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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수행이론의 총망라(31)-실천 관련; 각론⑫

금강당 통해 무수한 보살 회향 설명

불보살이 금강당 돕는 이유를
개별 이유 22가지 들어 설명
초기경전을 대승차원서 해석
소재는 같아도 소화내용 달라

‘십회향품 제25’을 ①삼매분, ②가분, ③기분, ④본분, ⑤설분, ⑥서응분, ⑦결통분, ⑧증성분, ⑨계찬권수분, ⑩교량공덕분, 이렇게 10문(門)으로 나누어 읽는다는 이야기는 지난 연재에서 했다. 그리고 ‘보살지광삼매’에 드는 ①삼매분과, ②가분에서 금강당보살이 십회향 법문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주체들을 ‘인과주반(因果主伴)’의 각 방면으로 소개했다. 

이번 호에서는 이어서 이렇게 불보살들이 금강당을 돕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화엄경’을 인용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모두 22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그중에 마지막 이유는 “모든 보살들의 십회향을 연설하게 하려함”이다. 경전 구성작가는 대승 불교 담지자로 가상의 인물인 무수한 ‘보살’을 만들어 놓고, 그 모든 보살이 어떻게 회향하는지를 금강당보살의 입을 빌어 말하고 싶었다. 

이상은 총론적인 이유이다. 그러면 구체적 개별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이 중요하다. 금강당보살을 내세워 10회향 법문을 하게 해서, ‘화엄경’ 구성작가는 대체 무엇을 전하려는 것인가? 먼저, ‘한글대장경’ 운허 스님의 번역을 통해 독자들과 공유하기로 한다.

“보살들로 하여금, ①청정하고 두려움 없음을 얻게 하려는 연고며, ②걸림 없는 변재를 갖추게 하려는 연고며, ③걸림 없는 지혜의 자리에 들어가게 하려는 연고며, ④온갖 지혜라는 큰마음에 머물게 하려는 연고며, ⑤다함없는 선근을 성취하려는 연고며, ⑥걸림 없는 선한 법[白法]을 만족케 하려는 연고며, ⑦넓은 문인 법계에 들게 하려는 연고며, ⑧모든 부처님의 신력을 나타내는 연고며, ⑨지난 시절을 생각하는 지혜가 끊어지지 않게 하려는 연고며, ⑩모든 부처님께서 여러 근을 보호하심을 얻으려는 연고니라.

⑪한량없는 문으로 여러 가지 법을 연설케 하려는 연고며, ⑫듣고는 다 알아서 받아 지니고 잊지 않게 하려는 연고며, ⑬보살들의 모든 선근을 거두어들이려는 연고며, ⑭세상을 뛰어넘는 도를 이루게 하려는 연고며, ⑮온갖 지혜의 지혜를 끊지 않으려는 연고며, ⑯큰 서원을 개발(開發)하려는 연고며, ⑰진실한 이치를 해석하려는 연고며, ⑱법계를 알게 하려는 연고이며, ⑲모든 보살을 기쁘게 하려는 연고며, ⑳모든 부처님의 평등한 선근을 닦게 하려는 연고며, ㉑일체 여래의 종성을 두호하려는 연고이다.”

 번호는 필자가 붙였다. 이상의 21가지의 개별적 이유 때문에 금강당보살에게 가피를 주어 10회향법문을 하게 하는 것이다. 독자들께서는 운허 스님께서 문단을 둘로 나눈 대목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스님께서 이렇게 문단을 나눈 데에는 이유가 있다. 예부터 ‘화엄경’ 경학 전통에서는 이렇게 나누어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청량 징관 국사이다. 조선의 큰스님들도 모두 이런 전통을 따랐다. 그렇게 읽는 것이 바른 독해법이다.

앞 문단은 보살들에게 무수한 ‘능력을 완성하도록’ 해 주기 위함이고, 뒷 문단은 보살들에게 이러저러한 ‘일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말하면 앞 문단은 보살 자신의 이익 즉 자리(自利)를 위함이고, 뒷 문단은 남을 위함 즉 이타(利他)를 위함이다. 

경전은 이렇게 분석적으로 읽어야 한다. 게다가 대승경전은 항상 초기 경전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 지면 관계상, 첫 번째 문장 ①만을 그렇게 해보자. 핵심 용어는 ‘두려움 없음[無畏]’이다. 과거 수백 년 전에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말씀을 ‘화엄경’ 구성작가는 소환하고 있다. ‘아함’이 되었건 ‘니까야’가 되었던 ‘두려움 없음[無畏]’ 관련 이야기는 산재한다. 필자가 가까이 두고 읽는 잡아함경 중 ‘제 1227경’에 여래의 ‘사무소외(四無所畏)’가 등장한다. 월운 스님이 번역한 ‘한글대장경’에는 ‘모경(母經)’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증일아함경’에도 많이 등장한다.

이후에 등장하는 ② 이하의 내용들도 초기 경전에서 등장하는 이야기를 대승적으로 재해석해서 사용하고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소재는 같은 데도, 지난 과거를 소화하는 현재적 의도가 다르다. 대승의 독자는 이 점을 간파해내야 한다. 회향이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657호 / 2022년 1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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