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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구도세계 그린 '만다라' 김성동 작가 별세

  • 사람들
  • 입력 2022.09.29 16:03
  • 수정 2022.09.29 16:42
  • 호수 1651
  • 댓글 1

9월25일 오전 위암 투병 끝에…향년 75세, 문인장으로 치뤄져
1975년 '목탁조'로 등단…'만다라' '국수' '꿈' '풍적' 등 대표작서
문학적 원천인 비극적 가족사 경험과 불교적 구도세계 녹여내

장편 '만다라'와 '국수'로 유명한 김성동 작가가 위암 투병 끝에 9월25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75세. 장례식은 문인장으로 치러졌다.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국제펜(PEN)한국본부, 한국소설가협회는 김성동 작가 장례위원회를 꾸리고 26일 오후 7시 건국대충주병원 장례식장에서 추도식을 열었다. 장례위원에는 소설가 박범신·김훈·김홍신·백시종, 도종환·이장곤 시인, 이창동 감독 등 87명이 참여했다. 발인은 27일 오전 9시 진행됐다.

1947년 충남 보령 출생인 고인은 유가(儒家)에서 한학을 공부하며 성장했다. 1964년 서울 서라벌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965년 19세 나이로 도봉산 천축사로 출가해 10년가량 수행자의 삶을 살았다. 남로당 활동을 한 부친을 둔 탓에 연좌제로 묶이는 등 고초를 겪었다.

방황 끝에 문학을 탈출구로 삼았다. 1975년 ‘주간종교’에 소설 ‘목탁조’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정식 승적이 없었지만 소설에서 불교계를 악의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1976년 ‘승적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 제작한다’는 통고를 받았다. 승복을 벗은 뒤에도 자신이 머물던 거처에 ‘절 아닌 절’을 뜻하는 ‘비사란야’라는 이름을 붙이고 불상을 모신 채 염불하며 생활했다.

고인은 한 수도승이 파계승을 만난 뒤 수도 생활에 변화를 맞는 과정을 그린 소설 ‘만다라’(1978)를 발표해 큰 주목을 받았다. 6년째 ‘병 속의 새’라는 화두를 풀지 못하던 수도승 법운이 기행을 일삼은 파계승 지산을 만난 뒤 수도 생활에 변화를 맞는 과정을 그렸다. 법운의 수행과 방황을 통해 불교계는 물론 한국 사회의 병폐를 고발했다. 임권택 감독이 1981년 동명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배우 안성기가 법운을, 전무송이 지산을 맡았다. 책은 1992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해외에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고인은 이후로도 근현대사의 이데올로기적 상처와 불교적 구도를 문학적 원천으로 삼은 작품들을 펴냈다. 1983년 이념적 갈등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 ‘풍적’을 문예 중앙에 연재하다, 부친의 사상을 다뤘다는 이유로 2회 만에 강제 중단됐다. 반미 정서와 학생운동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그들의 벌판’도 중앙일보에 연재하다 두 달 만에 펜을 내려놓기도 했다. 이 무렵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었다 사흘 만에 깨어났고, 몇 차례에 걸친 뇌수술로 석달여 만에 병원에서 퇴원했다.

그런 와중에도 꾸준히 중편과 단편을 발표했다. 자전적 장편 ‘집’과 ‘길’, 산문집 ‘미륵의 세상 꿈의 나라’ ‘생명기해’ 등을 출간했다. 1991년 시작한 역사소설 ‘국수’(國手)는 임오군란(1882)·갑신정변(1884)을 지나 동학농민운동(1894)이 일어나기 전까지 각 분야의 예인과 인간 군상을 그린 시대극이다. 미완으로 끝냈다가 2018년 6권으로 완간했다. 국수는 바둑 고수를 일컫는 말이다.  바둑 소설은 아니지만, 소설 밑바탕엔 바둑을 통한 '구도(求道) 정신'이 깔려 있다. 소설 도입부에선 바둑을 통해 상생(相生)의 이치를 설파한다.

‘꿈’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불교신문에 연재한 소설로, 젊은 승려 능현과 여대생 희남의 사랑과 구도를 다뤘다. 2010년 민족 해방과 계급 해방을 위해 싸운 이들의 행적을 담은 열전 ‘현대사 아리랑’을 냈다. 개정 증보판 ‘꽃다발도 무덤도 없는 혁명가들’로 2014년 출간했다. 2019년에는 좌익 활동을 하다가 죽임을 당하거나 옥고를 치른 이야기 ‘민들레꽃반지’를 출간했다. 이 책이 고인이 다룬 생전 마지막 소설집이 됐다.

고인은 생전 1985년 신동엽창작기금상, 2016년 이태준문학상 등을 비롯해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51호 / 2022년 10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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