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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의근의 신경과학

현대 뇌과학 풀지 못한 난제, 붓다는 답 얻었다

의식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는 현대 뇌과학이 해결 못한 과제
붓다, 마노라는 감각기관 설정…마노가 법경 감지하면 ‘의식’
뇌활성 감지하는 의근에 포섭되면 그 맺힌 상이 곧 의식이 돼

불교에서 마음은 대상을 아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대상 없이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붓다는 대상을 아는 여섯 가지 감각기관이 있다고 했다. 다섯 가지 감각기관인 눈[眼], 귀[耳], 코[鼻], 혀[舌], 피부[身]는 우리가 잘 안다. 이들을 불교용어로 전오근(前五根)이라 하는데, 각각 형색[색, 色], 소리[성, 聲], 냄새[향, 香], 맛[미, 味], 촉감[촉, 觸]을 감지한다. 감각 대상이 감지되면 그것은 알음알이[마음]가 된다. 눈으로 형색을 알고, 귀로 소리를 알고, 혀로 맛을 알고, 코로 냄새를 알고, 피부로 감촉을 안다. 이런 다섯 가지 알음알이를 전오식(前五識)이라 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붓다는 여섯 가지 감각이 있다고 했다. 마노[mano, 意]라는 감각기관을 설정하고, 마노가 법경(法鏡)을 감지하면 마노의 알음알이, 즉 의식(意識)이 된다는 것이다.

‘여섯 가지 알음알이의 무리를 알아야 한다’라고 한 것은 무엇을 반연하여 한 말인가?

“눈과 형색들을 조건으로 눈의 알음알이[안식, 眼識]가 일어난다. 귀와 소리 들을 조건으로 귀의 알음알이[이식, 耳識]가 일어난다. 코와 냄새 들을 조건으로 코의 알음알이[비식, 鼻識]가 일어난다. 혀와 맛들을 조건으로 혀의 알음알이[설식, 舌識]가 일어난다. 몸과 감촉들을 조건으로 몸의 알음알이[신식, 身識]가 일어난다. 마노[意]와 법들을 조건으로 마노의 알음알이[의식, 意識]가 일어난다. ‘여섯 가지 알음알이의 무리를 알아야 한다’라고 한 것은 이것을 반연하여 한 말이다.” (‘맛지마니까야 148’ ‘여섯씩 여섯 경(Chachakka Sutta), M148’)

의식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는 현대의 뇌과학조차도 해결하지 못하는 난제이다. 하지만 붓다는 마노라는 감각기관을 설정하고, 마노가 법경을 감지하면 의식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마노가 무엇인지, 법경이 무엇인지, 의식이 무엇인지 더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전오근에서 눈은 형색, 귀는 소리와 같이 자신의 영역만 경험하지만 결코 서로 다른 영역과 대상을 경험하지 않으며, 마노가 그들 각자의 영역과 대상을 경험한다고 하였다. (‘맛지마니까야’ ‘교리문답의 긴 경(Mahā-vedalla Sutta), MN43’). 마노가 시각, 청각 등 오감을 다시 감지하여 알음알이를 통합한다는 뜻이다.

법경(mano-object)은 무엇이고 마노는 어디에 있는 어떤 감각기관일까? 법경은 전오근으로 결코 감지할 수 없는 추상적인 감각대상이다. 지난 연재를 통하여 법이라는 감각대상(dhammārammaṇa), 즉 법경이 무엇이든 그것은 뇌활성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뇌활성은 다섯 감각의 문[五門, 전오근; 눈, 귀, 코, 혀, 피부를 통해서는 절대로 감지되지 않는다. 뇌활성은 뇌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고, 전오근은 뇌 밖에 위치하는 감각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마노라는 감각기관은 뇌 속에 있어야 함이 자명하다. 그 감각대상인 법경, 즉 뇌활성이 뇌 속에 있기 때문이다.

뇌활성은 어떻게 생성될까? 뇌활성은 다섯 가지 감각기관이 감각대상을 받아들여 만든다. 따라서 다섯 가지 감각기관은 변환기(transducer)라고 설명하였다. 각각의 감각기관은 색·성·향·미·촉을 100mV짜리 전기[활동전위, action potential]로 변환하여 뇌의 1차 감각피질로 전달한다. 그렇게 하여 생성된 뇌활성을 마노가 감지한다. 이렇게 보면, 마노는 대뇌피질의 뇌활성[활동전위]을 감지한다. 의근(意根)의 감각대상이 법경이니, 뇌활성이 곧 법경이라는 의미이다.

