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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수행이론의 총망라(30)-실천 관련; 각론⑪

화엄경 작가는 회향을 특별히 강조

다섯가지 원인으로 삼매 들어
회향 관련 법문하는 결과 초래
근본 원리인 원인과 결과 위에
화엄 특별원리 중심과 짝 탑재

‘십회향품 제25’의 전체 구조를 먼저 알아두기로 한다. 경학자들은 이 대목도 역시 총 10문(門)으로 나누어서 해설하고 있다. 건축물 안으로 들고 나기 위해 ‘문(門)’을 내듯이, 청량 국사는 ‘십회향품’ 속으로 들어가는 통로 10문을 개설했다. 10문은 ①삼매분, ②가분, ③기분, ④본분, ⑤설분, ⑥서응분, ⑦결통분, ⑧증성분, ⑨계찬권수분, ⑩교량공덕분이다. 

돌이켜보면 ‘십주품 제15’에서는 7문으로, ‘십행품 제21’에서도 7문으로, 다음의 ‘십지품 제26’에서는 10문으로 나누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3현(賢)과 10지(地)’는 해당 작품 세계로 들어가는 문 개설 방식은 형식상 비슷하다. 이것은 ‘3현과 10지’가 작품의 외형적 양식이 비슷하다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다시 말하면 ‘화엄경’ 구성작가의 작품 구성 방식에는 정형화된 틀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독자들은 이런 정형화된 틀을 암기해둘 필요가 있다.

한편, ‘화엄경’ 총 80권 중에서는 ‘십회향품’은 제23권에서 제33권까지로 총 11권에 걸쳐 분량을 많이 할애했다. ‘세주묘엄품 제1’(총 5권), ‘십지품 제26’(총 6권), ‘이세간품 제38’(총 7권), 그리고 ‘입법계품 제39’(총21품)와 비교하면, ‘화엄경’ 구성작가가 ‘회향’을 매우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하에서는 위에서 말한 10문 하나하나를 설명해서, 독자들께서 ‘화엄경’의 구조적 읽기에 힘 붙이시기를 기대한다. 힘 붙이는 훈련용으로 ‘십행품 제21’이 십상이다. 지면 관계로 끊어서 연재하지만, 독자들께서 연속적으로 읽어두시면 ‘화엄경’ 독서에 근력을 붙이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보겠다. 

①삼매분은 회주이신 금강당보살이 부처님의 신력(神力)을 받들어 보살지광(菩薩智光) 삼매에 들어가는 부분이다. ②가분은 10만 세계의 미진수 부처님들께서 금강당보살에게 가피(加被)하여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힘 실어주는 장면을 운허 스님의 ‘한글대장경’ 번역본을 인용한다. 

“그대가 능히 이 보살지광삼매에 들었도다. 선남자여, 이것은 시방으로 각각 10만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들이 신력으로 그대에게 가피하려는 것이며, 또한 비로자나 여래의 지난 옛 서원의 힘과 위신의 힘이며, 또 그대의 지혜가 청정한 연고이며, 모든 보살의 선근이 더욱 승한 연고로, 그대로 하여금 이 삼매에 들어서 법을 연설케 하려는 것이다.”

이 인용문을 잘 살펴보면, 다섯 가지 ‘원인’ 때문에 금강당보살은 삼매에 들어서 회향 관련 법문을 할 수 있는 ‘결과’가 초래됨을 알 수 있다. 불교 교리를 지탱하는 중심 논리가 ‘원인-결과’임은 잘 알려졌다. 청량 국사도 이런 교리에 따라, 첫째는 짝[伴]이 되어주시는 부처님들의 신통력, 둘째와 셋째는 중심[主]이 되어주시는 부처님이신 비로자나 부처님께서 과거 세상에 닦은 원력과 현재의 위신력, 넷째는 설법의 주인공인 금강당보살 자신의 파워, 다섯째는 설법을 듣는 이들의 훌륭한 능력, 이렇게 ‘다섯 원인’을 꼽고 있다. 돌이켜보면 ‘십주품’에는 듣는 이들의 훌륭함에 대한 원인 부분이 경전 본문에 빠졌고, ‘십행품’에는 설법하는 주인공이신 공덕림보살 자신의 파워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 그런데 이는 생략한 것일 뿐, 구성작가의 누락은 아니다. 오히려 어슷비슷 생략하는 작가의 표현 기법으로 보아야 한다. 

불교 전체의 근본 논리인 ‘원인[因]-결과[果]’ 위에, 화엄의 특별한 논리인 ‘중심[主]-짝[伴]’을 탑재하여, 위의 인용문을 좀 더 분석적으로 읽어보기로 한다. 원인 노릇을 하는 중에서 중심되는 것은 금강당보살 자신의 파워이고, 원인 노릇을 하는 중에서 짝이 되어주는 것은 설법을 듣는 보살 대중의 훌륭한 능력이다. 한편 결과 노릇을 하는 중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비로자나 부처님의 과거와 현재의 원력이며, 결과 노릇을 하는 중에서 짝이 되어주는 것은 시방세계의 수많은 부처님의 가피이다. 이를 경학의 훈고 용어로 ‘인과주반(因果主伴)’이라 한다. ‘②가분’을 이렇게 분석적으로 해독하면, ‘화엄경’ 구성작가가 ‘원인과 결과’ ‘중심과 주변’, 이런 구조적 프레임으로 이야기를 어떻게 엮어가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656호 / 2022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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