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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계 현안 해결되려면

기자명 진원 스님

근래에 나는 직접선거와 간접선거를 모두 경험했다. 직접선거는 비구니회장 선출선거였고, 간접선거는 비구니종회의원 선거였다. 순전히 자발적으로 선거가 진행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만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와 결과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가운 소식은 새로 당선된 진우 스님이 비구니계를 방문해 비구니스님들이 당면한 현안문제에 관심을 갖고 경청했다는 것이다. 비구니의 한사람으로 종단과 비구니계가 긴밀하게 현안을 공유하고 고심하는 자리가 만들어졌음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의례적인 방문과 지지로만 끝나지 말고 지속적이고 가시적인 정책을 공론화시켜 발전해 나아가야 할 책무가 있다. 

전국비구니회에서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총무원장스님에게 5가지를 제안했다고 한다. 이 문제는 비구·비구니계 문제라기보다는 불교계 전체의 과제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비구니스님들의 참종권 확대와 제도개선의 문제, 선학원 도제 권리제한의 문제, 종단 내 비구니스님의 역할 확대, 교구별 공동수행시설 및 요양원건립의 문제, 불교 역사 바로 세우기 활동과 세계여성불자대회 개회지원의 문제 등이다.

위 5가지 중 세계여성불자대회를 제외한 나머지는 비구니스님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해 종단 내 비구니스님들의 역량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필자는 아직 종단의 크고 작은 선거에는 참여해 보지 못했다. 자신이 속해 있는 종단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소외감은 결국 비구니스님들의 역량과 역동이 사장되거나 무관심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종단은 포교와 전법 수행에 비구니스님들의 역량과 함께했다. 그럼에도 비구대중과는 다르게 비구니스님들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원천적으로 막혀있어 비구니스님들의 원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종단으로서는 큰 손해다. 비구니스님들의 성차이에 대한 차별도 비구니스님들의 출가자 감소의 한 원인이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또 하나 안타까운 일은 재단법인 선학원 소속의 도제들이다. 출가당시 대한불교조계종인지 재단법인선학원 소속인지 절집의 성향을 알고 출가한 스님들은 거의 없다. 행자생활을 같이 했고, 강원, 선원생활을 같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종단처럼 되어가는 것들이 참으로 안타깝다. 잘못된 정책으로 갈라선 사이에 끼인 출가자들은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강요를 당하고 있다. 이는 분명 폭력이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싸움 속에 그대로 노출된 스님들이 눈물겹다. 이번 집행부에서는 더 고착화되기 전에 도제들이 교육이라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구니스님들의 참종권 확대와 종단 내 역할에 대해서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방법론과 역할에 대안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최근 간접선거로 비구니종회의원 투표를 했다. 대부분 스님들의 정견 발표에 이어 활동분야별로 선출이 되었으나, 한결 같이 비구니스님들의 종단 내 가교 역할과 화합을 통한 종단발전을 이야기 했다. 그러나 참종권 문제나 역할 확대에 대해서는 감히 누가 제안도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 각 분야별로 대표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의결기구에 참여한 만큼 비구니스님들의 권익에 대해서 논의할 기구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비구니스님들을 대표해 종회의원이 된 스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떤 부분에서 어떤 역할들이 필요하고 종단 내에서 어떤 부분들을 수행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드는 TF를 만들어 홍보와 의견 수렴을 해야 한다.

비구니계의 현안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종단의 현안이기도 한 5가지 제안이 그저 제안으로만 끝나지 말고 또 총무원장 스님의 의례적인 방문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제안의 목소리가 단발성이 아닌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사부대중이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진원 스님 계룡시종합사회복지관장 suok320@daum.net

[1650호 / 2022년 9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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