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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수행이론의 총망라(35)-실천 관련; 각론⑯

물 한 모금도 모두 부처님 공덕이다

경학연구는 과문이 중요한데
의천 스님 무수한 과문 수집
온세상 티끌은 셀 수 있으나
그지 없는 공덕은 측량 못해

우리나라 전통적인 불교계에 당나라 청량 국사와 그의 제자 규봉 선사는 경학 방면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화엄경’에는 청량 주석서가, ‘금강경’과 ‘기신론’과 ‘원각경’에는 규봉의 주석서가 대표적이었다. 그 이유는 교판과 행상의 분류와 해석이 통일적이고 정합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통현의 ‘화엄론’이나 진계의 ‘기신론찬주’나 육조 혜능의 ‘금강경구결’ 등이 부분적인 시원함은 있지만, 장차 교학을 담당하려는 승려의 훈련용 교과서로서는 적합하지 않다. 

경학 연구에는 과문(科文)이 매우 중요한데, 이 점을 일찍이 간파했던 고려의 대각 국사 의천 스님은 무수한 과문을 수집하여 ‘속장경’에 담았다. 동양 삼국 경학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했으니, 현재도 경전을 분석적으로 읽으려는 사람은 해당 경전의 과문이 속장경에 있는가 확인해 거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청량 국사는 ‘십회향품’을 ①삼매분, ②가분, ③기분, ④본분, ⑤설분, ⑥서응분, ⑦결통분, ⑧증성분, ⑨게찬권수분, ⑩교량공덕분으로 과목을 나누었다. 필자는 지난 호에서는 ⑤설분에 소개되는 10회향 중에 첫째의 ‘일체중생을 구호하면서도 그런 티를 떨친 회향’ 하나만 특정해서 소개했다. 나머지 아홉 가지의 회향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분석해서 조목조목 읽어야 한다. 그 작업은 독자들에게 맡기고, 오늘은 ⑥서응분, ⑦결통분, ⑧증성분, ⑨게찬권수분, ⑩교량공덕분을 구조만이라도 설명해 마치기로 한다.

⑥서응분은, 금강당보살의 회향 관련 법문을 듣고 주변에서 상서로 감응하는 부분이다. 얼마나 적절하고 좋은 법문을 했는지 첫째는 땅이 진동하여 감축하고, 둘째는 여러 중생이 몸 정성 마음 정성 공양을 바친다. ⑦결통분(結通分)은 말 그대로 ‘맺어서 시방의 모든 곳도 다 그렇다고 소통시키는 부분’이다. 지금 설법은 사바세계 수미산 위에 있는 도솔천 궁전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⑦결통분에서는 이런 설법이 널리 수많은 일체 시방세계의 모든 도솔천 궁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회향’이라는 보살행의 보편성을 보증하려는 ‘화엄경’ 구성작가의 솜씨이다. 보살에게 있어 ‘회향’이라는 실천은 모든 ‘시-공’을 막론하고 반드시 해야 하는 덕목이란다. 세계가 얼마나 많은지는 ‘세계성취품’에서 이미 소개했다.

⑧증성분은 타방의 무수한 금강당보살이 몰려와서 지금 설법을 마친 이곳의 금강당보살을 칭찬하고 제대로 ‘회향’ 법문을 했다고 증명하는 대목이다. 이런 신통한 일이 가능한 건 모두 부처님의 ‘신력(神力)’ 때문이란다. ‘화엄경’의 도리에 따르면 세상사 모두가 부처님의 공덕이다. 법계의 공덕이고 중생의 공덕이다. 물 한 모금조차 모두가 감사이고 은혜이다. 이제 다시 부처님의 신력을 받아 금강당보살은 ‘게송으로 찬탄하여 수행하기를 권한다.’ 즉, ⑨게찬권수분이다. 게송은 7언 4구로 모두 47수(首)로 이루어져 있다. 제1게송에서 제36게송까지는 10회향을 거듭 게송으로 밝히는 부분이고, 제37게송에 제45게송까지는 수승함을 찬탄하여 우리에게 닦기를 권하는 부분이고, 끝의 제46과 제47 두 게송은 ⑩교량공덕분 즉, 그 어떤 공덕보다도 ‘회향’ 공덕이 위대함을 노래하는 부분이다. 운허 스님의 ‘한글대장경’ 번역을 함께 읽어보기로 한다.

“수없는 중생들도 셀 수 있으며(一切衆生猶可數)/ 3세의 마음들도 알 수 있으나(三世心量亦可知)
이러한 보현보살인 여러 불자의(如是普賢諸佛子)/ 그지없는 공덕은 측량 못하리.(功德邊際無能測)
한 털로 허공 재어 끝낼 수 있고(一毛度空可得邊)/ 온 세계의 티끌도 셀 수 있지만(衆剎爲塵可知數)
이렇게 큰 신선인 여러 불자의(如是大仙諸佛子)/ 머무른 행과 원은 측량 못한다.(所住行願無能量)”

우리말답게 글로 옮긴 운허 스님의 솜씨는 한문과 대조해보면 더욱 빛난다. 긴 여운이 남는 회향 찬송의 번역으로 생전의 인자하신 모습 여전하시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661호 / 2022년 1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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