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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수행인 삶

기자명 하림 스님

삶은 커다란 늪을 건너는 과정
주의 깊게 살피면 수렁 덜 빠져
자기 정신 깨우려 노력한다면
화라는 업식 사라지고 안정 돼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루면서 살아가야 할까요? 이에 대한 길을 부처님께서는 2500년 전 이미 인류가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고집멸도 사성제로 전해주셨습니다. ‘대념처경’에는 “지금 몸으로 마음으로 경험하는 것들에서 깨어 있으라”고 그 비법을 알려줍니다. 몸으로 마음으로 경험하는 일상을 알아차리고 머물러 지켜보면서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요?

인생은 커다란 늪을 건너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늪을 건너가야 하는 경우 먼저 늪을 잘 살피고 한 발 내딛기 전에 발걸음을 주의 깊게 알아차리고 살펴야 합니다. 그렇게 살아가면 늪을 건너가는 사이에 깊은 수렁에 빠지는 일이 아무래도 적어집니다. 이것이 이번 생에 태어나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가는 길이 아닐까요? 

50대 후반을 살아가는 저의 삶을 돌아봅니다. 힘든 경험을 돌이켜 보면 어떤 생각에 빠지거나 감정에 빠지거나 욕심에 빠져있을 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혹은 몸의 어디가 아프다고 집착해서 살던 모습이었습니다. 수렁에 빠지지 않는 특별한 비법은 없습니다. 수렁에 발을 깊이 담그지 않고 힘을 싣지 않아야 합니다. 자기 발걸음에 주의를 두고 한 걸음 두 걸음 내디딜 때마다 잘 살펴야 합니다.

몇 년 전 프랑스 플럼빌리지에 2주 정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틱낫한 스님께서 걸었던 그 길이 생각납니다. 아침이면 발끝에 주의를 두고 천천히 걸으셨던 그 길을 틈날 때마다 따라 걸었습니다. 가끔 정신이 산만해질 때는 맨발로 걸었습니다. 맨발로 길을 걸을 때는 주의가 발바닥에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에게 상처를 줄 온갖 위험한 것이 널려있기 때문입니다. 그 길을 걷는 것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현재에 주의를 두고 살아가는 명상의 시간입니다. 부처님께서도 반은 앉고 반은 걷기를 권장하셨다고 합니다. 곧 움직이지 않고 정신을 차리는 것과 움직일 때도 정신을 차리는 방법을 우리에게 일상의 수행 방법으로 전해주신 것입니다.

예전에 만초 스님으로부터 통도사의 길이 없는 곳에서 밤에 걷기 명상을 하는 방법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삼, 사십 명씩 모여도 길보다 길이 없는 곳을 맨발로 걸을 때 오히려 사람이 다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치는 이유는 대부분 주의를 놓치기 때문입니다. 걷기 명상을 몸으로 이해하고 체험하는 데 좋은 방법이라 할 것입니다. 주의를 발에 두고 알아차리면 뾰족한 돌이 내 발에 상처를 입기 전에 발을 더 밟지 않게 됩니다. 이는 플럼빌리지에서 아침에 풀밭을 걸으면서도 경험했던 느낌입니다. 새벽이슬이 내린 풀밭의 차갑고 시원한 느낌을 자각하게 하고 작고 뾰족한 돌들은 나의 발바닥에 주의를 가져오게 합니다. 

이러한 자기의 정신을 깨우는 노력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하고 있고 잘 알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정신이 들도록 찬물에 세수하는 것은 곧 주의를 지금 여기로 가져오는 명상을 하는 것입니다. 먹을 때 배가 부르다는 것을 아는 것도 명상입니다. “목마를 때 물을 먹는 것이 공부다”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일상에서 우리는 명상을 하는 것입니다. 

특히 운전할 때는 잠시라도 주의를 놓치거나 깨어 있지 않으면 큰일이 나고 맙니다. 요즘 운전하는 시간에 명상을 접목하려고 노력합니다. 운전하다 보면 갑자기 끼어드는 차가 있습니다. 그럴 때 나를 보면 그에게 ‘빵’ 소리를 내어서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고 나의 화난 마음을 전해주고 싶어 합니다. 그런 마음이 올라올 때는 나를 비추어 볼 기회입니다. 차가 갑자기 끼어들면 ‘아! 지금 몹시 급한 상황인가 보구나! 오죽하면 이렇게 무리하게 운전할까?’라고 바라봅니다. 또 그냥 차가 앞으로 끼어든 모습만 보고 상대를 판단하거나 비난하는 마음을 갖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화라는 업식의 발걸음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 됩니다. 아무래도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 금방 안정된 마음으로 돌아오기가 쉽습니다. 일상에서 명상의 기회는 이렇게 늘 만날 수 있습니다. 일상이 수행인 삶을 그려봅니다.

하림 스님 부산 미타선원장 whyharim@hanmail.net

[1650호 / 2022년 9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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