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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조 높은 문화재 쏟아진 ‘흥전리 절터’ 사적 됐다

  • 성보
  • 입력 2022.11.28 10:38
  • 수정 2022.12.02 20:45
  • 호수 1660
  • 댓글 0

문화재청, 11월28일 지정 발표
불교문화재연구소 9차례 발굴
“신라 승관제도 실증하는 유적”

오랜 세월 방치됐던 강원도 산속 깊은 절터가 불교문화재연구소의 9차례 발굴조사 끝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이 됐다. 나라의 스승으로 공인된 스님을 뜻하는 ‘국통’ 글자가 새겨진 비석 조각과 청동제 정병 등 정교하고 격조가 높은 통일신라~고려시대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11월28일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산중에 있는 옛 절터 ‘삼척 흥전리 사지’를 사적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절터는 국내 석탄산업 발상지로 꼽히는 강원도 삼척 도계광산 부근에 있다. 2014~2017년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제정 스님)가 9차례 발굴조사를 벌여 불전터, 탑터 등 사찰 시설을 다수 확인했다.

절터 곳곳에서는 ‘國統(국통)’ ‘대장경(大藏經)’ 비문 조각을 비롯해 통일신라 때 유물로는 가장 온전한 모양새를 갖춘 청동제 정병 2점, ‘범웅관아(梵雄官衙)’ 한자명이 새겨진 청동관인(관에서 쓴 도장), 돌판으로 된 대장경 경문 조각들, 인주가 남아있는 함, 뚫음 기법으로 제작된 금동번(깃대 깃발 장식), 향로손잡이장식 금동사자상, 사자진병향로, 가릉빈가상 수막새 등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물들이 출토됐다. 

‘국통’은 신라시대 국왕의 고문 역할을 한 스님을 말하며 ‘범웅관아’의 범웅은 부처님을, 관아는 신라 승관(僧官)제도의 승관 도장을 뜻한다. 승관제도는 신라시대 불교의 사원 및 교단을 통괄·관리하기 위한 제도로 승관은 임명된 관리를 말한다. 학계에서는 통일신라시대에 승관이 있던 지방 사찰에서는 일부 행정 기능도 처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병과 번, 금동사자상 등은 세계 최고의 박물관으로 유명한 일본 왕실 보물창고 쇼소인(正倉院)의 유물들과 거의 닮은 모양새를 띤 최고급 공예품들이어서 교류사적인 중요성이 더욱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원식 공간 배치와 다양한 형태·시설을 갖춘 각종 건물터, 초석, 석탑터 등도 확인됐다. 이 절터는 금당은 가로, 세로 각각 3칸인 정사각형 중앙 건물에 가로, 세로 각각 2칸인 부속 건물이 붙어 있는 형태다. 날개처럼 달린 서(西)원과 동(東)원에서 서원은 신앙 공간에 해당한다. 동원은 스님들의 수행과 공무, 생활을 위해 조성된 강당·승방·부엌·창고 등이 있다. 

건물지에서는 기둥뿐만 아니라 내부까지 돌을 쌓아 기초를 다친 온통기초법과 화강암, 붉은색 역암으로 가구를 짜듯이 기단을 만든 가구식 기단이 확인됐다.
이들 유물과 유구는 당시 흥전리에 있던 사찰의 규모와 높은 위세 등을 잘 보여주며, 불교사와 건축사·미술사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은 유적임을 보여준다.

문화재청은 “그동안 확인된 유물·유적은 ‘흥전리 사지’가 통일신라 후기~고려 전기 시대에 강원도 동부 지역의 유력한 선종사원임을 입증한다”며 “특히 흥전리 사지가 그동안 문헌으로만 확인되었던 신라 승관제도를 실증하는 유적으로 지방 세력을 견제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통일신라의 통치 방식을 엿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60호 / 2022년 1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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