뇌는 바깥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다. 머리뼈 속 깜깜한 공간에 갇힌 뇌는 다섯 가지 감각의 문을 통하여 외부세상을 본다. 외부세상에 있는 인식대상인 전오경에 대한 이미지(image, 像)가 전오근을 통하여 뇌에 맺힌다. 그 이미지는 마음을 만드는 재료가 되기에, 뇌를 마음거울(mind mirror)이라고 했다. 뇌는 마음거울에 맺힌 상을 해석하여 대상을 안다. 그것이 마음이 된다. 여기서 잠깐! 마음거울에 맺힌 상이 마음이 되려면 의근에 감각되어야 한다. 그렇다. 마음거울에 맺힌 상을 감각하는 기관이 의근이다.

마음거울에 맺힌 상은 뇌신경회로의 활성이다. 뇌에 맺히는 상은 감각기관에서 시작되어 복잡한 뇌신경망을 통하여 흐르는 활동전위들의 합창이다. 그런데, 활동전위는 방향성을 가지고 흐른다. 예로서, 시각신호 처리의 경우 망막 → 시상 → 1차시각피질 → 2차, 3차 … 시각피질 → → → 해마로 흐르면서 형태분석이 완성되고, 종국에는 전전두엽으로 흘러간다.

현대 뇌과학에서 의식은 전전두엽의 기능으로 본다. 전전두엽의 활성이 의식을 만든다는 뜻이다. 예로서, 형색을 아는 눈의 알음알이 의식은 형색에 대한 뇌활성이 전전두엽에 들어와야 의식에 들어온다.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 후각, 등 모든 감각 신호처리의 뇌활성도 궁극적으로 전전두엽으로 흘러 들어가 의식이 된다. 바깥세상에 있는 감각대상으로부터 시작된 외인성 뇌활성뿐 아니라 뇌 속에서 자발적으로 생긴 내인성 뇌활성도 전전두엽으로 흘러 들어가 의식에 들어온다. 기억을 회상하는 생각이 이런 뇌활성이다.

전전두엽으로 들어오는 뇌활성을 포섭[감각]하는 기관이 의근이다. 그것은 무엇일까? 전오근을 보자. 오감의 감각기관에서 실제로 대상과 부딪히는 부분을 ‘감성(pasada)’이라 한다. 그곳[감성]은 신경세포들이 모여 있는 감각부위이다. 눈의 경우 망막이 감성이며, 귀의 경우 달팽이 기관에 있는 코르티기관(organ of Corti), 코의 경우 코천장 후각상피의 후각 신경세포들, 혀의 경우 맛봉오리, 피부의 경우는 촉감을 감지하는 여러 가지 피부기관들이다. 이들 전오근은 외부의 물리적 힘[빛, 음파, 냄새분자, 맛분자, 닿음]을 활동전위로 바꾸는 변환기들이다. 반면에 의근은 전오근이 만들었거나[외인성] 뇌 속에서 자발적으로 생긴[내인성] 활동전위들의 앙상블을 감지하는 신경세포들이다. 외인성이든 내인성이든 생성된 신경앙상블들은 전전두엽으로 흘러들어오게 되어 있고, 의근 신경세포들은 이 앙상블들을 포섭한다.

전오근에 있는 감각 신경세포들은 일정한 곳에 밀집하여 위치한다. 예로서, 눈에는 망막에 감각 신경세포들이 있다. 하지만 전전두엽으로 흘러들어오는 길은 하나가 아니라 11차원으로 된 신경망의 어느 위치에서도 들어올 수 있다. 그래도 당연히 길목은 있다. 따라서 의근 신경세포들은 11차원의 공간에서 전전두엽의 길목에 흩어져 존재한다.

의근 신경세포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전전두엽으로 들어오는 신호는 동시다발적이다.

눈에서, 귀에서, 코에서, 혀에서, 피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하여 마음거울에 상을 맺고, 그 상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전전두엽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의근은 한 찰나에 하나씩만 포섭한다. 붓다는 의근에 포섭되면 그 상은 의식이 된다고 했다. 또한, 의근은 싸띠(sati)에 의지한다고 했다. 싸띠가 의근신경세포들을 관리한다는 뜻이다.

문일수 동국대 의대 해부학 교수 moonis@dongguk.ac.kr

[1650호 / 2022년 9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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