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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안에서의 자유

기자명 효림 스님

고승·명상초보자 대상 실험서
통증시스템 활성화 차이 관찰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명상
자신과 세상 깊이 연결하게 해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 관계에서 소외될까 두려운 마음, 또는 안정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 등으로 불안하신가요? 겉보기에 근사한 전문능력을 가진 사람,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듯 보이는 사람에게도 모두 불안이라는 손님은 불쑥 찾아오곤 합니다. 그리고 불안과 싸우면 싸울수록 공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2022년 공황장애로 진료 받은 사람의 숫자가 무려 20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불안을 대하는 명상적 태도란 어떤 것일까요? 이것과 관련해 재밌는 실험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온 리처드 데이비슨 연구팀은 긴 시간 집중수행 한 고승집단을 실험군, 명상 초보자 집단을 대조군으로 ‘뜨거운 열판’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각자가 감내할 수 있는 최고 온도를 찾은 뒤, 그 온도로 10초 동안 열판이 작동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장치가 완전히 뜨거워지기 전 경고의 의미로 미리 10초간 따스한 온도로 데워질 것이었습니다. 실험을 하는 동안 두 집단의 뇌는 정밀하게 스캔되었습니다. 통증에 대한 반응은 어떠했을까요?

명상 초보자 집단의 경우 열판이 살짝 데워졌을 때 마치 이미 강렬한 뜨거움을 느끼기라도 하듯 뇌의 통증시스템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해 통증이 시작되기도 전에 ‘예기불안’ 반응이 극심해서, 실제로 뜨거운 열이 가해졌을 때는 오히려 통증시스템이 아주 조금만 더 활성화 됐습니다. 그리고 열이 가라앉은 직후 10초간의 회복기에도 통증시스템의 활성 상태는 거의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즉, 통증을 예상한 순간부터 통증이 사라진 순간까지 계속해서 통증이 실재하는 것처럼 느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랜기간 명상수행을 해 온 고승집단의 경우는 어떠했을까요? 열판의 가열을 알리는 신호에 이들의 통증시스템은 거의 활성화 되지 않았습니다. 또 가열이 멈추었을 때 곧바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회복상태로 돌아왔습니다. 반면 실제 열이 가해지는 순간에는 놀라운 정도로 고조된 반응을 보였는데 그것은 놀랍게도 통증시스템의 활성화가 아니라 피부에 가해지는 순수한 감각을 알아차리는 감각 영역들의 반응이었습니다. 

명상수행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여기’에 온 마음을 머물게 해줍니다. 모든 감각을 일깨워 오롯이 현재를 느끼면서 감정의 휩쓸림 없이 그저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알아차리게 합니다. 이러한 명상적 감각은 ‘나’라는 단단한 틀을 해체시키며 온 우주와 하나 되게 합니다. 항상한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이 매 순간 변화하고 있음을 감각하게 됩니다. 불안과 두려움의 허상 또한 발붙일 곳을 잃게 됩니다. 불안하면 불안한 대로, 두려우면 두려운 대로 아픔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느끼면서 수용하는 법을 배우게 합니다. 나아가서는 아픔과 친구가 되어 그것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탐색하게 합니다. 

잠깐 시간을 갖고서 함께 명상을 연습해 볼까요? 그대로 눈을 감고 몸에서 호흡을 알아차려봅니다. 지금-여기 머물기 위해 호흡에 마음의 닻을 내리고서 들숨과 날숨의 감각을 알아차려 봅니다. 집중하는 동안 외부 환경에 주의를 빼앗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내면에서 불현듯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들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중요한 것은 외부나 내면의 일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다시 주의를 호흡으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만일 마음이 산란해 집중하기 어렵다면 들숨에 하나 날숨에 둘 이런 식으로 호흡의 숫자를 헤아려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호흡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발바닥에 닻을 내리고서 걷기명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천천히 걸으며 발바닥의 감각과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여 봅니다. 

사실 일상의 모든 행위가 명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매 순간 내가 하는 행위에 집중함으로써 방황하는 마음을 지금-여기로 초대한다면 명상의 순간이 됩니다. 지금-여기 있는 그대로의 내 자신과 만나고 세상과 보다 깊이 있게 연결되는 느낌을 갖게 될 것입니다. 짧고 즐겁게, 그러나 꾸준히 명상을 연습해 보시길 권장드립니다.

효림 스님 자비수행지도법사 metta4rest@naver.com

[1659호 / 2022년 1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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