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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수행이론의 총망라(28)-실천 관련; 각론⑦

부처님은 법계 자체를 몸으로 삼아

욕계 하늘 중 도솔천은 딱 중간
비(悲)와 지(智)중간에서 균형 
모두 갖춰 베품만이 있는 자리
‘회향품 제25’ 배치에 안성맞춤

‘화엄경’ 구성작가는 부처님을 제5회 모임 장소인 도솔천으로 옮겨 모셨다. 그러면서 첫 장면은 이렇게 시작했다. 역시 운허 스님의 ‘한글대장경’ 번역을 인용한다. “그때 부처님이 신력으로 시방 모든 세계의 낱낱 4천하 섬부주에서, 여래께서 보리수 아래 않으셨음을 뵈오니, 각각 보살이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법을 연설하면서 자기가 항상 부처님을 대하였다고 생각하였다.”

지난 호에 필자는 연예인들의 ‘순회공연’을 운운했다. 그런데 부처님의 경우는 좀 달랐다. 부처님은 이미 네 차례 공연 장소를 옮기셨는데도, 첫 공연 자리인 보리수 아래에 있던 대중들은 그 자리에서 다른 장소에서 하시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있다. 당연, 둘째, 셋째, 넷째 장소도 마찬가지이다. 무슨 연고로 그것이 가능할까?

평론가들은 ‘논평’하기를, 듣는 이들의 능력이 아니고 부처님의 능력이라고 한다. 이것이 법성교학의 ‘철학적 해석’이다. 즉, “부처님께서는 ‘법계의 몸’으로 보리수 밑에서 일어나시지 않은 채, 도솔천으로 올라가셨다.” 청량 국사는 ‘화엄경수소연의초’에서 그렇게 평하고 있다. 법성의 교학에 따르면 부처님은 ‘법계 자체를 몸’으로 삼으신다. 그러니 온 법계에 항상하신다. 

화엄의 교주이신 부처님은 다양한 형태로 몸[身]을 드러내시지만, 그 모두를 10가지로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보리신(菩提身), 위세신(威勢身), 복덕신(福德身), 의생신(意生身), 상호장엄신(相好莊嚴身), 원신(願身), 화신(化身), 법신(法身), 지신(智身), 역지신(力持身). 이 부분은 ‘화엄경’의 첫 품인 ‘세주묘엄품 제1’에서 구성작가 스스로 비로자나 부처님의 불가사의함을 드러내는 부분에서 기술했다. 그러니 청량 국사의 평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모든 작가가 그렇겠지만, 작가는 작품에 등장시키는 모든 언행이나 인물이나 심지어는 소품 하나 그냥 하는 법이 없다. 장소의 선택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도솔천(Tusita-deva)을 택했을 때는 이미, 경을 좀 읽은 독자라면 무슨 설법 하실지 눈치채셨을 것이다. 한자로는 상족천(上足), 묘족천(妙足), 지족천(知足)으로 번역한다. 키워드는 ‘足’이다. 만족이다. 인간들이 좋아하는 다섯 가지의 욕망과 쾌락을 충분히 누리는 장소이다. 욕심 부릴 필요가 없는 곳이다. 

고대 인도인들의 머릿속에 세계는 모두 세 부류로 구성되었다고 믿었다. ‘베다’에도 그렇게 쓰였다. 아래부터 욕계, 색계, 무색계이다. ‘화엄경’의 구성작가는 자신의 이야기 무대를 3계 중에서 ‘욕계’에 차린다. ‘욕계’는 공간적으로 보면 저 위에 천상, 그리고 지상, 저 밑에 지하,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작가는 지하에는 무대를 차리지 않는다. 지상에서는 위의 운허 스님 번역에서 인용한 “4천하 섬부주” 보리수 밑과 그 옆의 보광명전에서, 그리고 천상에서는 욕계에 속한 6개의 하늘 중에서 4개의 하늘에 무대를 옮겨 차린다.

욕계의 하늘 중 도솔천은 딱 중간에 있으니, ‘비(悲)’와 ‘지(智)’의 중간에서 균형을 잘 잡고 있어 ‘쏠림’이 없다. 또 이곳 도솔천에는 미륵보살이 일생보처로 설법하면서 섬부주의 남쪽에 하생하여 성불할 날을 대기하고 있다. 이것저것 다 갖추어진 곳이 도솔천이다. 더 바랄 게 없는 자리이다. 이제 남은 것은 남에게 돌려주고 후손들에게 베푸는 것만이다. 도솔천에 대한 당시 고대 인도사람들의 관념을 잘 아는 ‘화엄경’ 구성작가로서는, ‘회향품 제25’를 이곳에 배치하면 안성맞춤이다.

도솔천에서 진행되는 제5회의 설법에는 세 품(品)을 배치했다. 구성작가는 먼저 법회를 하게 된 연유 내지는 이유를 먼저 풀어놓고, 다음에 법회의 본론을 설한다. 전자를 화엄 종학(宗學)의 훈고 용어로 ‘유치(由致)’라 하고, 후자를 ‘정종(定宗)’이라 한다. ‘승도솔천궁품 제23’과 ‘도솔천궁게찬품 제24’가 ‘유치’이다. ‘정종’은 독자들도 아실 것이다. 구성작가가 서술한 ‘승도솔천궁품 제23’에 대해 평론가들은 해당 작품을 모두 10 주제로 묶어서 평론한다. 대표적 해설가인 청량 징관 국사의 말씀은 다음 호에서 들어보기로 한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652호 / 2022년 10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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