의 1을 지명하였듯이, 군부 몫으로 배정된 국회의원이 있고 군대가 운영하는 굵직한 사업체가 기간산업을 장악하고 있어서 정부가 아무런 제어장치를 갖지 못하고 있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아웅산 수치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의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했다고 해도 중요한 국가 현안을 제대로 이끌어가기 어려웠다. 변화를 기대하는 국민들과 군부 사이에서 힘들게 행정을 이끌고 가는 민간 정부에게, 100여년 동안 복잡하게 얽혔던 로힝야(Rohingya) 사태로 대표되는 ‘종족‧종교 갈등’을 단시일 내에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박은 무거운 돌을 짊어지고 강을 건너가라는 것처럼 버겁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간단하게 말해서 로힝야 사태는 영국인들이 식민 지배를 하면서 씨앗을 뿌려서 싹을 틔웠고,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이곳을 점령한 일본인들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립한 뒤 수십 년간 국정을 맡아온 군부는 과거 영국인들이 쓰던 분할통치(divide-and-rule) 방식을 채용해 로힝야 등 소수 민족을 고립시키는 정책을 더 강화해오고 있었다. 군부가 위기를 겪을 때마다 사태를 더 확대하면서 마바타(Ma Ba Tha)로 대표되는 극단적인 불교 민족주의자들을 우군으로 삼아 그들에게 소수 민족 탄압의 전위대 역할을 하게 하였다. 극단적인 불교 민족주의자들과 군부가 연합하여 로힝야 등 소수 민족에 가하는 탄압은 “민족주의와 종교의 결합이 가장 위험하다”는 말을 입증해주는 생생한 사례일 것이다.

버마족 불교도와 로힝야 무슬림 사이에서 일어난 작은 갈등과 충돌 상황을 악용해 사태를 악화시키는 군부와 그 지원 세력들 때문에 수많은 무슬림들이 죽거나 고향을 떠나 정처 없는 망명 생활을 하고, 고향을 떠나지 않았을지라도 생계 위협을 겪고 있었다. 경찰과 군인들이 묵인해주는 가운데 무슬림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경우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다행히 이 위험한 상황에서, 쫓기는 무슬림들을 사원 안에 받아들여 숙식을 제공하며 보호해 준 불교 사원들이 있었다. 최악 상황에 이르렀던 2013년 3월, 북부 산(Shan) 주의 티리밍가라르 만수 사원(Thirimingalar Mansu Monastery) 주지 우 폰난다(U Ponnanda) 스님은 “종족과 종교에 상관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을 돌보아야 한다”면서 무슬림 1200명을 받아 보호해주었다. 야다나르 우 사원(Yadanar Oo Monastery)의 주지 우 위투다(U Witthuda) 스님도 무슬림 수천 명을 받아들여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하였다. 사원 입구에서 “무슬림들을 내보내라”고 위협하는 시위대를 향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내보내 줄 수 없다. 그들을 강제로 데리고 나가려면 먼저 나를 죽여라. 나는 그들을 내보낼 수 없다”고 의연하게 맞서 결국 무장 시위대가 발길을 돌리게 하였다.

‘미얀마 불교인들의 폭력’적인 모습만을 전하는 서방 언론의 보도에 실망하던 차에 진정한 부처님 제자의 길, 출가 수행자의 참 모습을 보여준 두 스님의 말씀과 의연한 자세가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한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648호 / 2022년 9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