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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바로 자비보살입니다

기자명 혜달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22.09.19 13:05
  • 수정 2022.09.19 17:11
  • 호수 1649
  • 댓글 1

부처님 가르침을 믿고 실행하는 분들에게 ‘자비’는 매우 익숙한 단어다. 그러나 누군가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는 무엇입니까?’ 물어오면, 다수는 난감해한다. 뭐부터 말해야 할지 주춤거리다 그동안 절에 다니며 귀 기울여 듣던 것들을 정리하느라 사고하는 뇌는 바쁘게 움직인다. 자비를 좀 더 잘 설명하려다 보니 머뭇거리게 된 것이다.

평상시 크게 염두에 두지 않으면서 배려했던 생각이나 행동들이 바로 자비실행인데, 시간 여유를 내서 또는 금전 여유가 있어야 베풀 수 있는 것으로 오인하는 바람에 설명도 실행도 머뭇머뭇하게 되는 것이다. 실은 자비는 쉽게 실천할 수 있고 간단한 설명도 가능하다.

“자비의 자는 ‘즐거움은 나누어 주는 것’이고, 자비의 비는 ‘괴로움을 나누어 갖는 것’이다.”

내겐 손해인 것처럼 보이지만, 상대방도 나에게 즐거움은 나누어 주고 나의 괴로움을 나누어 가지니 서로가 화목하고 평화로워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자비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즐거움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는 격언이 바로 불교의 자비를 결과론적으로 잘 설명한 것이라 하겠다.

일상에서의 자비실천이 곧 복을 쌓는 지름길이고 우리가 바라는 즐거운 삶이다. 그리고 누구나 금전 없이도 복을 지을 기회는 주변에 널려져있다.

내 집 앞, 내 가게 앞을 정돈하고 청소해서 지나가는 분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 버스, 전철을 기다리면서 정류장 의자를 휴지로 닦아 놓는 것, 길에 버려진 작은 쓰레기를 줍는 것 등 배려하는 행동 모두가 자비실천이다.

이웃들과 만남에서는 “오늘 입은 옷이 잘 어울리네요” “오늘은 유난히 돋보이세요” “말씀을 참 곱게 하셔서 기분이 좋습니다” 등의 칭찬으로 상대를 기쁘게 하는 것도 일상에서 쉬이 할 수 있는 자비실천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선한 마음으로 한 칭찬은 이웃을 기쁘게 한다. 그리고 칭찬받은 사람도 이웃에게 선한 마음을 담아 칭찬과 위로를 계속 이어나가면, 이것이 바로 ‘자비 버스킷 챌린지’이다. 자비가 담긴 칭찬과 위로는 마음의 문을 열어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하고, 따뜻한 인간관계가 쌓일수록 세상은 정다워진다.

부처님 말씀을 만나 본 사람이라면 나와 인연이 있든 없든 내 삶의 터전에 있는 모두가 행복하기를 서원할 줄 알아야 한다. ‘옷깃만 스쳐도 오백생의 인연이 있다’는 말처럼 잠시의 마주침도 소중한 인연으로 삼고, 넘치지 않는 자비로 만남을 이어간다면 이것도 자비실천이다.

복은 재물 없이도 마음만 내면 얼마든지 쌓을 수 있고, 자비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베풀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우리 모두는 이런 샘물을 지니고 있고, 이 샘물을 목마른 생명체에게 나누고 싶은 만큼 나누어도 된다.

석가모니부처님은 무심(無心)으로 살신성인해서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를 이롭게 하셨다. 고통의 소리가 있는 곳에는 어디든 가셨고, 늘 지치고 힘든 사람과 함께 하셨기에 그래서 지금도 석존의 향기가 이 세상에 가득한 것이다. 평상시 이웃을 웃게 하는 것이 목숨을 내놓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한번 용기 내보자.

평가·지적·참견 대신 이해심으로 헤아리고 지도하고 관심을 보이면 내 주위 더 나아가 우리 사회는 웃는 날이 더 많아질 것이며, 이것이 바로 애향이고 애민이고 애국이다. 이처럼 공감의 넓이를 넓혀가면서 같이 잘 지내는 것이 자비이다.

‘사람으로 태어나기 어렵고, 부처님 가르침 만나기는 더 어렵고, 부처님의 바른 교법을 전해 주는 스승 만나기는 더더욱 어렵다’고 하듯, 우리는 사람으로 태어났고, 부처님 가르침도 만났고,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전해 주는 스승도 도처에 있으니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이다. 이제는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주위 생명들에게 곁을 내어주는 자비보살이 되어 볼 때다. ‘여러분이 바로 자비보살입니다.’

혜달 스님 (사)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장
hd1234369@gmail.com

[1649호 / 2022년 9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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