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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에서 송혜교가 참교육시킨 사찰은

  • 문화
  • 입력 2023.01.03 18:55
  • 수정 2023.01.05 16:32
  • 호수 1643
  • 댓글 4

공개 3일 만에 세계 넷플릭스 3위에
극중 송혜교와 가해자 예비 시어머니
법회 같이 듣는 ‘용화사’ 신도로 등장
송혜교 절하는 부처님은 지정문화재
엄비가 ‘꿈’으로 찾아낸 석조불상 7구
“이판사판은 불교 용어” 가르치기도

“문 선생? 아이고 세상에 반가워라, 우리 ‘저녁 공양’할건데 괜찮으면 문 선생도 같이 들어요.”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요. 다음 ‘법회’ 땐 시간 넉넉하게 올게요 어머니.”

12월30일 공개된 김은숙 작가의 학교폭력 복수극 ‘더 글로리’의 한 장면. 피해자 송혜교(문동은)가 가해자 일원인 차주영(최혜정)의 예비 시어머니와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눈다. 극중 송혜교와 가해자의 예비 시어머니는 ‘법회’를 같이 듣는 도반 사이. 두 인물이 ‘신도’로 등장하는 이곳은 ‘청주 용화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의 흥행 기세가 매섭다. 공개 3일 만인 1월3일 벌써 세계 순위 3위에 올랐다. 같은 날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도 ‘더 글로리’를 조명하며 극찬했다. ‘더 글로리’는 학창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극. 모두 16화로 구성됐는데 최근 파트1(총 8화)이 공개됐다. 파트2(총 8화)는 3월 방영될 예정이다.

Netflix Korea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영상 캡처.

학폭 가해자 차주영은 학창시절 자신이 괴롭힌 송혜교와 예비 시어머니가 같은 절에 다니는 것을 알고 경악한다. 과거가 드러날까 노심초사한다. “내가 정말 잘못했어. 나 한번만 살려줘.” 늘 ‘갑’이던 그가 ‘싹싹’ 빌며 송혜교에게 무릎을 꿇는다. ‘타인에게 겨눴던 화살이 결국은 나에게 돌아옴을 여실히 보여주는 인과응보의 이 장면’이 촬영된 곳은 용화사 뒷 마당이다.

용화사는 ‘더 글로리’ 6, 7, 8화에 등장한다. 예비 시어머니가 ‘며느리’로 내키지 않은 가해자 차주영에게 핀잔 주며 시청자들 속을 뻥 뚫리게 만든 곳은 ‘용화사 극락전’. 차를 타려는 송혜교를 차주영이 급히 붙잡는 장소는 ‘용화지문(龍華之門)’ 편액이 쓰인 ‘용화사 범종루’ 아래 주차장이다.

6화에도 용화사의 용화보전이 등장한다. 담담한 듯 익숙하게 절하는 송혜교의 표정이 서늘한 내레이션, “우린 잘 알아, 연진아. 우리가 공모한 그 어둠을, 그 캄캄한 끝을 말이야”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극중 몰입도를 한껏 높이기도 한다. 송혜교가 절한 일곱 부처님은 용화사의 보물 ‘석조불상군’이다. 배경으로 잠시 스쳐 지나갔지만 이 불상엔 드라마만큼이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하루는 순헌황귀비 엄비(1854~1911) 꿈에 무지개를 탄 일곱 분의 미륵불이 나왔다. 엄비는 1901년 조선 말기 고종의 후궁이자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 생모이다. 부처님은 엄비에게 “우리가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 있다. 구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간밤의 꿈으로 엄비는 진상을 파악하고자 청주에 사람을 보낸다. 그러자 이희복 청주 군수도 사흘 전 엄비와 비슷한 꿈을 꿨다고. 이 군수는 어명을 받아 즉시 관군(官軍)을 동원하고 청주 늪을 샅샅이 조사한다. 그러다 무심천(無心川)에서 살짝이 드러난 불두(佛頭)를 발견한다. 관군이 일주일 간 물을 퍼낸 끝에 모두 7구의 불상을 찾아낸다. 이를 크게 기뻐한 왕실이 이 군수에게 절을 세워 칠불을 모시도록 했고 이듬해인 1902년 용화사가 중창됐다. 7구의 석불은 용화보전에 안치됐다.

7구의 석조불상군 중 석가모니불 뒤편으로 유등보살이 조각돼 있다.
7구의 석조불상군 중 석가모니불 뒤편으로 유등보살이 조각돼 있다.

‘석조불상군’은 5구의 불상과 2구의 보살상으로 구성됐다. 양 어깨를 감싼 옷에 옷 주름의 표현과 상호, 수인이 고려시대 양식이다. 7구의 불상 크기 중 최고는 5.5m, 최저는 1.4m이다. 이중 용화사의 숨은 성보가 하나 더 있다. 석가모니불 뒷면에 새겨진 거대한 나한상(羅漢像). 나한상이지만 ‘유등보살’로 불린다. 주지 각연 스님은 “부처님 뒷면에 커다란 나한님이 그려진 건 매우 드문 사례”라며 “반드시 친견해야 할 아주 특별한 ‘성보’”라고 했다.

Netflix Korea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영상 캡처.
Netflix Korea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영상 캡처.

이외에도 또 다른 가해자이자 기상캐스터인 임지연(박연진)은 방송에서 “서울 길상사에 나와 있다”며 날씨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가해자이자 목사부부의 딸로 등장하는 김히어라(이사라)가 “커서 만나니까 이판사판이다, 이거야?”라고 하자, 송혜교가 “큰일나, 이판사판(理判事判)은 원래 불교 용어”라고 조롱하며 가르치기도 한다.

용화사 주지 각연 스님은 1월3일 법보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봄, 많은 스텝이 와서 하루 정도 촬영하고 갔다”면서 “사찰이 한국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연출가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또 해외팬들이 좋아하는 게 한국풍(風) 아닌가. 사찰 배경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돋보이게 할 수 있어 기쁘다. 수많은 스텝이 고생해 작품을 만들더라.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용화사 템플스테이 사진. [출처=한국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 홈페이지
용화사 템플스테이 사진. [출처=한국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 홈페이지]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64호 / 2023년 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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