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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너무 가까운 사회

기자명 안직수

올해 내게 화두는 ‘죽음’이었다. 첫 시작은 이랬다. “참 희한합니다. 의학적으로 볼때 선생님은 벌써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아요. 참 운이 좋네요.” 올해가 막 시작하자마자 의사에게 들은 말이다. 당시 심장 혈관 곳곳이 막혀 심장의 기능이 10%도 작동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한 해가 어느새 저물어간다. 11월 달력을 뜯어낼 때면 올 한 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우리 사회도, 국제사회도 참 다사다난했다. 그 가운데 죽음의 기운이 세계를 뒤덮은 우울한 해였다.

우선 우리나라의 다사다난한 일부터 꼽으면 대통령이 바뀌었으며 이에 따른 많은 정책과 질서도 불가피한 변화에 놓였다. 뒤이어 열린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적지 않은 시군 지도자들이 바뀌었다.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에 지칠 무렵, 얼마 전 발생한 핼러윈 참사로 죽음에 대한 화두가 되살아났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하면서 국제사회는 큰 혼란과 시련을 겪고 있다. 군사강국을 표방하던 러시아는 짧은 시간에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킬 것을 장담했지만, 전쟁은 한 해를 넘기는 시점까지 끝나지 않으면서 양국의 수많은 생명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 오래된 일 같지만, 2022년 올해 발생한 일들이다.

미얀마 사태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해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이에 저항하는 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의 관심에서 멀어진 듯하다. 

역사를 돌아보면, 부처님께서도 자신이 태어난 국가의 석가족이 전쟁으로 죽임을 당하는 것을 그냥 볼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가장 야만적인 권력욕이 만들어내는 전쟁은 고귀한 정신철학보다 우선했다. 그저 더 많은 사람이 전화를 입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이 최선일까.

법보신문 송년회에 갔다가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이 던진 ‘K-선’이란 말에 꽂혔다. 명상과 간화선의 장점을 살린 한국의 참선문화를 대중화시키자는 스님의 제안을 들으면서 올 한 해 화두였던 죽음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부끄럽게도 세계 1위다. 지난 11월28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자살 사명률이 10만명 당 25.7명에 이르며, 전체 사망자는 1만3195명에 달했다. 자살은 지금 행복하지 못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울감에서 시작된다. 이처럼 높은 사망률의 원인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인 것이다.

역으로 자살률을 줄이려면 지금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데 사회가 나서야 한다. 그렇다면 물질, 특히 돈이 행복과 직결될까. 행복은 가치관과 직결되는 문제다. 불교가 이런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있다. 이를 스스로 알아채게 하는 방법이 명상, 참선 등 정신수행의 방법이다.

매년 자살률이 증가한다는 데 천호동, 암사동 등 서울 강동구 지역의 자살률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주요 역 근처에 마음건강 자가진단 리플렛을 비치하고, 선제적으로 자살위험군을 발굴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강동구가 실시한 ‘생명이음 청진기 사업’은 1차 의료기관과 연대해 피로감, 수면장애 등 우울증 초기증상을 호소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살행동 척도검사를 하고 위험군의 환자에게 정신과 치료비를 지불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결과였다.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우울증은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조금만 알려줘도 상당히 극복된다. 매일 수차례 요동치는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명상이고 참선이다. 현대 정신의학의 치료방법과 연계해 종교적 반감 없이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명상법을 개발해 보급한다면 자살률도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성인뿐 아니라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명상법이 각각 제시될 때 더욱 효과적이다.

지금 시대, 불교의 역할이 바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명상법이고, 그것이 바로 ‘K-선’이 아닐까. 2023년은 토끼의 지혜를 담은 ‘K-선’이 불교의 화두가 되길 바란다.

안직수 복지법인 i길벗 상임이사 jsahn21@hanmail.net

[1661호 / 2022년 1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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