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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은 평등하고 존귀하다

기자명 황산 스님

낮은 자존감은 불행 낳는 근본
‘자비로운 사람’ 목표로 삼아야
통제 당하면 무능해지기 쉬워
상호존중 대입하면 문제 해결

통제가 심한 부모에게 자라면 스스로 늘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부모님은 자식을 위해 “그렇게 하지 마라” “이렇게 해야 해” “나중에 뭐가 되겠니?”라고 말하지만 자식은 부모에게 늘 꾸중을 듣는 것 같습니다. 잘못한 것이 많으니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잘한 것은 칭찬하고 잘못한 것은 스스로 잘못을 느끼게끔 인도해 주면 좋겠지만 심지어 잘못하지 않은 것까지 지적을 받으니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져 혼란스럽습니다. 자기 확신이 낮아지면 쉽게 불안하고, 공포를 느끼며, 의심·시기·질투도 강해집니다. 강자에겐 비굴하고 약자에겐 냉혹하며 의지박약이거나 소심해집니다. 낮은 자존감은 이렇게 불행을 낳는 근본이 됩니다.

자존감이 낮은 상태의 수행은 자칫 위험해지기도 합니다. 시기 질투나 오만·비굴·거짓·독선·미움·분노·욕심 등이 보통사람 수준으로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행을 하면 더 오만해지고 이기적이기 쉽습니다. 권력을 가진 이가 그렇게 되면 주변인들은 더 위험해집니다. 출가자가 감정적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수행하다가 주지를 맡으면 그 사찰에 다니는 사람들이 고통을 받거나 떠나는 일이 생깁니다. 절에서 근무하거나 봉사하는 사람도 기도는 열심히 하는데 정작 감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그 절에 다니는 사람들이 힘들어집니다. 수행하는 사람은 참선하든 염불을 하든 일단 자존감을 회복하여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발보리심과 함께 자비심을 갈고 닦아야 합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유교 문화 속에서 지내 왔습니다. 유교에서는 충효를 강조합니다. 신하가 왕에게, 평민은 양반에게 충성합니다. 그것이 가정에도 영향을 미쳐 효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효도를 넘어 복종으로 자리 잡아 자식이 부모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효도인 양 호도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가족의 서열도 만들어졌습니다. 부모 자식은 물론 형제까지도 위아래가 형성됩니다. 부부도 아버지는 대주가 되고 어머니는 시녀가 되어 온 가족의 뒷바라지를 합니다.

서열화된 사회와 가족은 서로를 통제하려고 합니다. 사람이 통제되면 자존감이 떨어져 스스로 늘 부족하다고 여깁니다. 성인이 되고 부모가 되면 똑같이 자식을 통제하려고 합니다. 부부가 되어도 남녀가 상대를 통제하려 합니다. 유교 사회에서 오래도록 살아오다가 지금은 민주사회가 되어 평등해졌습니다. 민주주의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합니다. 부자·빈자·남녀노소·범죄자·종교인·장애인·재벌 누구 할 것 없이 똑같은 한 표를 행사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에서 국민은 평등권을 보장받습니다. 민주주의는 누구나 평등한 사회입니다. 그러나 유교적 관습은 뿌리 깊어 곳곳에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아직 남녀는 평등하지 않고 부모와 자식도 평등하지 않습니다. 절에서는 신도와 스님이 평등하지 않습니다. 서열화된 곳에서 상위자는 오만무도하여 약자에게 냉혹하기 쉽고, 약자는 오래도록 차별받아 무능해지기 쉽습니다.

개천에서 용나는 일은 평등한 사회에서 가능하지 서열화된 곳에서는 매우 어렵습니다. 사찰에서도 은사스님이 상좌스님을 아랫사람처럼 대하면 상좌스님이 무능해지기 쉽습니다. 자비로우면 자비로운 제자가 되기 쉽습니다. 회사의 경영자가 통제형이 되면 그 회사의 미래가 어둡고, 종교지도자들이 통제형의 사람이 많으면 그 종교의 미래도 어둡기 마련입니다.

모든 생명은 평등하고 존귀합니다. 평등하고 존귀하기에 상대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불교의 핵심 사상이고 그것을 삶에 대입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상호존중형의 부모에게 자라면 자식은 열정과 사랑·이타심이 넘쳐 남을 행복하게 합니다. 국가 지도자가 상호존중형이라면 국정 운영이 활력이 넘쳐 미래가 밝아집니다.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종교지도자가 상호존중형이라면 그 종교로 입문하거나 개종하려는 사람이 넘치며 신도와 종교인의 우애도 돈독해질 것입니다. 지도자 스스로 존중을 실천해야 할 가장 절실한 이유입니다.

황산 스님 울산 황룡사 주지 hwangsanjigong@daum.net

[1648호 / 2022년 9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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