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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

모든 중생의 행복 기원해야 함께 행복한 연화장세계 구현

성철 스님 “모든 중생 행복하게 해 주소서” 기도하라 당부
자기를 바로보고 남 위해 기도하며 남 모르게 남 돕기 필요
코로나19는 이웃이 편안해야 나도 편안한 진실 깨닫게 해

원택 스님은 “성철 스님이 말씀하신 불교인으로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자세가 이 시대에 필요한 가르침”이라며 불자로서의 삶을 제시했다.

 

오늘은 단기 4355년, 불기 2566년, 서기 2022년 10월22일이 되는 날입니다. 산 높고 물 맑은 경남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 성철공원에서 오전에는 제14회 산청불교문화제전으로 방생법회가 있습니다. 오후에는 제49회 한국전쟁 지리산 전몰 희생자 원혼 위령제가 열립니다. 산청불교사암연합회장 수완 스님과 회원 사찰 주지스님들을 중심으로 불교 전통작법과 영산재 의식에 맞춰 여법하고 성대하게 이루어집니다.

이 모든 행사는 산청불교사암연합회가 주최하고 산청불교사암연합회, 염불정진기도회가 주관하며 산청군수님과  산청군의회 의장님 등 산청군과 산청군 지리산평화제위원회의 후원으로 진행될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 무엇보다 산청군 사찰뿐 아니라 주변 시·군의 신도님과 불교단체에서도 수희동참하심에 깊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오늘의 법문을 준비하면서 산청군의 불교 역사를 다시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산청군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사찰 가운데 손꼽히는 도량이 바로 단속사입니다. 신라 제35대 경덕왕(재위 742~765) 때 단속사가 세워졌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신행(信行, 704~779) 선사는 통일신라시대에 처음으로 한반도에 북종선을 전래한 스님입니다. 그 이후 고려 때인 1226년(고종 13년)에는 보조국사의 제자인 진각국사(眞覺國師) 혜심(慧諶, 1178~1234) 선사가 송광사 수선사와 단속사 주지를 겸하였으며, 같은 해 ‘선문염송집(禪門拈頌集)’이 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신정권의 최고 실력가인 최이(崔怡=崔瑀, ?~1249)의 아들인 만종(萬宗) 스님은 수선사 주지 혜심 스님에게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어 단속사 주지를 지냈습니다.

이처럼 단속사 주지를 지낸 스님들은 시대의 고승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있습니다. 1232년(고종 19년) 몽고군의 침입으로 대구 부인사에 모셔져 있던 초조대장경이 불타버리고 말았습니다. 초조대장경은 거란(契丹)의 침입으로 개경(開京)이 함락당하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고려 현종 2년(1011년)에 발원하여 선종 4년(1087)인 77년 만에 완성된 고려 최초의 대장경이었습니다. 

고려는 다시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몽골의 침입을 물리치기를 기원하며 1236년(고종 23년)에 재조팔만대장경 판각 사업을 시작하여 16년만인 1251년 9월25일(양력 10월11일)에 완성하게 됩니다. 당시 산청군의 옛 행정구역인 진주목은 무신정권 최충헌 시대부터 최씨 집안의 든든한 식읍지였습니다. 단속사 주지 만종 스님은 남해분사도감에 대한 재정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였으므로 단속사는 재조팔만대장경 사업을 주도해 나가는 중요한 사찰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단속사는 현재 폐사지로 남아 있습니다. 다만 두 개의 쌍탑이 보물로 지정되어 그 역사적 가치를 지금 시대에 무언(無言)의 법향(法香)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조팔만대장경은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해인총림 해인사에 잘 보관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산청군의 역사를 새길 또 한 곳의 중요한 도량은 바로 비로자나 석불이 모셔져 있는 덕산사입니다. 이 비로자나불은 766년 신라 제36대 혜공왕 2년에 조성되었다는 기록이 발견되면서 그 후 20여 년 동안 부재들이 옛터에서 발견, 비로소 복원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비로자나 석불의 몸통뿐이었는데 대좌, 중대석, 하대석이 발견되고 마침내 광배까지 흙 속에서 발굴되어 모든 것이 제대로 갖춰지면서 1990년 3월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덕산사 비로자나 석불은 여래형(如來型)으로 동아시아를 통틀어 명문이 밝혀져 조성연대를 알 수 있는 현존 최고의 작품입니다. 세월이 흘러 비로자나 석불이 모셔져 있던 석남사 관음암 옛터에서 ‘덕산사’라는 이름이 새겨진 기와 조각이 2021년 3월12일 발견되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써오던 내원사 대신 덕산사로 사명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오늘의 법석과 이곳 겁외사의 소중한 인연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993년 11월, 퇴옹당 성철 종정 예하께서 열반에 드시고 다비식이 끝난 며칠 후, 신도회 임원진 대여섯 분이 의논할 일이 있다고 하면서 소납을 찾아오셨습니다. 신도님들의 말씀에 담긴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성철 큰스님께서 저희에게 ‘매월 음력 초엿새를 방생 일로 정해라. 백련암에 올 것 없이 각 지역에 맞는 방생지를 택해 꼭 방생하는 것을 잊지 말라’라고 하셨습니다. 큰스님께서는 열반에 드셨어도 앞으로 방생은 계속해야겠지요?”

