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가자가 겸손해야 합니다

기자명 황산 스님

스님은 부처님 제자여서 존중
계급·특권으로 여겨선  안 돼
스님·신도 평등한 구조 회복이
한국불교의 위기 극복 출발점

사섭법(四攝法)이란 사람을 포섭하는 네 가지 방법으로 보시섭, 애어섭, 이행섭, 동사섭입니다. 보시섭은 말 그대로 보시를 많이 해서 포섭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보시는 평등 보시가 되어야 합니다. 스님과 신도는 평등합니다. 비구계를 수지한 부처님 제자이기에 더 존중하는 것이지 사람 자체가 더 높지 않습니다. 나이 많다고 더 높은 것도 아닙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은 그 자체로 존귀하고 어린이도 그 자체로 존귀합니다. 불교를 믿든 기독교를 믿든 그 자체로 존귀할 뿐입니다.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 평등하게 존귀합니다. 

유교 이념이 세상을 지배하여 충효를 강조할 때는 빈부귀천과 나이 성별에 따라 차별을 두었습니다. 물질을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에서도 역시 차별되기 쉬우니 그 자체로 존귀함을 실천하려면 많은 사색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평등을 실현하려면 겸손하고 또 겸손해야 합니다. 타인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존중하여야 합니다. 스님은 신도 한 분 한 분을 똑같이 존중하여야 합니다. 사찰의 주인은 스님이 아니고 신도라고 생각하여야 합니다. 

여러 사찰에서 다음의 경우를 목격합니다. 스님은 공양 시간과 관계없이 언제든 식사할 수 있으나 신도는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 공양해야 하고, 신도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스님은 줄을 서지 않고 맨 앞에 가서 자유롭게 드시거나 스님 공양간을 따로 두어 더 많은 반찬과 맛있는 음식을 드십니다.

본시 비구는 빌어먹는 사람이고 신도는 스님에게 음식을 베푸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신도는 스님에게 고개 숙이고 높은 사람으로 대하는 것에 반해 스님은 신도를 아랫사람 대하듯 하고, 지시하고, 명령하고, 혼내고, 잔소리를 당연하게 여깁니다. 신도가 건의하면 스님은 즉시 화내거나 혼쭐을 내버립니다. 신도가 인사하기 전에는 먼저 인사하지 않고 꼿꼿한 스님도 있습니다. 스님이 거주하는 공간은 대궐 같고 신도가 거주하는 공간은 누추한 곳도 있습니다. 

스님들은 사찰에서 신도들의 의식 향상을 위해 교육과정을 개설해야 하며 대중 공양을 늘 실천하고, 기도와 법회가 끝없이 이뤄지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일대일 상담도 상시로 진행해 법을 전하고 삶을 컨설팅 해주거나 아픈 마음을 위로해주고 치유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스님들이 사찰의 주인행세를 하고 있으니 신도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스님들이 너무 오만해진 것 아닐까요?

문명이 발달하면서 맹목적인 믿음을 요구하는 종교는 점점 쇠락해가고 탈종교 시대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하지만 자본을 바탕으로 한 문명의 발달은 유물론적 사고를 확대하고 정신세계를 혼란케 합니다. 대중은 점점 더 이기적이고 오만해져서 시비분별과 차별을 일삼아 결국 외롭고 고독하거나 방황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 행복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신세계를 가꾸어야 합니다. 밝고 맑은 정신세계를 이루려면 명상이나 종교가 큰 힘이 됩니다. 탈종교 시대라고 하지만 실상은 종교가 더 필요한 이유입니다. 

종교가 더 필요한 상황에서도 현재의 종교들이 외면받는 이유는 마음을 치유하고 마음에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종교로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불교는 출가자가 급감하여 존폐 위기에 빠졌습니다. 이대로라면 20년 후에는 절을 지킬 스님조차 부족할 것입니다. 신도의 수도 급감하고 있으니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빠르게 쇠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상과의 소통이 부족해서 일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불교는 사섭법을 실천하여야 합니다. 한국불교는 대승불교고 대승불교는 보살도를 닦는 종교입니다. 보살도는 남을 깨달음에 이르도록 노력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뜻한 표정과 친절한 말씨는 가장 기본적인 자비행입니다. 특정한 누구에게만 웃는 것이 아니라 술 먹고 난동치는 부랑자 같은 이들에게도 자비한 표정과 미소, 부드러운 말로 위로를 건네야 합니다. 표정과 말씨, 언행이 곧 수행의 깊이를 표현한다는 사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황산 스님 울산 황룡사 주지 hwangsanjigong@daum.net

[1665호 / 2023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