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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극복 위해선  적극적 책임의식 필요

기자명 효림 스님

기후위기 직면한 푸르른 지구
먼저 피해 입는 소외된 이웃들
생명존중 위한 자비심 일으켜
불자로서 해야 할 일 고민해야

지난 9월24일 서울 광화문. 행진을 하던 수만 명의 시민이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갑자기 도로 위에 드러눕는다. 어린아이부터 학생, 어르신까지 아무런 미동도 없이 마치 죽은 듯 누워있다. “더이상 이대로 살 수 없다”는 기후 재난에 대한 항의이자 비폭력 시위다. 

지금 세계는 기후 비상사태다. 역대급 폭염과 가뭄으로 주요 강이 마르고 열대우림이 도처에서 불타며 빙하는 3배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매일 전 세계에서 약 1억50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150여종의 동식물종이 전멸하고 있다. 매일 5만톤의 비옥한 토양이 사리지고, 약 800㎢씩 사막이 늘어나고 있다. 파키스탄의 경우 지난 8월 대홍수로 국토의 1/3이 잠겼고, 천여명이 사망했다. 우리도 지난 여름 갑작스런 폭우로 수많은 사상자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지구상 어떤 곳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기후 난민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지구 온난화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분투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리고 제일 먼저 그 피해를 입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통적 탄소 기반 에너지 산업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여전히 이익이 줄어들 것을 걱정한다. 정치인들 또한 기후·환경 보호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세계가 기후협약을 맺었지만 각국의 자발성에 의존한 데다 재원분담 문제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 의회에 초대된 청년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이렇게 외친다. “우리가 이처럼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신네가 우리의 미래를 도둑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집이 불타고 있어요.” 그러면서 덧붙인다. “실제로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지를 말하고자 이런 자리에 우리를 초대하지는 마세요.” 

푸르른 지구는 인간에게 아낌없이 자연을 내주었지만, 생명존중이 결여된 인간의 무지와 탐욕이 자연을 함부로 파괴하고 자원을 무분별하게 소진해버렸다. 이제 자연환경 위기는 윤리의 문제를 넘어 생사가 걸린 문제가 되고 말았다.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자연 자원을 착취한다면 미래세대뿐 아니라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 다다랐다. 달라이라마 존자는 말한다. “지금 우리는 자연이 숱한 세월에 걸쳐 빚어낸 석탄, 가스, 석유를 단번에 실컷 소비해버리고 있어요. 이것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지요. 기후 위기를 최종적으로 극복하려면,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인구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움이 부족하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그리고 타자들의 미래가 우리에게 달려 있음을 깨달아야만 합니다. 종교는 기도 행위에만 한정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도보다 윤리적 행동이 더 중요해요.” 

이제 세계는 경제적 측면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도전과제에도 서로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운명 공동체임을 체감하고 있다. 불교는 인간 존재의 우위성을 강조한 다른 종교와 달리 아무리 미물일지라도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고통을 싫어하고 행복을 원한다는 생명존중 사상을 강조한다. 그리고 ‘마치 어머니가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목숨 바쳐 지키듯이, 모든 존재에 대해서도 또 온 세상에 대해서도 한없는 자비의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고 가르친다. 자비는 단순한 정감의 마음이 아니다. 그 핵심은 보호에 있으며 강력한 힘을 나타낸다. 다시 말해 자비는 마치 나를 지키고 상대를 지키는 보호주와 같은 것이다. 

또 ‘앙굿따라니까야’에는 이러한 가르침이 있다. ‘자기도 보호하지 않고 남도 보호하지 않는 사람은 가장 하천한 사람이요, 남을 보호하고 자기를 보호하지 않는 사람은 그보다 훌륭하며, 이보다는 자기를 보호하되 남을 보호하지 않는 사람이 더 훌륭하고, 이보다는 자기도 보호하고 남도 보호하는 사람이 훌륭하다.’ 내 자신을 잘 돌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상대에게 양질의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해 보자. ‘불자로서 지구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생명에 대한 적극적 책임의식을 가지면서, 내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한 걸음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효림 스님 자비수행지도법사 metta4rest@naver.com

[1651호 / 2022년 10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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