소납은 신도님들의 이 말씀을 듣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상좌들에게는 방생을 갔다 오라는 말씀을 한 번도 하신 적이 없으셨는데 신도님들에게는 매월 방생을 권해서 지금까지 몇 십년 동안 해 오셨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신도님들과 그 자리에서 의논하여 바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소납은 신도님들께서 지금까지 매달 방생을 해 오신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큰스님께서 권하신 방생은 앞으로도 계속해 주십시오. 그리고 매월 초엿새 날 하셨다고 하니 백련암 전국 문도회 방생일을 매년 음력 3월6일로 정해서 성철 종정 예하의 뜻을 크게 이어나갔으면 합니다.”

그 후 매년 음력 3월6일을 성철스님문도회 전국 방생대법회 일로 정하고 성철 종정 예하의 수행처를 참배하며 그 근처에서 방생 법회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산청군의 협조로 성철 종정 예하의 생가를 복원하고 겁외사를 창건하면서 성철 종정 예하의 룸비니 동산인 겁외사와 가까운 경호강변에서 매년 500~600여 신도들이 전국에서 모여 방생 법회를 봉행해오고 있었습니다. 오늘 제14회 산청불교문화제전을 맞이하여 지역의 여러 스님과 산청군 관계자 그리고 신도님들을 모시고 이 자리에서 방생 법회를 열게 되니 문도를 대표하여 참석해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이번 산청불교문화제전이 성철공원에서 이렇게 성대하게 개최되어 성철 종정 예하의 제자로 무척 감개무량합니다. 오늘의 법회를 기념하여 큰스님께서 늘 말씀하신 ‘불교인으로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한 당부의 말씀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성철 종정 예하께서는 늘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께 108배, 500배, 1000배, 3000배 절을 할 때는 항상 ‘모든 중생을 행복하게 해 주소서’라고 기도하시오! 이것이야말로 빈도가 여러분들에게 바라는 진정한 원(願)이오.”

그리고 그 실천 방안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당부하셨습니다.

“첫째,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참모습을 적확하게 체득하는 것이야말로 곧 자기를 위하는[自利] 일입니다. 자기에게 지고서 무엇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둘째, 남을 위해 기도합시다. 나를 위하여 남을 해침은 곧 나를 해침이요, 남을 위하여 나를 해침은 나를 살리는 길입니다. 남을 위하는 것[利他]이 참으로 나를 위한 것이요, 나를 위해 욕심 부리는 것은 나를 죽이는 것입니다. 셋째, 남모르게 남을 도웁시다. 남을 위해 기도하고 자비를 베푸는 것은 결국 나를 위한 것입니다. 남을 자주 돕고 남을 위해 기도하면 선(善)한 결과가 모두 나에게로 돌아옵니다.”

지난 몇 년간 세계 곳곳은 사그라지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고통을 받았고 지금도 여전히 그 고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는 퇴옹당 성철 종정 예하의 가르침을 더욱 간절히 새기게 됩니다. “‘모든 중생을 행복하게 해 주소서.’ 하고 기도하라”라는 당부의 말씀은 곧 ‘모든 이웃이 편안해야 내가 편안하다’라는 진실을 다시금 깨닫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깨우침을 바탕으로 요즈음처럼 괴로움이 많은 현세에 겸양과 인내와 사랑으로 마음을 채우고 함께 행복하게 사는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가 이루어지도록 힘을 모아야겠습니다.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행복한 삶을 위해 함께 걸어가 보지 않으시렵니까? 바로 오늘이 그날인 것 같습니다. 

이제 방생의 시간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방생 법회는 불살생과 비폭력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공덕을 얻기 위해 잡힌 물고기나 새, 짐승 등을 산이나 물에 놓아주는 오래된 불교 의례입니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의 차별 없는 오랜 전통을 지닌 귀하고 소중한 불교 행사로 유명합니다.

오늘 성철공원 경호강변에서 봉행되는 방생 법회를 통해 우리 모두의 가슴에 반야 지혜와 생명 사랑의 자비심이 가득 넘치기 바랍니다. 세계가 평화롭고, 나라가 안정되고, 온 가정에 화평과 복이 가득하기를 간절히 염원하며 법문을 마치겠습니다. 성불하십시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10월22일 경남 산청 겁외사 옆 성철공원에서 봉행된 ‘제14회 산청불교문화제전 방생&염불대법회’에서 원택 스님이 설한 법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1655호 / 2022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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