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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편향은 종교의 무덤이다

종교평화를 지향하는 방향의 큰 축을 법보신문 한 호에서 나란히 보게 되었다. 조계종이 종교간 화합·평화로운 사회 기원 트리등에 불을 밝혔다는 기사와, 조계종 중앙종회 특위가 종교편향 담당 전담조직 구성을 요구했다는 기사가 그것이다. 종교평화를 실현하는 길에 있어서의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방향과 수동적이고 수비적인 방향을 잘 드러내주기에, 주마가편의 마음으로 한 마디를 더 보태고자 한다.

우선 적극적으로 다른 종교에 화합과 협력의 손길을 내미는데 불교처럼 큰 강점을 가진 종교는 없다. 부처님께서는 다른 종교의 교단을 떠나 당신에게 귀의하겠다는 당시의 유력자에게 “신중하게 생각하여 결정하라”고 충고하셨고, 그 전의 교단에 하던 지원을 끊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아쇼카 대왕은 칙령을 통해 “다른 종교를 존중하고 다른 종교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선포하였다. 이런 위대한 전통에 바탕하기에 불교는 다른 종교보다 몇 배 더 넉넉한 마음으로 화합과 평화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 

그 불교의 장점이 극대화되도록 해야 한다. 이번 트리등 점등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축하 메시지가 기독교계로부터 감사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을 보며 새삼 불교가 가진 힘과 가능성을 느끼며, 이런 화합의 분위기를 바탕으로 좀 더 현실적 파급력을 갖는 구체적 운동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상징적인 축하의 차원이 아니라 인류가 함께 대응해야 할 중요한 사안에 여러 종교가 함께하는, 그러한 세계적 움직임의 물꼬를 불교가 터야 한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환경문제, 양극화 문제 등은 온 인류가 함께 대응하지 않으면 인류의 멸망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 그러한 파멸을 막아내는 가장 큰 힘은 인류의 문명구조와 삶의 양상을 바꾸어 나갈 수 있는 종교가 지닌 힘이다. 그런 일에 각 종교가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것도 좋지만, 함께 손잡고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러한 일들에 불교가 앞장서야 한다. 불교를 드러내는 측면에 힘쓰기보다, 조용히 모든 종교가 함께하는 큰 흐름을 일으키는 것이 불교의 사명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종교 편향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또한 앞에 말한 적극적 방향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러기에 조계종 중앙종회 특위에서 전담조직 구성을 요구했다는 것은 지극히 타당한 일이고, 오히려 이제야 이런 일이 이루어진다는 아쉬움조차 있다. 앞으로 전담조직이 구성된다면 지나치게 방어적인 입장에서의 활동하지 말고, 대승적인 시각에서 큰 방향성을 지니고 움직여달라고 요구하고 싶다. 

우선 우리 불자들도 타 종교에 의한 종교적 편향에 사안별로 분노의 대응을 한 경우는 많아도, 폭넓게 종교편향의 일반적인 사례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공적인 영역의 종교편향이 갖는 엄청난 위험성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종교편향을 통해 불교에 피해를 주고 있는 타 종교의 경우는 더더욱 마찬가지이다. 그런 편향성이 결국은 모든 종교의 무덤을 파는 일이라는 큰 인식을, 불자들로부터 시작하여 모든 종교인들이 공유하도록 하는 큰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 인류 역사에 배타적 맹신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왔고 또 흘리고 있는가를 밝히고, 그것이 우리 현실에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공동의 인식을 다지는 대승적인 일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불교의 피해사례를 조명하고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매달리면 불교라는 한 종교의 투덜거림으로 끝날 우려가 있다. 그러하기에 모든 종교인, 나아가 모든 국민이 함께할 수 있는 큰 방향성을 정하고, 그 큰 방향성 아래 종교편향을 해소하는 실질적 움직임이 있도록 해야 한다. 단지 불교를 위해서가 아니다. 종교평화를 지향하는 운동은 불교가 가장 잘 해낼 수 있고, 또 잘 해내야 하는 일이디. 이것이 이 시대 불교의 사명이라는 인식 아래 힘과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한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662호 / 2022년 1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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